[민은숙의 시의 향기] 데생

민은숙

 

데생

 

 

가볍게 준비하는 드로잉 쥔 손

질끈 입술 깨물고

핏방울 발라 만드는 밑그림 

채운다고 부드럽게 손잡은 그림

쓰라린 줄 모르는지 고혈 짜내

조심스럽게 백지 덮는다

 

더 짙은 음영이 힘주어 잡은 손

쿨럭 토해낸 핏덩어리로

덧바른 피로 뒤집어쓴 종이

화합이 거부한 손 살풀이 

툭, 고통 꾹 참은 연필과

부러진 다리 감싸 안는 종이

 

다시 그리겠다고, 이번엔 잘 그리겠다는 손

살 도려낸 드로잉

연필 쥐고 다시 시작한다

끙끙 앓아도 몰라주는 손이라도 기꺼이 

감수하는 피딱지 깎는

총량 못 채운 질풍노도

 

지독한 하루가 저문다

 

 

[민은숙]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전국여성문학대전 당선

문화도시 홍성 디카시 수상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명인명시 아티스트 대상 

제8회 대한민국 문화교육 대상

제22회 대한민국 문화예술 대상

2023 대한민국 중견작가문학대상

2023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산맥 웹진 편집위원

열린동해문학연합회 사무국장

대한민국 중견작가 산문집 ‘한편의 글을 위하여’

이메일 sylvie70@naver.com

 

작성 2023.09.20 09:27 수정 2023.09.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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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