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캐나디언 로키(Canadian Rockies)의 대자연과 교감하다

겨울을 제대로 즐기려면 캐나다 여행이 답이다. 겨울이 더욱 매력적인 캐나다 특유의 겨울 감성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캐나디언 로키'이기 때문이다. 안데스산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로키산맥에서 캐나다에 해당되는 부분을 일컬어 캐나디언 로키라고 부르는데, 누구나 동경하는 꿈의 여행지다. 밴프, 재스퍼, 요호, 쿠트네이 등 4개 국립공원과 그에 인접한 3개의 주립공원을 통칭하여 이르는 말인데 그 중 핵심은 밴프 국립공원이다. 

 

캐나다 1번 고속도로(The Tance-Canada Highway)는 캐나다 서쪽 끝 밴쿠버의 빅토리아에서 동쪽 끝 뉴펀들랜드 세인트존스까지 무려 7,821km 길이다. 그 중 캐나디언 겨울 로키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밴쿠버에서 캘거리까지 1번 고속도로 약 1,000km를 달리면 거대한 설산의 파노라마와 눈에 덮인 삼림과 호수들과 야생동물까지 만날 수 있다. 살아 있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로키의 심장부에서 무채색 로키의 풍광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캐나디언 로키의 출발지 밴쿠버

 

BC주 남동부 중심을 가로지르는 해발 1,200~1,400m의 고지대를 지나는 5번 도로 코키할라 하이웨이를 따라 준 사막지역이며 컨츄리 음악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락 페스티발로 유명한 메릿을 지나 사우스 탐슨 강을 따라 달리면 목재의 도시이자 내륙 교통의 중심지인 캠룹스(Kamloops)를 만난다. 이곳은 라스베가스와 모하비사막, 아리조나로 이어지는 북미 사막의 북쪽 끝이다. 캠룹스는 인디안 말로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 즉 양수리라는 뜻이다. 여기서 길도 갈라져 밴프로 가는 1번 도로와 재스퍼로 가는 5번 도로로 나뉘는 아름다운 강변도시다. 1번 도로에는 사박사박 쌓인 눈 위로 자꾸 눈이 내린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으로 산의 적막이 깊어진다. 나무도 숲도 계곡도 하늘도 일체가 묵언에 들어 있다. 눈 외투를 두른 하얀 산의 스키장 슬로프에도 눈꽃이 난무한다. 

 

캠룹스에서 1번 고속도로로 갈아타니 도로를 따라 물줄기가 계속 따라오는데, 강이 아니라 4개의 큰 호수가 이어진 것이다. 설산이 장엄하게 드러나자 용들이 햇살에 젖은 몸을 말리는 모습 같다. 풍경이 생사를 초탈하게 만드는 비경이다. 약 두 시간을 더 달려 이름 그대로 연어의 도시인 살몬암(Salmon Arm)에 도착한다. 10월이면 태평양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 떼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휑한 벌판에 머쓱하게 홀로 선 호텔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캠룹스에서 살몬암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설국이다.

 

이른 아침, 1번 고속도로로 올라서자 사위는 설국이다. 웅장한 설산들 사이 눈발 너머로 아득한 백지 한 장이 놓여 있다. 빙하 품은 설산을 수면에 드리웠던 에메랄드빛 호수도, 키다리 전나무 숲도 눈 내리는 소리에 지워져 적막하다. 눈발이 잦아들자 백지장 위로 말 줄임표 같은 점들이 몇 개씩 모습을 드러낸다. 눈 앞에 펼쳐지는 순정한 순백색 도화지가 펼쳐지자 여행의 노곤함은 일순간에 사라진다. 눈보라가 치는 설국을 지나자 콜롬비아강이 철교 아래로 지나가는 로키산맥 지역의 철도 교통 중심지 레벨스톡에 도착한다. 레벨스톡은 1880년대 CPR이 개통되면서 형성된 도시로, 인간이 만들어낸 열차와 광산업으로 도시가 성장했지만 겨울만 되면 1m를 훌쩍 넘게 쏟아지는 눈과 높은 산에서 일어나는 눈사태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하지만 눈이 많은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해 겨울 스포츠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콜롬비아강이 도심 가운데를 지나는 눈의 도시 레벨스톡 

