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립(自立)은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서는 것을 뜻한다. 교육의 종착점은 자립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에는 걸을 수 없지만 옆에서 도움을 주며 서서히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교육과 일맥상통한다. 이것을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비계(scaffolding)설정으로 정의한다.
아이의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비계를 제공하고 아이는 그 비계를 바탕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 성장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넘어지고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여 계속 보행기를 사용하게 한다면 영영 스스로 걸을 수 없게 된다.
현재 학교의 현장은 자립심을 길러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 교육에 대한 외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기가 어려우며 때로는 교실이라는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교사들은 다양한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고 싶어도 그로 인해 파생되는 예상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와 악성 민원들로 인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포기하곤 한다.
필자가 전공한 안전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역 안전체험관의 자문을 맡으며 체험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안전교육 체험을 하면서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분명 전문가인 담당자가 그렇게 체험을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였으나 지시를 따르지 않다가 다치게 되고 지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여부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의사 선생님이 “달콤한 음식을 먹지 마세요.”라고 하였지만 먹고 나서 “내 병을 고쳐주세요.”라고 하는 것과 같은 상황 아닐까.
이런 상황들이 체험 때마다 여러 번 반복이 되니 체험담당자는 안전사고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 체험은 이러해서 하지 않고 저 체험은 저러해서 하지 않는 식이 되다 보니 안전에 대한 체험을 적극적으로 시켜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안전교육은 아이의 안전 자립심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생기는 작은 상처는 훌훌 털고 일어서야 위험에 대해 인지를 하게 되고 더 큰 사고와 더 큰 상처를 예방한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가 되지 않고서는 언제까지나 아이를 감싸고 있다가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지 못한 채 세상에 내보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교육 상황과 안전교육의 현실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서동욱]
1급 정교사
미국 화재폭발조사관
소방안전교육사 및 소방학교 외래강사
소방안전교육사 국민안전교육실무 교재 편저
어린이 안전교육전문가 사람책(대구시립중앙도서관 등)
한국119청소년단 지도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