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책] 분홍감기

민은숙 지음

‘자아의 거울에 비친 존재의 현상학’의 시로 승화시켜

 

민은숙 시인의 시집 『분홍감기』는 자기 고백적 시 쓰기를 통한 내적 투사를 겨냥한다. 시인의 시적 태도는 자신의 밖이 아닌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여기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한다. 민은숙 시는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과 그 안에서 힘겨운 실존을 구성하고 있는 자신의 생의 형식에 대한 삶의 노래이다. 

 

현재에 대한 망각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금 여기’에 대한 좌절일 뿐 아니라 미래를 포기하는 비극적 행위이기도 하다. 현재와 미래가 궁극적 유대를 이룰 수 없을 때 민은숙의 시적 에너지는 이러한 상처와 슬픔의 발원지가 좀 더 근원적인 차원으로 옮겨진다. 시인은 스스로 써야 한다는 새로운 상상의 반란적 글쓰기의 창조를 시집 『분홍감기』를 통해 확연하게 증언한다. 인간은 살아있는 한 자신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포기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존재의 근거를 스스로에게 제시해야 한다. 현재의 존재 방식이 상처와 단절의 공간이라면 이 슬픔을 무엇으로든 대체할 필요가 있다. 

 

민은숙은 모순된 현실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시에서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몸이라는 육체적 영토를 거슬러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위는 단순히 도피나 퇴행으로 평가할 수 없는 복잡성이 내포되어 있다. 시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텍스트를 언어로 말하고 있다. 즉 잔잔한 영혼에 파문을 일으키는 글쓰기의 섬세한 언어의 불꽃을 제시하고 있다. 

 

민은숙 시인의 시가 갖는 글쓰기는 자연 친화적이며 몸의 언어를 통해 사유한다. 시인의 자아의 거울에 비친 존재는 무의식적 세계 너머를 살피며 겨울 강을 건너고 있다. 시인의 ‘꽃의 언어와 몸의 시학’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변신 은유와 봄물처럼 찰랑이는 상상력을 경험하였다. 시인의 시에서 발견한 “너와 나는 흑이나 백이 아닌 色의 핏발”이 더욱 선연하고 빗발치는 지극한 언어로 남아 시의 진경을 보여주고 있다.

 

시산맥 펴냄 / 민은숙 지음

 

작성 2024.03.29 09:24 수정 2024.03.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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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