 

1번 하이웨이를 따라 계속 가면 글라시아 국립공원에 속하는 해발 1,330m의 로저스 패스(Rogers Pass)를 지나게 된다. 대륙 철도와 1번 고속도로 구간 중 중 가장 험난한 구간인 이 지역을 로저스라는 사람이 측량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고개는 깎아지른 절벽과 협곡으로 인해 겨울에는 눈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재해 지역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유난히 꼬불꼬불하고 가장 험준한 로키의 문턱, 로키산맥의 장엄한 침엽수림을 지나면서 눈발 휘날리는 설경을 차창 너머로 감상한다. 

 

겨울에는 연평균 강설량이 10m가 넘기 때문에 캐나다 정부와 포병부대가 합세해 눈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도로 곳곳에 105mm 곡사포를 설치하고 눈사태가 예상되는 산으로 대포를 쏘게 된다. 이때는 어김없이 도로가 몇 시간씩 통제되기도 한다. 철로는 이미 오래전에 이 고개 밑에 건설된 터널로 이동하기 때문에 눈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만 차량들은 예외다. 그러나 눈사태가 빈번히 발생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눈사태 방지용 터널(Snow Sheds)이 만들어져 있어 차량들이 도로를 이동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로저스 고개에 올라서니 방금 내린 폭설로 대형 화물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눈에 갇혀 줄지어 서 있다. 

 

고개에 서서 흑과 백만이 존재하는 로키의 무채색 산경의 운치를 훔친다. 키 재기라도 하듯 눈을 덮어쓴 채 병풍처럼 서 있는 장대한 침엽수들, 만년설에 덮여 있는 3,000m급의 웅장한 설산, 숲에서 풍겨 나오는 신선한 향긋함, 삼나무 숲을 헤집고 들어오는 햇살들의 짜릿함. 이 모두가 창조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자연의 가슴 뭉클한 비경이다. 잠시 순백의 설원에서 어린아이 마냥 겨울 왕국을 맘껏 즐긴다. 

 

폭설로 로저스 고개에 갇힌 대형 화물차들

 

아랫마을 골든을 향해 내려가는 골짜기는 깊고 어둑하다. 빛깔도, 움직임도, 소리도 모두 지운 채 적멸처럼 잠잠하다. 길고 험한 로저스 패스를 지나면 컬럼비아 밸리(Columbia valley)로 유명한 작은 고산도시 골든(Golden)이 나온다. 골든을 지나 밴프 가까이 오니 장엄한 설산의 연봉들이 좌우로 기립하여 우리 일행을 반긴다. 세상의 시작이자 끝을 느끼게 하는 낯설고 험한 설산과 눈에 덮인 고요한 호수들. 가슴을 울리는 우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 드디어 밴프 국립공원에 들어선 것이다. 총연장 1,600㎞, 너비 40~80㎞로 최고봉인 롭슨(Robson, 3,954m)을 비롯하여 해발 3,000m 안팎의 산봉우리들이 수없이 솟아 있으며, 산자락마다 우거진 숲과 골짜기마다 청명하고 아름다운 호수들이 눈에 덮여 있다. 그야말로 발길이 닿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설원의 풍경이 펼쳐지는 순수 자연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밴프 국립공원의 수문장 캐슬 마운틴(Castle mountain, 2780m)

 

