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밤 10시가 되면 두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트롯 경연 프로그램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트롯에는 기본 3개 요소가 있다고 한다.
첫째 고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갖춰야 하고
둘째 밋밋한 노래 부르기는 안 되고 세련된 꺾기가 있어야 하고
셋째 노래에 대한 기교를 부려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출연자들이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랐으니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출연 사연도 가지가지인데 여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읜 9살 여자 어린이가 하늘나라로 일찍 떠난 아버지가 그리워 울먹이면서 불렀던 ‘울 아버지’는 전국의 시청자들을 울렸다고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은 12살 소녀의 ‘모정’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소름이 돋을 정도의 노래 실력이다. 세상을 떠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할머니를 떠 올리며 불렀던 ‘송인’이라는 노래는 실력을 뛰어넘은 혈연의 진한 감동이다. 땅끝마을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있다. ‘님이라 부르리까’를 불렀는데 뛰어난 실력으로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으며 그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우승 후보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이처럼 음악에는 드라마 같은 각본과 각색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박자이고 리듬이다. 이런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1960년대가 막 끝날 무렵 시골의 나의 중학교 시절 음악 시간이 불현듯 떠 오른다. 음악 선생님은 ‘코르위붕겐’이라는 생소한 책을 교재로 쓸 테니 구입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영문도 모른 채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는데 준비하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남자 음악 선생님은 정말 무서웠다. ‘코르위붕겐’을 교재로 쓰는 이유를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하셨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가난하지만 여러분들이 내(선생님) 나이가 되면 집집마다 피아노 한 대쯤은 살 형편이 될 것이고 취미로 악기도 다룰 일이 있을 것이다. 그때 음표 읽는 것을 배우는 것보다 지금 배워 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말씀하셨다.
“지금, 이 순간에 이런 순수 음악을 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이런 음악 공부를 해야 한다.”
선생님은 음계를 이해시키려 노력하셨고 음표를 빨리 읽게 하셨다. 수시로 계명을 외워 발표하게 하셨는데 못 외우면 회초리가 날아 왔다.
나는 음악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노래도 잘하지 못하지만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가 귀에 들리기는 한다. 어떤 가수는 가창력이 약하고 장르가 맞지 않고 꺾기가 부족하고 등등. 물론 ‘코르위붕겐’을 공부해서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내가 색소폰을 처음 배울 때 음표 읽는 방법은 따로 배우지 않았다. 그 당시 무서웠던 음악 선생님의 예언은 적중했다. 나도 취미로 색소폰을 불고 있으니.
*코르위붕겐 : 독일의 작곡가가 만든 음정 연습을 위한 성악 교본의 하나.
[김태식]
한국해양대학교 대학원
선박기관시스템 공학과 졸업(공학석사)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울산신문 신춘문예(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