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신춘문예 제도의 역할

김관식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인으로 공식적인 인정받는 등단제도는 각 신문사에서 공모하는 신춘문예 제도이다. 신춘문예 제도는 오랫동안 우리 문학 발전에 필요한 인재들을 발굴하는 창구의 기능을 해왔다.

 

오늘날 왕성한 창작욕으로 좋은 작품을 써서 한국문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는 많은 문인이 신춘문예 제도로 발굴되었거나 각종 현상공모을 통해 당선되어 그 역량을 발휘하여 한국문학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따라서 신춘문예나 현상공모를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문인은 그 실력을 누구나가 공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신문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불어났고, 신춘문예 제도를 운용하는 신문사도 늘어나 해마다 많은 문인이 신춘문예 제도를 통해 공인되고 있지만,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하게 작품의 질적 수준은 떨어지고, 심지어는 모작, 표절까지 해서 당선되었다고 취소되는 등 오늘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안타깝다.

 

신춘문예 공모 보도가 있는 11월에는 문학에 뜻을 둔 전 국민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초등학생에서부터 8, 90세 노인층까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까지 신춘문예 공모작품을 응모해 오는 둥 한 신문사만 해도 수천 여 편의 작품이 응모해 오니까 매년 전체 수만 편의 작품이 응모해 온다. 

 

그러나 장르별로 한 편만이 뽑히는 그야말로 어려운 관문이다. 그래서 문인의 등용문이라고 일컫는다. 등용문이라는 말이 나온 유래는 “황하(黃河) 상류의 하진(河津)을 일명 용문이라 하는데, 흐름이 매우 빠른 폭포가 있어 고기들이 오를 수가 없다. 강과 바다의 큰 고기들이 용문 아래로 수없이 모여드나 오르지 못한다. 만일 오르면 용이 된다.”라는 말에서 유래된 말인데, 수천 편의 작품 중에서 단 한 편, 한 사람만이 당선의 영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로또복권 확률보다야 더 낮은 확률이지만 등용문은 피와 땀의 결과이지만, 로또 복권은 그야말로 사행심에 의한 행운을 걸머쥔 것이기 때문에 확률을 따지기 전에 비교의 가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신춘문예 제도가 로또복권의 행운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것은 오늘날의 배금주의 가치관에 의해 응모자 수를 늘림으로써 자시 신문의 권위를 높이려는 것인지, 우수한 신인을 신춘문예 제도를 뽑고자 하는 경쟁의식에서 인지 거액 상금을 내걸고 신춘문예 작품을 공모하는 신문사가 늘고 있다. 그러나 고액의 상금을 내걸고 뽑힌 작품이 예전에 비교해 월등히 수준이 높아야 함에도 상금의 액수와는 관련이 없고 모두 그저 그렇다는 데에서 신문 문예 제도가 사행심을 조장하는 로또복권을 닮아가고 있지나 않은지 염려가 된다는 말이다.

 

신춘문예 공모작품을 심사했던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예전보다 작품 수준이 높았다거나 이리 이러한 경향이었다고 해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장르별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어떤 장르에서는 작품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심사평이랄지, 모작과 표절작을 구분해 내지 못하는 안목 등으로 독자들을 당혹하게 한 적이 종종 있었다.

 

신춘문예 제도 자체가 일제 강점기에 생겨난 제도로 신문사의 일회용 행사로 그쳐 신춘문예 당선자 중에서 문학 활동을 계속하는 사람보다는 등단작품만 남기고 실종되는 경우가 많은 점은 아무래도 문학 본연의 자세보다는 사행심을 조장할 개연성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우수한 문예지 출신의 문인들이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주최 측에서 당선자들이 지속해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면을 제공하는 등 신춘문예 제도의 보완책이 강구되면 아까운 인재들이 재능을 발휘하지도 못하는 일이 줄어들고, 이들의 활동으로 한국문학의 발전에 다소나마 활력소가 될 것이다.

 

신춘문예 제도로 나온 문학 인재들이 어려운 관문을 통해 신인으로 등장하여 문단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문학단체나 문학 관련 문예지 등에서 이들이 지속해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도 신춘문예 지도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 밖에도 신춘문예 제도와 유사한 각 지방의 자치단체나 문인단체, 문학관 등 문학 관련 기관이나 여타의 사회 직능기관에서 운영하는 문학상 제도나 현상 공모제도를 통해 신인들을 배출하고 있는데, 대부분 신춘문예 제도와 똑같이 일회용 행사로 마무리하고 있고, 심지어는 졸속한 작품들을 뽑아 문학작품 공모를 통해 주최 측의 홍보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특정 소재의 작품으로 한정하여 공모하는 등 문학을 도구화하고 있다.

 

따라서 문학의 본질인 인격도야나 정서적인 기능. 심미적 기능, 인식적인 기능, 윤리 도덕적 기능 등을 응모자들 자아실현의 욕구보다는 현상금을 취득하기 위한 물질적 가치 추구를 동기부여 함에 따라 고귀한 정신적 산물을 물신주의로 가치 전도할 개연성이 있는 만큼 계속해서 작품을 쓸 수 있도록 상금을 주는 것보다는 작품집 한 권 분량의 원고를 모집하던지, 작품집 발간해 주는 조건으로 응모자들의 사행 심리를 차단하고 좋은 작품을 지속으로 써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현상 공모제도를 여행 체험권이나 작품집 발행권으로 보완해 나가는 방법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누구나 인정하는 공정한 문학상으로 자리를 굳히게 될 것이고, 주최 측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상공모 응모자들의 물신주의에 의한 사행심을 차단하여 자신의 문학적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신춘문예 공모에 자신의 작품을 보내 놓고 당선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신춘문예 열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에게 자신의 실력은 생각하지도 않고 혹시나 하는 로또복권을 기다리는 사행심을 조장하는 각종 현상 공모제도를 창작표현 기능을 익히기 위해 부단히 문학 관련 서적으로 공부하고 우수 작품들을 많이 읽어 안목을 쌓고 꾸준히 습작하지 않으면 절대로 당선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을 심어 주기 위해서라도 신춘문예나 문학상 제도의 공정한 운영과 전면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4.07.08 10:21 수정 2024.07.0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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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