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금오산(金鰲山) 향일암(向日庵)

여계봉 선임기자

 

금오산(金鰲山향일암(向日庵)

 

 

여수에서 

연륙교로 이어진 장군도를 지나 

돌산도 아랫녘 금오산 자락에 이르면 

바다를 베개 삼은 

향일암(向日庵)이 떠 있다

 

절벽에 숨은 절집을 향해

코를 땅에 박고

사하촌(寺下村)을 지나

일주문을 오르며 생각한다

 

 

세상사도 이처럼 

허투루 이루어지는 게 없고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이것도

불교의 인과법(因果法)이요

연기법(緣起法)이 아닌가

 

거북 등껍질 모양 바위를

문으로 삼기도 하고 

기둥으로 삼기도 하여 

바위 절벽에 붙어서

빠끔히 문 열어놓은 절집

 

 

하늘 가린 동백나무들의 차양이 물러나니

동트듯 산기슭이 훤해지는데

거기 청명한 마당에 대웅전이 있다

 

석문(石門) 일곱 개를 지나며

고개 숙여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을 일곱 번 해야 

친견할 수 있는 관세음보살

 

중생의 아픔은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고

그 아픔 어루만지기 위한

기도와 발원은 이어지나니

 

 

금거북이(金鰲) 경전 지고 

남해로 들어가는 모습을

처연하게 바라보며

관세음보살은

중생의 간절한 서원(誓願)을

넉넉한 품으로 받아들인다

 

 

선가의 스님들도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승냥이 우는 후미진 산방에서 

홀로 머물러 도를 구하고

이렇게 구한 도로 중생을 구한다

 

얼마 전

어느 자리에 있건 간에

기도와 염불로

중생들의 눈과 귀를 밝혀 주어야 할

지도층 승려께서

 

선업(先業)도 없이 

불살생(不殺生)의 계율을 초탈하여

사찰 건물을 불태우면서 

소신공양(燒身供養) 하셨다니

 

어리석은 중생들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운무 속에서 우왕좌왕한다

 

 

좌선한 나무들

묵중한 바위들

잔잔하기만 한 한려수도에는

침묵이 흘러내린다

 

절집을 나서는데

초겨울 햇살에 

암자는 노승처럼 졸고 있고

발을 디디고 선 절 마당은 

응달이 들어 차갑기만하다.

 

※금오산 향일암: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금오산에 있는 사찰이다. 향일암은 전국 4대 관음 기도도량 중의 한 곳으로,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원통암이라 불렀다. 고려 광종 9년(958)에 윤필거사가 금오암으로, 조선 숙종 41년 (1715년)에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개칭했다. 남해의 일출 광경이 장관을 이루어 향일암이라 하였으며, 또한 주위의 바위 모양이 거북의 등처럼 되어 있어 영구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암절벽 사이의 울창한 동백나무 등 아열대 식물들이 어우러져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매년 1월 1일 향일암 일출제가 열리고 있어 이곳 일출 광경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적과 싸웠던 승려들의 전적지이기도 하다. 여수 시내에서 111, 116번 버스가 향일암 밑 임포마을까지 운행한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3.12.07 11:02 수정 2023.12.07 11:23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여계봉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