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필의 인문학 여행] 소설은 죽었는가

소설의 위기

김용필

소설의 서사는 문화의 얼굴이다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고 ‘소설이 죽고 심지어는 문학이 죽었다.’라고 말하는 작가들이 많다. 책을 읽지 않은 시대에 소설이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말 소설이 죽고 문학이 죽었는가, 그것은 아니다. 뒤돌아보면 소설이 불티나게 팔리던 시대도 있었다. 7.80년대는 장편소설이 출판되기만 하면 2쇄, 3쇄 찍어냈고 많은 베스트셀러 소설들이 속출할 만큼 소설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소설은 서사문학의 극치인 종합예술이다. 그만큼 소설은 다양한 스토리로 지식과 정서를 전해주고 시대를 반영하는 종합예술의 원조로 각종 예술로 각색되어 활용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소설은 영화나 연극, 미디어 극으로 다양하게 변형되었다. 소설은 서사적인 공상과 상상의 총합체이기 때문에 소설의 스토리는 다양한 정서로 활용되었다. 

 

소설을 죽이는 매체 미디어의 자극적 환상

 

현대인은 생각하지 않고 보고 느끼는 환상에 물들여 있다. 그렇게 잘 팔리고 읽히던 소설이 위기를 맞은 것은 독자가 준 것이 아니고 소설을 대체하는 다양한 예술 매체의 출현이었다. 소설이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문학적 소양을 만화나 영상미디어가 상상 이상으로 창작되기 때문에 소설 각색이란 이중단계를 줄여 주었다. 즉 소설의 원본을 각색하여 영화나 연극을 만들고 회화의 소재를 제공했던 각색의 시대는 지났다. 이젠 신미디어 컨텐츠 개발로 소설을 원본으로 각색되던 예술이 그들만의 창작을 만들기 때문에 소설의 영역이 확 줄어든 것이다.  

 

소설의 종합적 예술관과 서사를 다른 매체가 독자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스스로 개발 스토리 작품을 만들어 활용하기 때문에 소설에 의존하던 궤도는 수정되었다. 일단 자신의 장르를 개발하여 쓰는 이익이 각색이란 시간적. 경제적, 간접자금을 줄이는 경향 때문에 소설이 예술의 원조란 개념이 깨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나리오는 소설을 각색한 것보다 훨씬 고차원으로 개발되었고 작가가 직접 영화 대본을 쓰고 만화로 콘텐츠를 창안하고 웹툰으로 창작해 내는 바람에 소설의 서사문학의 아성이 깨진 것이다. 

 

게다가 각종 미디어 매체의 개발은 소설보다 훌륭하게 다양하고 적극적이고 실감 나는 정서를 그려내기에 소설의 영역은 더욱더 좁아지고 소설은 고전적인 창작이 되어 버렸다. 오늘날처럼 급속도로 다변화하는 시대에 다양한 예술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개발되어 지식과 정서와 소양을 전달한다면 책에서 지식과 정서를 얻는다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소설이 죽었다는 주장은 편협한 소견이다. 소설만큼 인간의 감정을 치밀하고 절절하고 실감이 나게 풍부한 정서로 그려내는 장르가 없으므로 소설의 서사는 인간의 감성 이입과 산출에 가장 적합한 표현양식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책과 소설이 출판되는 것으로 봐서 그만큼 문학을 요구하는 정서가 많다는 것이며 그중에서 소설의 가치는 더욱 존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콘텐츠를 만드는 종합예술이다.

 

소설이 유행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었다. 소설은 다양한 서사라는 면에서 모든 예술 문화 콘텐츠의 원본임은 자타가 부인 못 하는 사실이다. 독서를 안 하는 시대에 소설은 종합예술의 원본으로서 가치를 잃었다. 독서로 익혀졌던 것을 다른 예술과 미디어 매체가 분산되어 보충하는 바람에 일어난 것이다. 즉 책이 가져다주는 소양의 가치를 다른 매체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 폰과 방송 영상 매체의 발달로 독서 인구가 현저하게 줄었고 오히려 영상 매체가 관객의 관심을 보인다. 그것은 생각보다는 시각적 청각적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며 시간적 경제적 소모를 줄인다는 의미가 된다. 

