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빛 찬란한 ‘열린송현(松峴)’산책
가을빛 화창한 종로에서 600년 고도의 정취를 흠뻑 느껴본다. 9월 23일 토요일 전설의 북촌 할머니와 종로구 안국동 열린송현 공원을 산책하였다. 북촌의 모든 것을 안다는 할머니는 옛날 계산한의원 홍씨 종가의 종부(宗婦) 유씨이다. 홍씨 종가는 100년 북촌 재동을 지켜온 터주대감이다.
전설의 북촌 할머니는 80세 후반 고령인데도 하루에 두 번씩 북촌(가회동, 계동 재동)의 골목을 산책하면 북촌의 변화와 역사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북촌의 이야기를 전하고 고증하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제동에 와서 북촌 할머닐 찾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북촌의 역사를 알고 있는 분이시다. 사람들은 누구나 할머닐 찾아 북촌 이야길 듣는다.
“가을빛이 좋지요, 오랜만에 북촌에 왔으니 새로 생긴 자연공원 구경가요.”
“자연공원이라니 고궁 말인가요?”
“열린 송현이란 공원이 생겼는데 마침 서울 도시 건축비엔날레가 열려요.”
“좋아요. 같이 구경하러 가요.”
‘열린송현’이란 새로 만든 자연공원이었다. 북촌 할머니 안내를 받으며 송현공원에서 열리는 건축비엔날레 설치물을 보러 갔다. 송현공원에서 또 한 분의 전설의 할머닐 만났다. 90 고령의 할머니가 따뜻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공원 산책을 하고 있었다. 재동 입구에서 만수옥이란 설렁탕집을 오래 경영하던 할머니인데 일손을 놓고 북촌 할머니와 같이 산책을 즐기는 분이었다. 두 분은 재동에서 오래 살아서 북촌의 역사 문화를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만수옥 할머니 말한다.
“난 햇빛이 좋아서 하루에 두 번씩 이곳을 왕림한다오.”
“가을빛이 좋아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예요.”
“북촌의 가을은 유별나게 사람을 끌인다오. 난 북촌의 골목을 오가는 사람이 좋아서 즐겁게 산책을 한답니다.”
“열린공원의 주제가 집이에요. 설치물이 참 아름다워요.”
“저기 저 설치물 하늘소를 보세요. 서울의 하늘과 땅과 집을 말하는 거라더군요.”
“맞아요. 하늘소는 서울의 하늘과 땅과 집을 상징하는 의미랍니다.”
북촌 할머니가 응수하였다. 난 두 전설의 북촌 할머니의 해설을 들으며 열린송현을 산책하였다.
서울 도시 건축비엔날레 작품
열린송현은 서울 공예박물관 옆에 있는 공원이다. 서울 도심 경복궁 동편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를 서울시가 이양받아 열린 송현공원을 만들어 도시 건축비엔날레를 열고 있었다. 건축비엔날레는 ‘하늘소’란 서울의 하늘과 땅과 도시건축을 주제로 한 설치 작품 전시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이곳은 정확히 인사동에서 안국동으로 올라 옛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가는 길옆에 오랫동안 검은 돌담으로 드리워져 내부를 볼 수 없었던 미국대사관 관저의 담을 헐고 활짝 열린 공원을 만들었다.
공원의 중앙에 남산의 소나무 후손이 서 있었다. 남산의 소나무 씨를 받아 종묘로 키운 소나무를 옮겨심어 놓고 남산 후손 송이라 자랑하며 옛 송현마을이 풍치를 되새기고 있었다. 이곳은 원래 경복궁 동촌의 송현마을이 있었던 곳이다.
서울의 주거지는 서촌, 동촌, 남촌, 북촌이 대표적인데 이곳은 동촌 마을이 있던 곳이다. 일제가 수용하여 동양척식 은행 사택으로 사용하다가 미군에 이양되어 담을 높이 친 대사관 관저로 있었다. 이제 서울시가 이양하여 도시공원을 만들었다. 장차 이건희 회장의 기념관과 유물전시관을 건립한다고 한다.
후에 이건희기념관이 설립되면 그가 소장한 수만 종의 미술, 도예, 공예품과 유물이 전시된단다. 전시관이 건립되면 현대미술관과 더불어 한국의 미술. 공예. 유물이 전시되어 빛을 보일 때 세계적인 문화 강국의 명소가 될 것이다.
