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칼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죽음, ‘고독사’

이윤배

이 세상에 태어나 어느 날 죽는다는 것은 나란 존재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까닭에 슬픈 일이다. 따라서 사람이 태어나 천수(天壽)를 다 누리고 죽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이자, 행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열심히 사는 도중 암, 희소병 등에 걸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기도 하고,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불의의 교통사고나 화재 등으로 졸지에 목숨을 잃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타고난 운명 탓이라고 가볍게 치부해 버리기엔 모두 안타까운 죽음들이다. 이런 이유로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죽을 때는 순서가 없다.’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죽음 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죽음이 바로 ‘고독사(孤獨死)’다. 고독사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상태로 혼자 살던 사람이 자신의 생활 공간에서 사망한 뒤, 한동안 방치되다 뒤늦게 발견된 죽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2017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로,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사회’가 됐고, 내년 2025년이면 노인 인구가 20%가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그런데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데 프랑스는 115년, 일본은 24년이 각각 걸렸지만, 한국은 1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노인 빈곤율 세계 1위, 노인 자살률 세계 1위, 노년층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 등으로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고독사는 60세 이상 노년층의 문제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젊은 층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본인의 고독사 가능성에 대한 주관적 평가에서 19~29세 평균 29.58%, 30대 평균 39.53%, 40대 평균 33.16%, 50대 평균 32.01%, 60대 이상 평균 29.84%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60대의 경우 세 명 중 한 명꼴로 자신의 고독사를 염려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2017~2021년 고독자 사망자 수를 조사한 결과, 2017년 2412명이던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0년 3279명, 2021년 3378명으로 늘었다. 1인 가구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고독사 역시 늘어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은퇴한 65살 이상 노인층을 중심으로 고독사, 일명 ‘고립사’가 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에 앞서 고독사 문제에 직면했던 일본에서조차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그런데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여전한 일본에서는 40~50대 중년의 고독사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오륙도(50~60세에 계속 회사에 다니면 도둑놈)’ 등 퇴직 연령이 낮아지고 복지 제도마저 부실한 한국에서는 조기퇴직과 동시에 고독사 위험군에 포함되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은 그들이 책임감이 없고 게을러 그리되었다고 쉽게 단언하고 무시해 버릴 수도 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장에서 한창 일할 나이인 40~50대에 조기 은퇴한 한국 중년들은 경제력 상실과 함께 자신의 존재 가치마저 잃어버리고 만다. 사회의 냉대와 푸대접은 물론 믿고 의지했던 가족의 무관심이 그들을 조기 은퇴자라는 낙인과 함께 빈곤과 비자발적 고립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이다. 특히 은퇴 후 경제적 빈곤에 노출되면서 알코올 중독과 질병 등으로 고독사하는 시나리오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그 결과 고독사 현장에는 술병과 우울증약 처방전, 그리고 쓰다만 이력서만이 이리저리 나뒹군다.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40~50대에 쓸쓸히 홀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개인의 불행이기도 하지만,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기도 하다. 저출산과 고령 시대의 중추적인 기둥이 소리 없이 무너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죽음이 됐든, “유전(有錢) 가족사, 무전(無錢) 고독사”와 같이 죽음마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차별적 죽음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다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당면 과제임이 분명하다. 

 

누구나 예외 없이 언제든 고독사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

 

작성 2024.07.16 10:53 수정 2024.07.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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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