 

외형으로 보기엔 문학예술의 가치가 떨어지고 따라서 문화의 퇴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예술 매체의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설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스마트 폰 같은 다양한 콘텐츠 매체의 활용과 콘텐츠 개발로 독서 인구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그들 매체나 콘텐츠가 감당하지 못할 부분을 소설이 화려한 서사적 정서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아직은 소설이 죽지 않았다. 소설의 힘은 인간의 가치를 문학이란 서사로 보여주는 무한한 정서라고 보겠다. 소설이 감당했던 서사적 예술이 만화나 영화, 연극의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담아내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하여도 소설만큼 인간의 정서에 깔린 예리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설은 영원할 것이다.  

 

소설은 아름다운 인간의 정서를 그리는 예술이다

 

소설에서의 서사적 묘사는 다른 어떤 장르의 예술이 따를 수 없는 정서를 가진다. 독서는 마음의 거울이다. 독서를 통하여 갖추어지고 얻어지는 지식과 교양이 인격이란 인품으로 나타내는데 소설은 이야기 속에서 양질의 소양을 그려냈다. 이야길 통하여 서사 되는 경험과 소양들이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모형이 되었다. 소설이 거짓 이야기라지만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아니고 인류가 살아온 이야기다. 인간의 사랑과 슬픔, 저주와 질투.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린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아름다운 서사의 고급 정서를 음미할 수 있었다.

 

외국 여행을 해보면 기차나 전철에서 그리고 공원에서 누구나 소설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 매체 속에서도 일본인들의 독서광은 유별나다. 그들은 교양과 지식의 가치를 책에서 얻어 정서의 함양으로 여긴다. 소설의 서사적 삶을 독서로 얻고 즐기는 것이다. 누구나 문학 서적 한 권쯤은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는 것이 문화 시민의 표상이다. 

 

소설에서 세상을 배우다

 

소설은 세상 사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낸 것이다. 독자에게 간접경험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오만가지 삶의 모형을 보여 준다. 소설은 인생을 그려내는 것이기에 그곳에 아픔도 있고 슬픔도 있으며 아름다운 사랑과 행복한 모형이 있는 것이다. 과거를 알고 오늘을 살며 미래를 점치는 것이 소설의 이야기다. 그들의 소설 이야기에서 들려주는 삶의 모형은 미래를 구상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자산이다. 

 

과거를 보지 못하고 현대만을 본다면 우린 어떤 미래를 살 건인가를 모른다. 그것을 이야기를 통하여 들려주는 것이 소설이다. 시대를 비판하고 시대를 찬양하며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감정으로 표현하는 소설 속에서 우린 세상을 배운다. 따라서 소설은 가식적이지만 솔직하고 리얼하게 묘사되는 사상이며 자존심이다.

 

소설가의 사명감은 문화의 창조다.

 

소설가는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떤 소재를 이슈화시켜 어떤 맥류로 써야 하는가, 그리고 묘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란 주제를 높고 많이 고민을 한다. 소설이 주는 문화 예술적 공감대를 염두에 두고 사회적, 문화적, 시대적 변화에 예민한 정서를 가지고 작품을 써야 한다. GPT가 천재적 기량을 뽐내며 문학이라는 미명을 빌려서 아름다운 문장으로 소설을 쓰는 시대라고 하지만 소설가의 두뇌만큼 섬세하고 다양한 정서를 함축성 있게 서사할 수는 없다. 

 

적어도 소설가는 작품으로 나타내는 이슈만큼 작가적 사명감으로 현실을 비판, 조언, 예시해 주는 번득거리는 지혜를 지녀야 한다. 그래서 작가는 미래를 보는 눈이라고 하였다. 적어도 작가는 어용학자가 되어 힘 있는 자의 편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인 약자 편에 서서 약자의 문제에 귀를 기울여 줘야 한다.

 

작가적인 양심이란 뭔가? 바른 것을 바르다고 말하고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이 양심이다. 작가는 작품 속에 작가의 생각과 사회적인 요구사항을 언급하고 비판 조언하는 의식을 갖는 것이 작가적인 소명 의식이다. 작가가 잘못된 조류에 편승하거나 찬양하거나 침묵하는 것은 작가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다. 적어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조언을 예시해 주어야 한다.

 

소설가는 작가적인 사명감과 작가적 양심으로 시류와 세태를 비판하는 의식으로 글을 써야 한다. 생각 없이 쓰는 작품은 생명이 없는 글이다. 즉 문학성이 없는 글이 되고 마는데 문학성이란 작가의 자존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김용필]

KBS 교육방송극작가

한국소설가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마포지부 회장

문공부 우수도서선정(화엄경)

한국소설작가상(대하소설-연해주 전5권)

이메일 :danmoon@hanmail.net

 

작성 2023.11.08 10:21 수정 2023.11.0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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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