밴프 국립공원은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으로 때 묻지 않는 야생의 세계와 야외활동에 적합한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춘 곳이다. 로키산맥의 품에 안긴 밴프 국립공원은 여행자에게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 산꼭대기는 하늘과 맞닿아 있고, 거대한 빙하가 벼랑을 따라 이어지며, 투명한 호수는 보석처럼 빛나고 울창한 숲이 드넓은 계곡을 수놓는다. 특히 겨울의 밴프 국립공원은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군이 위용을 드러내며 여행자를 유혹한다. 얼어붙은 호숫가를 하이킹하거나 개썰매, 썰매 마차, 아이스 클라이밍, 헬기 투어 등 짜릿한 액티비티를 경험하며 밴프의 경이로운 대자연에 다가설 수 있다. 수준 높은 미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과 바, 베이커리는 물론, 다채로운 상점으로 가득한 밴프 타운 또한 겨울 로키 여행의 묘미를 상승시킨다. 

 

상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레이크 루이스 숙박촌에서 이 지역 명물 연어 스테이크와 알버타산 쇠고기 스테이크로 식사를 끝내고 10분 거리에 있는 레이크 루이스 호수를 찾는다.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는 캐나디안 로키의 최고 절경이자 밴프 국립공원 소개 책자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명소다. 길이 2.4km, 폭 1.2㎞, 수심이 70m로 빙하가 흘러 내려 고인 호수인 레이크 루이스는 밴프 국립공원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 10대 절경 중에 하나이다. ‘로키의 보석’으로 불리며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안겨주던 여름의 레이크 루이스는 눈과 숲과 흐린 하늘의 흑백 조화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로키에 자리잡고 있는 수많은 호수 가운데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 호수는 연간 2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호수로 들어가는 눈 덮인 숲은 겨울 왕국이다. 겨울철에는 영하 20~30도의 기온에 폭설이 이어지며 얼어붙은 호수는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의 놀이터로 바뀐다. 

 

 템플산(3,543m)과 빅토리아 빙하에 둘러싸여 있는 레이크 루이스

 

레이크 루이스란 이름은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딸 캐롤라인 루이스에서 따온 것이다. 그녀는 당시 캐나다 총독 론 공작의 부인이었다. 호수 벌판 멀리서 점 몇 개가 점점 커지더니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호수 건너편 끝까지 다녀올 수 있는 왕복 1시간 거리의 산책로는 명품 하이킹 코스다. 여름에는 곰의 출현으로 가끔 숲길이 차단되지만, 겨울에는 눈사태 때문에 공원관리소에서 수시로 길을 차단한다. 

 

호수 주변은 울창한 숲이 있고 그 아래에는 조용한 오솔길이 있다. 이 길을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은 키다리 전나무와 소나무들이 온몸에 두꺼운 눈 외투를 두르고 서 있고, 발자국 하나 없는 인적 끓긴 숲길은 한없이 고요하다. 48개의 트레킹 코스 중 겨울에는 미러 호수나 페어뷰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2~3㎞의 완만한 숲길만 개방된다. 겨울 숲길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 말이 끄는 썰매가 있다. 마차에 바퀴 대신 두개의 썰매를 단 10인승 말 썰매다. 숲길을 따라 흔들리며 호수 끝 쪽 벼랑의 얼음폭포를 감상하고 돌아오는 왕복 4㎞짜리 코스를 즐길 수 있다. 호수 얼음판에서는 스케이트를 타거나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호반에 서 있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샤토’는 성이란 뜻인데 말 그대로 로열 패밀리나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 찾았던 호화 호텔이다. 영국의 에드워드 8세를 비롯해 엘리자베스 2세, 덴마크 마가렛 여왕, 요르단의 후세인왕 등 로열 패밀리는 물론 앨프리드 히치콕, 마릴린 먼로, 크리스토퍼 리브, 앤지 디킨슨 같은 명사들이 다녀간 곳이란다. 어쨌든 1920년대 이후 영화 촬영도 많이 해서 한때는 북쪽의 할리우드란 별명도 얻었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 장엄한 빙하, 빛나는 에메랄드빛 호수에 둘러싸인 이 호텔은 캐나다 태평양 철도회사에 의해 19세기 말 완공돼 100년간 아웃도어 액티비티 마니아와 등산가를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으며, 요즘은 레이크 루이스를 찾는 여행자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인공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된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

