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윤(1981 ~ ) 작가는 인천 출생으로, 명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다녔다. 2005년 장편소설 '악어 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 동네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고, 2009년 장편소설 '오즈의 닥터'로 제1회 '자음과 모음 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사이버 종교의 포섭 과정을 다루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유란이다. 유란은 누구에게나 친절할 준비가 되어 있다. 가방에는 얇은 카디건과 접이식 부채, 3단 우산과 생수, 파우치에는 방수밴드와 마데카솔, 인공 눈물과 두통약을 가지고 다니며 그녀는 현기증을 일으켜 주저앉은 사람, 더러운 몰골의 고양이에게 마실 걸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지 늘 살피며 걷는다.
유란은 아홉 살 때 목사의 내연녀였다가 사모가 된 엄마를 따라 교회에서 살게 되었다. 신도들은 유란의 엄마를 사모님이라고 불렀고 유란을 열매라 불렀다. 황 목사가 유란을 꼭 끌어안으며 우리 귀한 열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유란은 그 교회의 첫 번째 열매가 되었다. 유란은 교회에서 합숙 생활을 하며 과외를 미끼로 외로운 학생들에게 접근하여 친교를 쌓은 후 교회로 데려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란이 고른 씨앗들은 이탈이 적고 충성도가 높아 그녀는 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란의 유일한 친구 민주도 그녀가 고른 씨앗이었다. 민주는 풍성한 열매가 되어 신도들의 아이 돌봄, 레크리에이션과 공연 담당을 했고 수련원이 생긴 뒤에는 청소년 돌봄도 겸했다. 민주의 선량한 눈매와 성실함은 진심이었고 그럴수록 착취는 심해졌다.
황 목사는 연단 위에서 자주 울먹였다. 혼탁해진 세상의 간악한 삶을 견뎌내느라 불타고 더러워진 영혼들을 구해내야 한다고, 그런데 자신이 미약해서 힘이 없다고, 조금 더 큰 성전이 있었다면 이라고 외치며 미력한 존재라서 미안하다고 연설한다. 그럴 때마다 신도들은 더 많은 재산을 헌납하고 더 많은 씨앗을 긁어모았다.
과외 앱을 통해 만산 서란을 꾀어내는 유란, 유란은 예전에 진심이었던 것이, 이제는 사라져 버렸음에도 습관적으로 포교 활동을 계속해 간다. 자신의 교회가 가진 여러 문제점들을 알면서도 말이다.
과외 앱을 통해 이서를 만난 유란, 결이 나쁘고 푸석푸석한 머리칼과 거북목, 그런 이서를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 이주에 7번을 만나면서 준비된 말을 꺼낸다. 공부도 봐주고 힘든 일 있을 때 도와주고 얘기도 들어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는 언니가 되어주겠다고, 이에 이서는 유란에게 자주 메시지를 보냈고 유란은 계획한 대로 이서를 교회로 초대한다.
자신도 모르는 종교적 신념에 의해 이성적 사고가 마비되고 삶은 철저히 착취당하는 사이비 종교, 배울 만큼 배웠다는 지성인들이 말도 안 되는 포교 활동에 넘어가 육체와 물질은 물론 정신까지 저당 잡힌다. 죽을 만큼 힘들 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희망을 갖고 싶을 때 누군가가 길거리에서 길을 지나다니다가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자신이 메시아라고 하면서 재물을 착취하고 여성을 상대로 성적 착취를 일삼는 곳이 있다.
그곳에 어떤 진심이 있는가. 세상이, 사회가, 사람들이 그리고 국가가 사회를 좀먹고 혹세무민하는 이들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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