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책]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사랑은 기적을 만든다. 기적은 방치돼 있던 삶을 다시 찾아내는 위대한 발견이다. 우리 사회의 어둡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최준영 교수가 만들어 가는 인문학의 기적은 바로 사랑이다. 빵 한 조각 보다 삶의 존엄을 일깨워 주는 인문학 강의를 통해 최준영은 사랑이라는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준영이 6년 넘게 노숙인, 여성가장, 교도소 수형인등을 어루만지며 성찰한 실천의 기록을 엮어 만든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를 내 놓았다.

최준영의 강의는 늘 한결같다. 한 사람을 구원하는 건 온 우주를 구원하는 것과 같다는 확신으로 매 강의마다 최선을 다해 그들과 소통 한다. 그러하기에 그의 강의를 듣는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들은 스스럼없이 형님처럼, 혹은 아우님처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가슴 아픈 가정사도 논하며 때론 울고 때론 웃음으로 삶의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최준영 역시 어렵고 힘든 시절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작가로, 방송인으로, 교수로 우뚝 선 인물이기에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실천하는 지식인이다. 책속에는 교도소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난 친구와의 인연이야기, 야학시절 은사님을 다시 노숙인인문학 강의에서 동료 교수로 만난 이야기, 한 부모 여성 가장들의 눈물어린 이야기, 하늘나라로 간 노숙인의 상주 역할을 했던 이야기, 책을 옆에 끼고 노숙하는 노숙인의 이야기 등, 인간적이고 애잔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오롯이 녹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대학 ‘성프란시스대학’에서부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까지 최준영은 인문학강의를 통해 지식 나눔을 넘어 삶의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문학이 밥 먹여 주냐고 비아냥거림도 받았지만 지금 곳곳에서 그 성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학의 담장에 갇혀 있던 인문학이 담장을 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기 시작하자 그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고 일자리를 찾는가 하면 어느 노숙인은 노숙을 청산하고 오히려 노숙인을 돕는 일에 앞장 하기도 했다. 또한 책 한줄 읽지 않던 이들이 책을 옆에 끼고 살고 있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제 무능력을 탓하며 헤어지자는 말만 되뇌던 아내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평소 저하고 통화하는 것조차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하니까,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어제도 오늘 MT간다고 자랑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사랑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16년 만에 처음 해본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 자신도 그런 말을 하는 제가 놀랍습니다. 연애기간 포함해서 16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인문학의 의미입니다. 적어도 제겐 그렇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이다. 비이성적인 힘은 세상을 진보시킨다. 그 중심에 서있는 최준영의 글들은 그래서 더욱 가치 있고 따뜻한 인간애로 다가온다. 그의 따뜻한 시선이 닿는 곳마다 피어나는 사랑이라는 꽃은 그래서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인간이듯이 소외되고 가난한 우리의 이웃들도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당신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는 ‘사랑’의 힘을 찾아내는 기적을 만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문학의 힘이다. 그것이 인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책이 저를 살렸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건 노숙인들 뿐만 아니라 최준영 그 자신의 고백이기도 할 것이다. 아니다, 우리 모두의 고백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고백이기 때문이다.

 

최준영 지음 / 자연과인문 펴냄

작성 2024.04.17 01:18 수정 2024.04.1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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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