 

호텔의 레이크 뷰 객실에서는 창문을 열면 로키산맥과 레이크 루이스의 아름다운 풍광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이름처럼 객실 어느 창문을 통해서도 탬플 산의 웅장한 산세를 볼 수 있고, 호수의 평화로운 겨울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1월 중순에는 호텔 주위에서 밴프의 대표 겨울 축제로 꼽히는 아이스 매직 페스티벌(Ice Magic Festival)이 성대하게 열린다. 

 

밴프 가까이에 있는 설퍼산은 산 중턱에 자리한 유황(sulphur) 온천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1,400m에서 곤돌라를 타고 8분 정도 이동하면 2,218m의 설퍼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의 4층 전망대 루프톱에서는 캐스케이드산(2,998m), 에일머산(3,162m), 브루스터산(2,859m),  런들산(2,948m) 등 로키의 준봉들이 뿜어내는 장대한 풍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설퍼산 중턱에 있는 어퍼 핫 스프링스 풀은 밴프를 찾는 여행객들이 눈 덮인 주변 바위산들과 숲이 바라보이는 섭씨 39도의 유황 노천탕에서 피로를 푸는 곳이다. 류마티즘에 시달리던 곰들도 여기서 치료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이 온천은 풍부한 광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설퍼산에서 바라본 밴프 다운타운과 로키의 준봉들

 

밴프국립공원 주변 관광과 레포츠 여행의 출발점은 3,000m급 바위산들에 둘러싸인 인구 8,000명의 작은 도시 밴프(Banff)다. 빼어난 자연 경관 만큼 다채로운 쇼핑과 문화를 즐기기 위해 각 나라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밴프 시내는 그야말로 동화마을 같다. 사방에 흰 눈을 이고 있는 고봉들이 도열해 있고 거리는 예쁜 건물과 상점들로 활기가 넘친다. 밴프 애버뉴를 따라 거닐다 보면 디자이너 부티크, 아웃도어 숍, 여행사, 스파, 클럽, 바, 호텔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로키를 찾는 여행자로 늘 활기 넘치는 밴프 애버뉴

 

밴프 시내를 활 모양으로 감싸고 도는 강이 보우강이다. 밴프에서 보우 강이 있는 계곡으로 들어가는 숲길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길이지만 도로가 빙판길이어서 모두 바짝 긴장한다. 보우폭포와 보우강은 플라이낚시 장면이 인상적인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가을의 전설’과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흐르는 강물은 돌아오지 않지만 이곳의 연어처럼 눈 녹는 계절에 다시 여기를 찾고 싶다. 

 

보우 강기슭의 언덕에 자리한 125년 역사를 지닌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은 스코틀랜드 귀족의 성과 유럽의 대저택 분위기를 풍긴다. 이 호텔을 꼭 찾아야 할 이유 중 하나가 애프터눈 티 때문이다. 이곳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주문하면 새하얀 테이블보 위로 반짝이는 커트러리가 세팅되고, 스콘과 샌드위치, 쿠키, 케이크가 담긴 트레이가 차례로 등장한다. 로키의 경관을 바라보며 우아하게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동안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로키의 고성′으로 불리는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 

 

밴프에서 캘거리 방향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카나나스키스의 숲속에 위치한 카나나스키 빌리지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푼 후 뷰포인트 코스를 산책하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로키산맥을 바라보며 캐나다 빙하맥주 코카니(Kokanee) 캔 맥주를 마신다. 우리나라의 용평리조트와 비슷하게 스키장, 골프장, 하이킹 트레일, 실내외 수영장, 노르딕 스파 등을 갖추고 있는 이 호텔은 객실도 넓고 좋지만 해발 1,500m의 고지대에 위치하여 주변 경관과 산책코스가 뛰어나다. 아름다운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 카나나스키스 빌리지 림 트레일(Kananaskis Village Rim Trail)과 로키의 청정 자연을 마음껏 감상하면서 야외에서 핀란드식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노르딕 스파로도 유명한 곳이다.  

