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갑각류에 대한 슬픔

고석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 헬렌 켈러

 

 

게, 조개, 가재 같은 갑각류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갑각류는 언제부터 단단한 껍질을 뒤집어쓰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연분홍 살을 부드럽게 스쳐 가던 물결과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모래알들을 잊기로 결심하게 되었을까? 

 

잊는다는 건 얼마나 자신을 망가뜨려야 가능한가! 표정 없이 산다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저들을 보면 내 지나간 삶들이 되살아난다. 나도 한때 갑각류로 견뎠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학교에 가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표정을 풀려고 해도 풀어지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어서야 겨우 표정이 풀렸다. 하지만 꿈자리는 늘 뒤숭숭했다.

 

나를 감싸고 있는 딱딱한 껍질을 벗어버리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리고, 불같이 화를 내며 눈물로 껍질을 녹였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풍부한 감성이다. 감성이 풍부해야 항상 살맛이 나고, 좋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나는 하루 종일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가위에 잘려 무더기로 쓰러지는 장미들과 함께

 축축한 바닥에 넘어졌다

 

 - 양애경, <장미의 날> 부분 

 

 

강한 것은 부드럽다. 가시를 세우지 않고도 우리는 잘 살 수 있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7.11 10:43 수정 2024.07.1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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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