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 칼럼] 디지로그 인맥

민은숙

맥은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이다. 명맥, 문맥, 산맥 등을 짚어보면 맥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무후무하게 전 세계를 강타한 코시국으로 비대면이란 패러다임이 앞당겨졌다. 그동안 대면을 통해서만 하던 일들이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직장에서는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다. 자리를 지켜야 할 업무와 자리를 없애야 할 업무로 이분되기도 한 뜻밖의 상황에 직면했다.

오프라인 강의를 듣다가 온라인으로 전면 수정되고 나서 느낀 점이 있다. 현장감이 사라져서 질의응답을 티키타카로 할 수 없었다. 일방적으로 들어야 해서 재미가 없다고나 할까. 돌아가며 수강생들의 과제를 합평할 수 없어 아쉬웠다. 또, 열의가 넘쳐 지체되면 순서가 밀려 과제를 덜 할 수 있고, 교수에게 앓는 소리로 과제를 줄일 수 있었다. 온라인은 예외 없이 과제를 주마다 제출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과제 폭탄이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그리워한다. 스스로 고독을 음미하는 것이 아닌 강제로 격리된 사람들은 몸살을 앓았다. 필자는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감염 의심으로 이 주간 격리된 경험이 있다. 정작 감염된 이는 일주일 격리 후 귀가조치되었다. 집콕을 즐겼으나 강제로 나가지 말라고 하니 나가고 싶었다. 자유에의 의지는 실존감을 드높인다. 그때 체감했다. 자유가 이렇게나 삶에서 희망을 주는구나.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되면서 글 쓰는 이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디지털의 힘을 빌려 SNS를 열었다. 블로그와 인스타를 만들었다. 도시의 둥지인 아파트는 현관문을 닫으면 이웃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기에 관심이 없다. 블로그 이웃과 인스타 팔로워가 처음엔 더디게 늘어난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이웃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털끝만치도 공감하지 않는 이에게 마우스는 스스로 까딱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시간이 날 때 공감의 댓글을 달았더니 이것이 통했다. 아장아장 걷던 걸음마는 점점 다리에 근력이 붙었다. 탄력이 생겼다. 대단한 숫자는 아니지만 초심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라면 이렇게 빠른 시일 내 이만큼 인맥이 늘어날 수 있었을까. 

문학 활동으로 인한 아날로그 인맥도 늘어났다. 아무래도 언어와 비언어적인 제스처까지 합쳐져 훨씬 만족도가 높다. 눈빛은 언어보다 더 짙은 공감을 보여준다. 입은 웃어도 눈이 웃지 않는다면 진정한 웃음이 아니듯, 글과 행동이 합체가 되지 않으면 실망이 크다. 

최근에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글을 통해 구독을 누른다. 구독자는 많지 않다. 백 여명 정도가 마지노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구독한 작가의 글을 다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읽지 않고 라이킷을 누르기는 망설여진다. 구독자가 적어서 좋은 점도 있다. 미흡한 내 글을 정성껏 읽은 댓글을 읽을 때이다. 내 글에 진심이라서 고맙다.

사회생활에서는 인맥도 재산이다. 부풀려진 허위 재산인지 속이 꽉 찬 알배기인지는 본인은 잘 알고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캐내고 싶은 금덩이가 되어보자. 인맥으로 먼저 구독을 누르고 싶은, 본연이 아름다운 아우라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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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숙]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전국여성문학대전 당선

문화도시 홍성 디카시 수상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명인명시 아티스트 대상 

제8회 대한민국 문화교육 대상

제22회 대한민국 문화예술 대상

2023 대한민국 중견작가문학대상

2023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산맥 웹진 편집위원

열린동해문학연합회 사무국장

대한민국 중견작가 산문집 ‘한편의 글을 위하여’

이메일 sylvie70@naver.com

 

작성 2024.01.24 09:15 수정 2024.01.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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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