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영원한 사랑의 서약, 타지마할(Taj Mahal)

여계봉 선임기자

 

[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영원한 사랑의 서약, 타지마할(Taj Mahal) 

 

 

북인도 아그라(Agra)의 야무나 강변

붉은 태양 아래 

흰 대리석으로 빛나는 타지마할은

모든 것을 압도해 

보는 이의 심장을 멎게 한다

 

 

여인의 무덤으로 들어가는 

붉은 사암으로 만든

대문을 들어서면

멀리서 

뭄타즈 마할과 샤 자한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

 

′이국의 여행자여!

그대도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를

기쁘게 보아주게′

 

 

무굴제국 제5대 황제 

샤 자한(Shah Jahan)의 부인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은

만삭의 몸인데도 

남편을 따라 데칸고원 원정길에 나선다 

 

그러나

사랑에는 꼭 이별이 있는 법 

그녀는 

전장의 야외 천막에서 

14번째 아이를 낳은 뒤 

열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39세로 생을 마감한 

너무도 사랑했던 부인의 죽음에 

황제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짓물러 

평생 안경을 써야 했고

 

하루 밤사이에 

검은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했다니 

비극적 운명 앞에 멈추진 사랑을 

얼마나 비통해 했을까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처절한 권력 다툼 속에 

소박하고 

헌신적이고   

사랑스러운 

아내 뭄타즈 마할만이 

샤 자한의 유일한 안식처이었으리라 

 

황제는 

아내의 영원한 안식처를 위해

야무나 강변 

동서 300m 남북 560m의 넓은 대지 위에

상상한 초월한 아름다운 무덤을 짓는다 

 

이슬람 건축의 대가들 

이탈리아와 페르시아 출신의 장인들

매일 2만 명의 인부들이 동원되어 

 

라자스탄의 흰 대리석

시키리의 붉은 사암

자이푸르의 다이아몬드

바그다드의 홍옥수

아프가니스탄의 청금석

중국의 수정

티벳의 터키보석

예멘의 마노

아라비아의 산호로

무덤을 장식한다 

 

 

그러나

타지마할을 진정 아름답게 하는 것은 

온갖 보석보다도

한 남자의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사랑

 

마침내

공사를 시작한 지 

22년 만에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 탄생 된다

 

어리어리한 

타지마할 안으로 들어서니

지하 무덤에서

뭄타즈 마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행자여!

그대 마음을 아노라

이 위대한 예술을 만든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하는 그대의 감상(感傷)

 

내 무덤을 위해 

밤낮을 일한 

그들의 아픔을 

저승에서도 잊지 않으리라′

 

 

애당초

타지마할과 마주 보는 

야무나 강 건너편에

검은 대리석으로

자신의 무덤을 짓고

구름다리로 

두 무덤을 잇고자 했던 

샤 자한 

 

그러나

황제의 셋째 아들 아우랑제브는

황위를 찬탈할 심산으로

타지마할 건설에 

막대한 국가재정을 탕진했다 하여

자신의 아버지를 아그라 성에 유폐시킨다  

 

성벽과 성문이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져 

‘붉은 성’이라고도 불리는 아그라 성

 

 

샤 자한은 

′포로의 탑′이라는 

8각형의 ′무삼만 버즈′에 갇힌다

 

아내가 

임종하면서 당부했던

자녀들이 무참히 살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한 황제는

 

매일같이  

야무나강 건너 

갈 수 없는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한다

 

 

유폐된 지 

어언 8년 

샤 자한이 죽자

아우랑제브는 

아버지 영묘를 따로 만들지 않고  

시신을 배에 싣고 타지마할로 가서 

뭄타즈 마할 관 곁에 아버지를 안장한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랄까

 

죽어서야 

그토록 사랑했던 

부인과 조우(遭遇)하게 되었으니 

영원한 사랑을 기약한 

두 사람의 맹세가 비로소 이루어진다 

 

아그라 성

무삼만 버즈의 창 너머로

옅은 안개가 걷히니 

죽음으로 다시 맺어진 사랑의 증표

순백의 타지마할이 찬연하게 빛난다 

 

 

비극적이고도 

애절한 사랑이 

저리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타지마할을 탄생시켜 

인류가 존속하는 한 

천 년 만 년 구경하고 

또 그 기구한 사랑을 얘기하고 기리게 되었으니

 

타지마할을 두고

인도의 대 시성 타고르가 

′시간의 뺨에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이라고

말했듯이 

 

죽어서도 함께 하는 

영원한 사랑의 서약

타지마할은 

 

여행자의 가슴속에 

더 맑고 투명하게 빛나리라.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4.05.06 10:32 수정 2024.05.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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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