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성 칼럼] 날아라 붕어빵

제5회 코스미안상 금상

김봉성

[당선소감] 

 

저는 T발놈입니다. T발놈은 MBTI에서 T(이성)와 F(감성)을 구분할 때, T가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며 만들어진 밈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웃고 넘길 상황은 웃고 넘겨야 하므로 수시로 지적되는 공감 능력 부족에 묵비권이 강제됩니다. 우리는 공감 방식이 다를 뿐인데, 타인의 감정에 무방비로 전염되는 무리들은 우리에게 메마르다고 할 뿐, 우리를 이해하려 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으로 공감합니다.

 

최근 독후감 공모전에서 떨어졌습니다. 그곳은 F들의 세계였습니다. 그 어떤 성찰도 정서적으로 풀어내지 못하면 미숙아 취급 받았습니다. 제 명사들은 부들부들 잇대지는 문장의 흐름을 턱턱 막아서는 돌덩이였습니다. 저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틀렸었습니다. 독후감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구제불능의 글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에는 논리로 구축된 감수성도 존재합니다. 

 

극단적인 T성향 덕분에 편입논술, 입시논술, 독서 논술을 가르치며 밥 벌어먹습니다. 독후감도 제대로 못 쓰는 인간이 논술 강사일 수 있는지 당위성에 쫓깁니다. 오래된 조바심에서 저를 구원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인문학 구멍가게에 볕들었습니다. 올해 시험 치는 제 수험생들과 아직 입시는 남의 이야기라 여기는 코딱지들에게도 이 온기가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선생으로 만들어준 너희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덕분에 T발놈이 F를 충전합니다.

 

그건 그거고, 죽빵맨, 큰형님, 뇌절공주, 농땡이 3인방들, 글쓰기 바랍니다. 성과를 이룬 왜요좌, [지존]브라키오 이외에 게으름을 피울 자격이 있는 학생은 없습니다. 제가 제게 강사로서의 자격을 묻고 증명하듯, 학생들에게 학생이길 요청합니다.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요청하기 위해서 저 또한 계속해보겠습니다.

 

 

제5회 코스미안상 금상 - 날아라 붕어빵

 

살아남은 것들은 양극화되었다. 비싸거나 쌌다. 싼 세계는 참혹했다. 정가의 한가운데를 할복하듯 가로로 선을 긋고, 쏟아진 내장 같은 빨간 글씨로 더 저렴한 가격이 표기되면 비로소 살아남았다. 크리스마스, 새해, 설, 추석, 졸업, 입학, 어린이, 어버이날, n주년, 감사 등 주기적으로 명분을 만들었다. 할인해도 활인(活人)하기 어려워지며 건물 창에 붙은 ‘임대’가 늘었다. 붕어빵은 그 와중에 살아남았다.

 

붕어빵은 비쌀 수 없었다. 손님이 목적을 갖고 찾는 음식이 아니라 길 가다가 눈에 띄면 우연히 소비되므로 길거리에서 흔해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저렴해야 했다. 한편 한 철 장사는 생계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므로 붕어빵은 밥 벌어먹는 사람의 최후 보루였다.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으므로 경쟁도 치열했다. 붕어빵이 비싸다고 느껴진다면, 우리가 저렴해진 것이다.

 

2020년 인간 한 마리는 시간당 8,590원이었다. 목숨값이 반영되면 위험수당이 붙어 비로소 목숨 명(命)자가 눈에 들어왔다. 같은 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2,062명이고, 이 숫자에 포함되지 못한 목숨과 불구가 된 사연이 숨겨져 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목숨값과 교환가능한 붕어빵 개수를 생각하면, 마리와 명 사이가 불투명해졌다. 당시 붕어빵은 3마리 1,000원이었다.

 

2023년 인간 한 마리는 시간당 9,620원이 되었다. 3년간 12% 올랐다. 최저임금은 아르바이트의 보편 원칙으로서 인간의 최소 기준을 제시했고, 최소 보편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는 더 영세해졌다. 우리 동네 붕어빵은 2명 1,000원으로 40% 올랐다. 먹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영세해져 붕어빵에게 명(名)을 양보하는 것은 시장 사회에 인간이 적응하는 양식이었다. 인간은 시장 선택을 따라 저렴하게 진화한 것이다.

 

“대구 시내는 한 마리 700원 하고, 서울에는 1,000원 하는 데도 있어요.”

 

아차 싶었다. 동일 상품을 절반 값에 팔아야 한다면 주인은 스스로 ‘마리’에 가까웠을 것이다. 40%에 눈길을 주느라 원재룟값 상승은 짐작하면서도 ‘인적 자원’이 임대 근처까지 할인되어 있음을 보지 못했다. 2개 1,000원짜리 붕어빵을 먹을 때, 나는 노점 주인의 인건비를 갉아 먹은 셈이었다. 타인의 인건비는 역시, 달달했다. 시간당 몇 마리를 팔아 9,620원을 남길지 몰라야 달달함이 덜 미안했다.

