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오용하고 있는 우리말

김관식

문인이나 방송인, 또는 각종 간판, 각 기관 등에서 우리말의 뜻을 잘 알지 못하고 오용한다면, 그것이 굳어서 결국 우리말의 질서가 무너지게 되고, 의사소통하는데 혼란이 야기된다. 최근 들어 젊은 세대들이 그들끼리만 서로 소통하는 은어, 신조어를 만들어 쓰고 있는데, 이로 인해 세대 간의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언어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고, 낱말이나 문장을 축약하는 인터넷 언어로 순수한 우리말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말을 아끼고 가꾸어야 할 문인들이나 사회지도층들, 그리고 지방행정기관이나 단체 등에서 한글의 본래 뜻을 왜곡하여 사용하고 있다면, 결국 한글이 파괴되고 언어 혼란을 일으키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말을 바로 쓰지 않고 마음대로 뜻을 바꾸거나 잘못 써서 언어 질서가 무너지게 되면, 사람들 간에 서로 의사소통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문인이나 예술가, 또는 방송인들이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데 앞장서야 함에도 오히려 이들이 우리말을 오용하고 왜곡시키고 있다면, 언어 질서가 파괴되고, 언어 혼란이 가속화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 구체적인 우리말의 오용 사례를 살펴보면, 아까시꽃을 아까시아꽃으로 오용한 “과수원 길”이라는 시가 노래로 불린 결과, 일반인들이 아끼시꽃을 아까시아꽃으로 전혀 다른 개념으로 바뀌어놓았다. 그리고,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기 고장에 아까시나무가 많아 오월이면 아까시나무꽃이 피어 이를 지방 축제화해서 해마다 축제를 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행가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노래가 민들레 씨앗을 민들레 홀씨라고 잘못 불리면서부터 민들레 씨앗이 민들레 홀씨로 오용되고 있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식물의 분류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버린 엄청난 결과를 빚어 지금도 민들레 홀씨를 당연한 것으로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문학인이나 예술인의 작은 한글 오용이 한글맞춤법을 파괴하는 데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디.

 

민들레는 유성생식을 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홀씨가 아니라 씨앗이다. 홀씨는 무성생식을 하는 곰팡이, 박테리아 등의 홀씨를 일컫는 말인데, 노래 가사가 잘못되어 일반인들이 무심코 민들레 홀씨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민들레는 꽃이 지면 씨앗에 갓털이 붙어 바람이 불면 멀리 날아간다. 그런데 민들레는 홀씨 번식을 하지 않는데도 무성생식하는 식물로 개념을 바꿔놓았지만 아무도 바뀐 줄도 모르고 지금까지도 민들레 홀씨로 오용되고 있는 사실은 문인들이나 예술가들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고도 남음이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문인들의 글에서 일제강점기 때 우리말로 굳어져 일반인들이 무심코 쓰는 일본말을 우리말로 알고 쓰고 있다면 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무심코 쓰는 음식과 관련된 일본말로는 쯔끼다시, 오도리, 정종, 이시가리, 미주구리, 샤부샤부, 오뎅, 덴뿌라, 다찌노미, 로바다야끼와 와리깡, 스끼야끼, 곤야꾸, 스시, 사시미, 다데기, 다깡, 와사비, 닭도리탕, 요지, 와리바시 등이 있다. 그리고 에리, 나시, 스봉, 가다마이, 나와바리, 가라오케, 십팔번, 기스, 쇼부, 가쿠목, 구르마, 너러시, 노가다, 뼁끼, 단도리, 빠루, 함바, 가오, 빠께스, 쓰메끼리 등등 너무나 많다. 

 

시인이 무심코 시에 일본어를 우리말로 알고 오용한 사례가 종종 있는데, 그 사례하나를 들면, 전남 신안의 임자도 전장포라는 곳에 있는 시비 속 “산마이 그물”이라는 일본말 시어의 오용 사례를 손꼽을 수 있다. 그 밖에도 일본말을 우리말로 알고 시어로 오용하여 쓴 시들을 종종 발견되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작고 문인의 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왜 문학관이라고 하지 않고 왜 기념관이라고 했을까? 의문이 생겨 전시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다른 곳의 문학관과 다를 바가 없었다. 기념관이란 말의 사전적인 뜻은 “뜻깊은 일을 오래도록 기념하기 위해 지은 집”이다. 만약 작고하신 문인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해서 큰 업적을 남겼다거나 사회봉사 사업에 큰 공을 세웠다면, 그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서 기념관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는 문학관을 세운 행정자치기관의 실무자가 잘못 명명하여 간판을 붙인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념관이 아니라 문학관으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얼마 전에 벌어졌다. 어느 지역에서 문학박람회가 열렸다. 학문이나 예술의 한 분야를 뜻하는 문학을 박람회로 명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 박람회라는 낱말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박람회라는 낱말의 뜻은 “온갖 물품을 전시, 진열하고 판매, 선전, 우열 심사 등을 하여 산업 생산물의 개량 발전 및 산업 진흥을 꾀하기 위해 여는 전람회”였다. 여러 나라에서 개최되었던 박람회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하나같이 박람회는 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박람회가 열렸었다. 

 

그런데 상품이 아닌 문학을 상품화하여 박람회를 개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문학이 상품화되어 거래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닌데도 문학을 상품화했다면, 문학작품의 출판물이 이에 해당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박람회가 아니라 출판물의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출판산업을 진흥을 위한 취지였다면, 문학출판박람회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문학이 산업이 아님에도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박람회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한글을 오용한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축제라는 말은 “어떤 대상이나 분야를 주제로 하여 벌이는 대대적인 행사”를 뜻한다. 특정 지역의 문학 분야를 주제로 지역을 널리 알리고 지역민의 화합과 자긍심을 높이는 행사“인 문학축제를 문학 박람회라고 명명한 것은 분명 개념의 혼돈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이와 같이 주최 측 실무자들이 축제와 박람회 개념을 잘못 알고 축제가 박람회로 뒤바뀐 실수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심코 외래어를 문학작품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언어의 파괴에 앞장선 무뢰배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3.11.13 08:00 수정 2023.11.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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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