 

갤거리 숲속의 카나나스키 빌리지는 2002년 G8 정상회담이 열린 곳이다.

 

호텔에서 일찍 출발하여 투잭 호수로 올라가는 길도 아름답지만 중간에 만나는 산양과 엘프 같은 야생동물도 특별한 경험이다. 이 호수는 이름 그대로 두 사람의 잭이 발견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투잭 호수 바로 위에 미네완카 호수는 인디언들이 영혼이 떠도는 호수라 부르는 거대한 인공호수다. 밴프 동쪽 보우강 상류에 3개의 댐을 막아 만든 호수 주위로 험준한 바위산들이 늘어서서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왕복 8시간 코스의 호수 주변 숲길 트레킹과 6~20㎞ 코스 크로스컨트리 스키로 호수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으며, 겨울철에는 빙어낚시를 즐기려는 강태공들이 많이 찾는다.

 

폭 2㎞, 길이 20㎞의 인공호수 미네완카 호수

 

호수 구경을 끝내고 캔모어로 가면서 차창을 통해서 바라본 런들산의 8개의 봉우리는 터프한 남성미가 넘친다. 로키의 바위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팀버라인(Timberline), 즉 수목 성장한계선이다. 고도가 1,500m인 캔모어에서는 팀버라인을 기준으로 흑과 백으로 나누어지는 바위산들을 바로 눈앞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수목이 자랄 수 있는 한계선은 해발 2,200m 정도라고 하는데, 팀버라인 위의 바위산과 팀버라인 아래의 침엽수림이 한데 어울려 펼쳐지는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무채색 풍경이 내내 이어진다. 

 

그동안 캐나디안 로키는 밴프, 레이크 루이스 호수 등이 '매혹'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광활한 자연이 뿜어내는 매력은 몇몇 관광명소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밴프로 향하는 길목의 캔모어(Canmore)는 로키에 기댄 조용하고 작은 도시다. 'You Can More Live'를 줄여 만든 마을 이름처럼 알버타 주 장수마을로 알려진 이곳은 밴프, 캘거리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초원과 설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지역으로, 야생 속에서 말을 달리고 설산의 상공을 헬기로 나는 이채로운 체험들이 진행된다. 특히 선홍빛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로키를 만나는 체험은 색다른 전율이다. 로키는 아래서 올려다볼 때보다 위에서 조망할 때 느끼는 감동이 더 강렬하다. 창공에 오르면 끝없이 출렁거리는 로키의 설산들이 발아래에 도열한다. 

 

캔모어에서 볼 수 있는 수목 성장한계선 팀버라인

 

로키여행을 통해 느낀 첫 번째 감상은 자연이 주는 ′생경함′이다. 그것은 단순한 낯섦이 아니다. 오직 문명과 동떨어진 원초적인 자연 속에서 여행자가 느끼는 ′지구를 떠난 것 같은′ 해방감이다. 두 번째는 해발 1200m~2200m의 1번 고속도로를 끝없이 달리며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광활함′이다. 거대한 빙하와 만년설 덮인 웅장한 산봉우리들을 두고 많은 산악인들은 캐나디안 로키를 "스위스를 100개 합쳐 놓은 것 같다"고 표현한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캐나디안 로키를 자연 그대로 보전하려는 현지인들의 노력이다. 관광지에는 꼭 필요한 시설물만, 그것도 자연을 거슬리지 않게 목재를 사용하고, 마을 외에는 매점이나 자판기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야생동물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기지국이 별로 없어 와이파이도 잘 터지지 않는다. 이런 점들은 자연 속에서도 편의성만 추구하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3.12.20 11:22 수정 2023.12.21 11:5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여계봉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