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나는 재벌이 아닌 성공한 노동자”라고 했다는 정주영이 성공한 노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달리 보기’ 때문 아니었을까. 정주영뿐 아니고 어느 시대 어느 분야에서든 크게 성공하고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매사에 달리 보기를 한 사람들인 것 같다. 심지어 우리가 사회생활 하는데도 달리 보기가 필요하지 않은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지어낸 얘기인지는 몰라도 길을 가다 반대편에서 오던 사람과 세게 마주치고 화가 나서 “당신 눈멀었어?”라고 소리 치고 쳐다보니 장님이더란 이야기가 있다.
나의 동료 중에 ‘자이디’라는 인도어 법정통역관이 있다. 평생토록 파키스탄 항공사에 근무하다 지난해 은퇴한 친구다. 독실한 무슬림 신자로 매일같이 새벽 2시면 기상해서 한 시간 동안 몸을 씻고 두 시간 알라신께 기도한 다음 9시까지 출근하면 되는 직장에 7시면 나와 있다.
이 친구는 무척 날 좋아해서인지 말끝마다 “넌 좋은 사람이야You are a good man”이라고 한다. 그러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어. 불완전한 사람들만 있을 뿐이지. 아무도 완전치 못해There are no bad people, only imperfect persons. Nobody is perfect.” 웃으면서 난 이렇게 대꾸한다. 그는 자기 직속 상사를 비롯해서 제 맘에 안 드는 동료들을 ‘미쳤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물론 나한테만 하는 말이지만. 그럴 때마다 난 “너도 미쳤지. 네 식으로 말이야. You are crazy too, in your own way.”라고 하면 그도 씨익 웃고 만다.
이렇게 달리 볼 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를 더 좀 잘 알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보이지 않던 가능성과 길도 기적처럼 우리 눈앞에 나타나지 않으랴. 전쟁을 비롯한 세상의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에게 세뇌 주입된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 등으로 우리가 서로를 오해하고 사태를 잘못 파악하는 데서 발생하는 것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