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이생망’의 이면은 ‘이생흥’이다

이태상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된 헬조선이란 단어가 자신들이 태어나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옥과 같다 해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올해에는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인 이생망이 유행이란다.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휘청거렸던 한국 경제, 60년대 많은 국민이 겪은 보릿고개, 6.25로 잿더미가 되었던 50년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강점기 식민통치와 일제의 수탈, 그리고 18, 19세기에 탐관오리의 학정에 시달려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휴전선 바로 위에 있는 헬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주민들인 우리 북한 동포들을 잠시라도 생각해 본다면 어찌 이토록 자포자기하는 절망적 발상의 망발이 있을 수 있을까.

 

요즘 미국에선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란 단어가 조명을 받고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 조사로 판명된 사실은 수많은 신제품과 성공적인 기업들이 디자인 사고의 결과물이란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저명한 엔지니어링 교수로 성취 습성The Achievement Habit의 저자인 버나드 로스Bernard Roth 박사는 이 디자인 사고가 무엇이든 어떤 문제도 풀고, 어떤 목적도 달성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역설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면 현재의 자신과 전혀 다른 새로운 너a Whole New You를 이 디자인 사고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가 아닌가.

 

말이 씨가 되는 법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말부터 바로 잡아 써야 하지 할 것이다. ‘헤븐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그런 긍정적인 도전정신이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긍정의 힘은 부정의 힘보다 훨씬 크고 아름답기 때문에 흥분과 기쁨과 스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똑같은 현실이 가 되기도 하고, ‘이 되기도 하지 않던가. 그 한 예로,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마쓰시다 고노스께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세 가지 유리한 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첫째는 집안이 가난해 열심히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많은 돈을 벌었다. 둘째는 학교를 다니지 못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셋째는 몸이 약해 부지런히 운동을 해야 했고 그 결과 몸도 건강해졌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들 내다 봤지만, 이 불확실성이 언제 어디서나 삶의 정석이 아니겠는가. 이 예측불허성이야말로 삶의 묘미가 아니랴. 영화를 보거나 소설책을 읽거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 우리가 그 스토리나 경기의 결과를 미리 안다면 그 무슨 재미가 있겠으며, 말하자면 김이 팍 새는 일 아니랴. 종교 개혁을 이끈 프랑스의 기독교 신학자 존 칼빈(1509~1564)의 예정설이 있는데, 이는 인간 개개인의 구원은 인간의 선행과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느님의 의지로 미리 정해져 있다는 교리다. 그런 신학적學的인 교리는 그렇다고 논외로 하고, 우리 순전히 인학적人學的으로 좀 살펴보자.

 

신년 연초가 되면 사람들이 토정비결이나 일 년 신수를 보며 평생 사주팔자가 궁금해 역술가나 점쟁이를 찾지만, 내일 일을 모르게 망정이지 사전에 안다고 할 것 같으면 그 얼마나 싱겁고 지겹고 지루한 일이겠는가. 내일을 모르는 것이 행복한 것이리라. 오늘에 충실하고 내일이라는 여백을 남겨두는 편이 훨씬 더 살맛과 살멋이 있으리다. 어디 또 그뿐이랴. 사람도 세상도 애초부터 완전무결하다면, 신처럼 완벽하고 천국처럼 더 바랄게 없는 지경이라면, 그야말로 무미건조하고 매력이라곤 털끝만치도 없는 로봇 같은 인간일 것이다. 그런 천국이 바로 생지옥이 아닐까.

 

부족함이 있기에 채움이, 내리막이 있기에 오르막이, 어둠이 있기에 빛이, 죽음이 있기에 삶이, 배설을 할 수 있기에 먹을 수 있고, 숨을 내쉴 수 있기에 들이 쉴 수 있으며, 줘야 받을 수 있고, 떨어져야 그리움이 싹트며, 떠나와야 고향이 생기지 않던가.

 

그러니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이생망은 이번 생은 흥했다는 이생흥이 되리라.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8.04 09:35 수정 2019.08.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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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