하늘소 비엔날레는 도심 속의 자연 정원에서 흙을 밟으며 가을빛 소리와 땅 기운 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건축 조형물 아래서 음악을 들으며 가을동화를 읽는 정서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정원에 들어서자 가을꽃들이 설치 조형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 비엔날레 설치 건축은 조정구란 건축가 작품이라오.”
북촌 할머니가 설명하였다. 서울의 하늘과 땅과 건축을 묘사한 건축 미학의 정수를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숨 쉬는 하늘과 땅과 집이라니 소재가 신기하잖아요.”
건축비엔날레는 5개로 구분되어 있었다. 송현자연 녹지공원. 하늘소 전망대. 파빌리온 집. 페어 파빌리온(삼각구조물)이었다. 그리고 조각공원의 푸른 들녘이었다.
“역시 북촌 할머닌 삶의 체험 해설이 기발해요.”
“아름다운 북촌의 역사를 알려주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죠.”
할머닌 아무도 모르는 북촌 이야길 알려주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북촌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다.
“저기 하늘소 전망대에 올라가 봐요. 서울이 달라보일거요.”
조정구 건축가의 건축 미학 감상
하늘소 전망대: 철제로 된 계단의 탑상 위에 선 전망대였다. 12개의 철계단을 100여 개 밟고 오르면 50여m 상공에 하늘소 전망대가 있었다. 아름다운 서울의 정취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하늘소란 서울이란 장소(所)의 하늘과 땅과 건축물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상단에 오르면 4개의 둔덕(흙언덕)을 만들었다. 그것은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 남산이다. 서울 도성의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의미를 뒀다는 것이다. 전망대에 올라 많은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올라가 본 감상이 어때요?”
“사방로 보이는 서울의 건축물이 아름다웠어요.”
“하늘소란 서울이란 장소의 하늘과 땅과 집을 말하는 거예요.”
“네. 알아요. 참 의미 있는 상상력이 담겼어요.”
파빌리온 원조 집 :인간이 집을 만들 때 원조의 건축 형태는 삼각형이었다. 사람이 처음 집을 지을 때 땅을 고르고. 기둥을 삼각형으로 세우고 서까래로 받쳐 지붕을 만들고 벽을 치는 것이다. 원시의 집은 비바람을 막고 빛과 공기가 잘 소통하는 주거 형태였다. 이 형태를 설치한 것이 파빌리언 원조 집이었다.
사운드 업 아키텍처:세상의 소리와 음악을 모아 놓은 소리의 터널이었다. 23개의 개별 소리 유닛 공간을 만들어 들어서면 각 칸마다 다른 소리와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유명한 작곡가의 작품을 들려주었다. 소리의 공간 포착의 건축 모형이다.
페어 파빌리온(삼각구집 조형): 인간이 만드는 집은 삼각 구조가 가장 안정하고 아름답다. 철제로 삼각 구도의 안전한 집 형태를 조형으로 만들어 보였다. 모든 집은 이 형태로 만들어졌다.
자연사 조각공원 : 넓은 자연조성 공원에 땅과 집의 위치를 선별하여 조성된 마을을 조각공원이 꾸며져 있었다. 같이 공원을 둘러보는데 북촌 할머니가 물었다.
“어때요. 서울 가을 경치가 절경이지요.”
“네. 구경 잘했어요.”
“북촌은 참 아름다운 고장이죠. 서울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여실히 볼 수 있는 곳이지만 북촌 할머니 이야기 해설을 들으니 생동감이 있어요.”
북촌 할머니와 같이 가을빛을 받으면 삭막한 도시에서 자연을 호흡한 가을 산책은 아름다운 서정시였다. 북촌 할머닌 북촌 이야긴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고령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한 걸음으로 북촌을 산책하면 숨은 역사를 조명해주는 분이었다. 북촌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이 많이 모인다. 골목골목마다 서울의 역사적 숨결이 아로새겨 있는 곳이다.
서울의 북촌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주거 문화와 역사를 만끽할 수 있는 고도였다. 전설의 북촌 할머니와 만수옥 할머닌 북촌의 골목을 산책하면서 숨어 있는 재미난 이야길 세상에 알려주는 메신저였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계속 북촌의 고샅길을 걸으면서 재미난 북촌 이야길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가을의 따사한 햇빛을 받으면 열린 송현공원에서 북촌 할머니의 재미난 이야길 듣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김용필]
KBS 교육방송극작가
한국소설가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마포지부 회장
문공부 우수도서선정(화엄경)
한국소설작가상(대하소설-연해주 전5권)
이메일 :danm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