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이 꼬일 때 전문가는 “내 탓이오!”라며 뉘우친다. 비전문가는 남 탓하며 유체 이탈 화법을 쓴다. 한때 천주교에서 “내 탓이오!”라는 실천 덕목을 내세운 적이 있다.
간혹 남 탓하는 천주교 신자들을 접할 때면, 그 실천 덕목은 유효하지 않은 듯하다. 우리는 남 탓하는 사람을 향해 “너나 잘해!”라며 말하곤 한다.
2022년과 2023년 접촉한 문인 가운데 자기가 편집 혹은 출판 전문가라며 거들먹거리는 자를 여러 번 목격했다. 사례 하나만 언급한다.
어떤 문예지에 원고를 송부해 놓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대학 강의와 출판사 업무 등 여러 이유로 보낸 원고의 출판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 얼마 뒤 지인에게 부탁하여 그 문예지를 1권 받았다. 송부한 원고의 약력과는 무관하게 과거의 약력을 인쇄해 놓은 것을 확인했다. ‘책이라는 놈이 늘 오류의 길목에서 샛길로 빠지는 법이다.’라는 생각에 그냥 넘어갔다.
얼마 뒤 편집주간과 통화를 했다. 나에게 사과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편집 용역 업체의 잘못이다.”라며 책임을 전가했다. ‘주객전도’라는 말이 딱 떠올랐다. “편집 과정에 원본과 대조해 봤어요?”라고 질의했다. 자기가 편집 위원으로 있는 “모든 문예지의 편집 과정에 원본과 대조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 문예지에서도 “원본 대조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편집의 기본 절차마저 모르는 자가 편집주간을 맡았으니 이런 사달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본과 대조하지 않은 편집이 무슨 편집이냐? 그렇게 편집하니까 작년에는 회원의 소설 한 문단이 사라져 버린 것 아니냐?”라며 항의하자 그래도 온갖 핑계를 대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라는 생각에 가짜 바코드를 비롯한 여러 문제점을 전했다.
30분 뒤, 그 문예지 용역 업체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유는 “편집주간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대신 사과한다.”라며 말했다. 편집진의 잘못을 용역 업체에 전화해서 화풀이한 모양이었다. 편집진의 잘못을 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자들이 무슨 전문가인가?
전문가는 늘 성찰하면서 “내 탓이오!”라며 말한다. 인간만의 특권인 착각과 착오에 관해 토를 달지 않는다. 잘못을 시인할 줄 안다. 비전문가는 성찰은커녕 남 탓하는 입버릇을 주체하지 못한다. 늘 그 혀로 인품의 수준을 드러낸다. 모두 “내 탓이오!”라는 덕목을 실천하며 살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