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구두점 생략의 역사, 이쯤은 알고 생략하자

신기용

프랑스의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를 비롯한 입체파 시인들은 미술에서의 아방가르드 운동을 시에도 실험했다. 입체파 시인 중에 아폴리네르가 가장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그 당시에는 정형을 깨고, ‘구두점을 생략’한 것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그래서 그의 시를 오늘날에도 ‘파괴의 시학’이라고 평가한다. 그의 시 「비가 내린다」가 대표적인 예이다. 세로쓰기 사선으로 글자를 배열하여 비가 내리는 것처럼 형상화한 회화성의 시각시(視覺詩)이다.

 

또한, 1916년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탄생한 다다이즘에 주목해 본다. 다다이스트들은 아무 뜻도 지니지 않는 시를 통해 기존의 규칙들을 파괴했다. 비논리적으로 연결하는 문장을 구사하고 아무런 연관이 없는 단어나 사물들을 시 속에 병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30년대 이상(李箱)의 시가 그 효시이다. 

 

시의 문법이나 형식을 파괴하고, 언어 대신 숫자나 여러 기호를 시에 끌어들였다. 시에서 ‘띄어쓰기 무시’와 ‘구두점 무시’는 이상의 시에서 최초로 등장하였다는 표현들을 한다. 그러나 ‘구두점 무시’가 아닌 ‘구두점 생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미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1926)에서 시작하였다. 

 

한국 현대시의 초기 시집 중에 철저하게 구두점을 찍은 시집을 예를 들면, 김소월의 『진달래꽃』(1925), 최남선의 『백팔번뇌』(1926), 안확의 『시조시학』(1940),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55) 등이다. 구두점을 생략한 시집을 예를 들면,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김영랑의 『영랑시집』(1935), 백석의 『사슴』(1936), 이육사의 『육사시집』(1946) 등이다.

 

시인 이상의 영향으로 1960년대 후반 이후 삽입구나 도표, 숫자나 기호 등을 시 본문에 장치하더라도 ‘낯설게 하기’ 정도로 해석하고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구두점 생략은 한국 현대시의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언어 변형을 포함한 구두점 생략 등 시적 허용은 무한한 것일까? 광대무변한 시의 속성상 무한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다이스트나 포스트 모더니스트가 아니라면 그 한계와 경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구두점 생략이 한국 현대시의 보편적인 현상이라 하더라도 구두점의 의미를 고민하면서 창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구두점이 시어, 행간, 여백 등과 함께 시 본문의 구성 요소라고 강조해도 무방할 것이다. 구두점이 문장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를 생략할 때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문학비평용어사전』에 “시적 허용은 특별한 미적 성과가 기대될 때 이루어지는 것으로, 작가의 미숙이나 기교상의 무능력을 변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시의 미적 완성도라는 전제 조건을 충족한 뒤에 시적 허용도 가능한 일이다. 

 

‘시에 마침표를 찍으면 무식하다. 무조건 생략하라.’는 그 말 자체가 무식한 것임을 늘 상기해야 할 것이다. 구두점을 찍든 생략하든 그것은 시인의 창작 의도대로 결정해야 한다. 시인의 철저한 의도적인 장치이어야 함에도 몰라서 생략하는 일은 더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3.11.01 10:04 수정 2023.11.01 10:40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광주루프탑카페 숲안에 문화복합공간 #로컬비즈니스탐험대 #우산동카페 #광주..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