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사투리, 그 구수함

김태식

요즈음에는 차량에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위치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내비게이션이 없었던 시절에 낯선 전라도 지역으로 갈 일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순천 광양까지는 남해고속도로가 잘 뚫려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을 지나 목포로 가는 길은 일반 국도라 그런지 이정표를 보고 사람들에게 길을 묻지 않으면 안 되었다. 

 

“목포로 갈라꼬 하는데 어데로 가면 되는데요?"

 

경상도 사투리로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길을 가던 중년 아저씨는 그의 아들과 같이 가다가 내가 묻는 말에 가던 길을 멈추고는 본인에게 길을 물어 주어 반갑기라도 한 양 반색을 한다. 

 

“목포라고 그랬소?”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시작하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서로가 조금은 억셌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분명 서로 한 판 붙어보자는 어조이다. 그러나 알고 계속 얘기하다 보면 정감이 오갈 수도 있는 말이 더러 나온다.

 

“네. 목포”

“여기서 목포로 갈라믄 말이요∼오, 저기 삼거리에 이정표가 보이지라?”

“네. 보이네요.”

“똑바로 가지 말고 말이요∼오. 저기 벌교라고 쓰인 방향을 보고 비스듬∼히 가시요오.”

 

이쯤에서는 친절이 베여 있었다. 한가로움이 있었다. 그다지 바쁘지 않은 조용함이 묻어 있었다. 간혹 들으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전라도 사투리에는 처음 말할 때는 언제나 억세게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말의 서두는 언제나 악센트가 앞에 있다는 것을 지인이 일러주었다. 일단은 첫 마디를 강조하는 듯한 어조가 분명히 있는 것 같기도 하니 더욱 그렇게 들린다. 

 

첫 마디가 시비조로 시작하는 것처럼 들리는 경상도 사투리와는 사뭇 다르다. 경상도 사투리의 첫마디가 극히 도전적이라면 전라도 사투리의 그것은 강렬함이 있기도 하다. 그러한 것들을 몰랐을 때는 약간의 거부반응이 있었다. 산이 막히고 물이 가로질러 있으니 어느 나라이건 간에 사투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안에서는 특이한 제주도 사투리를 제외하고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지방이 없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비게이션이 없었던 시절에 광주에 있는 예식장을 찾아갈 일이 있었다. 난생 처음 가보는 지역이라 방향 분별이 쉽지 않았다. 초행길이라 더욱 힘들었다. 대로변에 차를 세우고 

 

“말 좀 물읍시다. OO예식장을 갈라는데 어데로 가면 되요?”

 

나의 말투가 그렇게 부드럽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내게 길을 가르쳐 주어야 할 그 사람은 예식장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쪼께 보시오↗ 이분이 말이요∼, OO예식장을 가신다고 허는디 혹시 아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역시 엑센트가 앞에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 사람이 길 안내를 하는 것이었다. 

 

“OO예식장이라고라?”

“네”

“거기로 갈라믄 말이요, 길을 쪼께 잘못 와부렀당께”

“그럼 어쩌지요?”

“저기 건물 보이지요(말끝이 조금 올라감) 거기 가서 우회전을 해 불고 다시 물어 보시요오. 그러면 상세히 가르쳐 줄테니께”

 

바쁘게 찾아가야 할 장소보다도 평소 그분들이 쓰는 그 말의 의미를 음미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남도의 사투리 속에는 친절함이 있는가 하면 상세함이 함께 있다. 어떨 때는 구수함이 베인 숭늉 내음이 묻어나올 때도 있다. 

 

우리나라의 그 지방 특유의 사투리는 구수함과 함축성이 있어 좋다. 이를테면 경상도와 전라도의 길을 묻고 답을 하는 첫 멘트. 

 

“보소, 아제요! 길 좀 물읍시다.”

“또∼옥, 바로 가 버리시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어떤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싫어서 그렇게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다만 나고 자란 곳에서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태식]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온마음재가센터 사회복지사(현)

울산신문 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해양문학상 논픽션 소설 당선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 wavekts@hanmail.net

 

작성 2024.06.11 10:49 수정 2024.06.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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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