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에서 언어와 문법의 변형을 허용한다. 이를 ‘시적 허용’(Poetic licence) 혹은 ‘시적 자유’, ‘시적 파격’이라고도 한다. 오자를 비롯한 문법 오류가 명백한 미완의 시를 놓고 시적 허용이라고 억지 주장하는 시인을 본 적 있다.
이는 미숙한 시적 역량을 감춰 보려는 방어 기제 작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적 허용이 시의 미학적 완성도를 제대로 갖춰야만 성립 가능한 이론임을 모르는 시인이 뜻밖에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에서 구두점(마침표와 쉼표)을 비롯한 문장 부호 생략도 허용한다. 이것도 문법 변형이므로 광의의 ‘시적 허용’의 범주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생략할 수도 있다. 한국 현대시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라 유별난 일도 아니다. 이들 시 가운데 구두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략한 듯 읽히는 시가 많다. 즉, 시어와 운율의 완성도가 낮아 들숨 날숨의 숨 고르기 혹은 호흡 조절이 불안정한 시가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 구석구석에 ‘시에 마침표를 찍으면 무식하다. 무조건 생략하라.’는 말이 떠돌아다닌다. 그 말 자체가 무식한 것인지도 모르고 이를 받아들이거나 답습하는 시인이 뜻밖에 많이 있는 듯하다.
시에서 구두점 하나하나마다 의미가 담겨 있음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두점을 철저하게 찍든 생략하든 그것은 시인의 의도에 의해서 결정할 문제이다. 구두점은 시인의 철저한 의도적인 장치이기 때문이다.
구두점을 생략하였지만, 완성도 높은 시도 있다. 이런 경우 구두점에 상응하는 시적 장치를 할 줄 아는 시인이다. 아무런 대체 장치도 없이 무조건 생략한 시는 함량 미달일 수밖에 없다. 시인이라면 함량 미달의 시는 발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