 

운동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붕어빵 두 개를 사 먹는 습관이 생겼다. 걸으며 먹을 거라 봉투에 담지 않고, 손에서 손으로 넘겨받았다. 손안의 따뜻함을 얼렁뚱땅 씹어 먹으며 걷는 5분 안팎, 얼굴을 쓰는 칼바람이 잠깐 온순해졌다.

 

노점은 문 닫은 지 오래된 오토바이 가게와 열쇠 집 앞에 차려져 있었다. 4시에 개점해서 언제 폐점하는지는 몰랐다. 그리고 노점 주인은 응? 방글라데시 사람이었다. 나는 생각에 다문다문 뚫린 구멍을 수습하느라 멈칫했지만, 그는 한국적이자 국제적인 사태를 방글방글 소화했다. 2마리 1,000원에 내재한 억압은 동남아시아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까지의 시간으로 단숨에 설명되었다.

 

그는 친절했다. 마스크 밖으로 눈을 타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선입견이 반영된 탓이겠지만, 그의 친절에는 차별로 담금질 된 야생의 얌전함이 있었다. 혹은 알라의 뜻이었다. 알라는 붕어빵 팥소처럼 적의 없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달달했다.

 

붕어빵은 팥의 가장 성공적인 자아실현 방식인 듯하다. ‘겉바속촉’의 궁극이다. 밀가루 반죽은 여백으로서 단맛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무한하게 품어냈다. 식으면 식은 대로 일반 빵에 없는 촉촉한 쫄깃함을 내놓았다. 팥떡, 송편은 기념일로 연명되고 있을 뿐 음식으로 자체 경쟁력에 의문이 들고, 팥칼국수 먹을 바엔 팥죽을 먹고, 팥죽은 너무 진했다. 붕어빵과 결이 같은 호빵도 있지만 특정 기업 이슈 이후 불매 중이니 팥앙금 계열 음식 천하는 붕어빵으로 일통되었다. 붕어빵 내에서 슈크림, 고구마, 피자 등 분파가 갈려도 근본은 역시 팥이다. 무언가의 최선이 이리 저렴해도 될까?

 

붕어빵이 비싸게 체감되는 이유는 지폐 한 장 최소 단위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10진수의 세계에서 1,000원은 소비 적정 가격, 혹은 최소 가격의 단위였다. 10개 1,000원, 5개 1,000원은 여차하면 끼니를 갈음할 수 있는 소비 적정 단위였다. 3개 1,000원일 때는 끼니와 무관해진 간식 최소 단위로 작동했다. 2개 1,000원은 간에 기별도 전하지 못하며 심리 저항에 부딪혔다. 

 

다만 나는 운동 직후, 저녁 식사 40분 전의 입가심으로서 2개 1,000원에 동의할 따름이었다. 3개 2,000원은 입가심이 될 수 없었다. 4년제 대학 2개와 공단 주거지가 포개진 상권에서 4,000원에 짜장면, 5,500원에 콩나물국밥이나 순두부찌개로 온전한 한 끼가 가능했으므로 2,000원은 입가심 비용으로는 부적절했다. 대한민국 경제 하부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탱하는 것처럼 붕어빵 2개 1,000원은 그렇게 건사 되었다.

 

방글방글 이후 내심, 먹고사니즘에 적합한 붕어빵 적정 가격은 3개 2,000원으로 인식된 모양이었다. 길을 걷다 아저씨, 하며 구걸해온 노인에게 내준 금액은 2,000원이었다. 지갑에서 5,000원이 딸려 나왔지만, 노인의 부름에 멈춰 섰을 때부터 끼니로는 모자라겠지만, 잠깐 달달할 수 있는 최소 단위를 생각했다. 내 2,000원에는 지갑으로 다시 들어가는 5,000원이 묻어 있어 덜 달았을 듯했다. 내 눈은 방글방글하지 못해 노인을 ‘명’으로 본 건지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나는 2,000원으로 ‘선행을 베푸는 나’를 가성비 좋게 구매하는 소비자 한 마리였다. 2마리 1,000원짜리를 사 먹을 때, 구체적으로 미안했다.

 

2마리 1,000원은 파는 쪽에서는 착취당할 각오가 필요하고, 3마리 2,000원은 사는 쪽에서 목적을 가져야 해서 붕어빵은 길거리에서 자리를 잃어갔다. 버스나 지하철역 부근에 당연했던 겨울을, 이제는 붕어빵 지도로 기록되어야 할 정도로 적어졌다. 적어져도 귀해지지 않는 비시장적인 상황은 기후 위기로 서식지를 잃어가는 붕어빵의 생태일 뿐인가, 한다. 마리, 명, 분이 교란된 세계, 하긴, 그게 시장이었다.

 

나는 좀 더 비겁해졌다. 런치플레이션을 관통하고 맞을 겨울, 붕어빵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별생각 없다. 3마리 2,000원, 붕어빵이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찾는다면 나는 아마 사 먹지 않을 것이다. 적정한 것은 임대 근처까지 내몰린 내 통장의 산수는 아니므로. 시장 생태계 하부는 늘 적정하지 않았으므로.

 

 

 

작성 2023.10.12 10:38 수정 2023.10.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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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