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천보현 [기자에게 문의하기] /

무인 우주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하나의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61억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는 희미하고 작은 점에 불과하다.
언뜻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 떠오른다. 하나의 작은 티끌 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 아니면 우주가 하나의 작은 먼지일 수도 있다. 우주가 먼지라면 지구는 얼마나 더 작은 존재일지 상상하기 힘든다. 모기가 흘린 눈물로 이루어진 태평양 바다의 어느 작은 무인도에 들어가 조개껍질을 하나를 주운 것 보다 작은 존재가 지구가 아닐까.
우리는 이 창백한 푸른 점 속에서 태어나고 죽는다. 학교를 다니고 연애를 하고 취직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술을 마시고 혁명을 하고 섹스를 하고 출세를 한다. 백만장자가 되고 신용불량자가 되고 지지고 볶고 울고 웃다가 병들어 죽는다.
그런데 나 자신이 우주라는 것을 알면 이 모두는 하잘것 없는 사건들이다. 시간은 째깍째깍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언제 깨달을 것인가. 우주는 죽음이 없는 사랑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