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팀 보울러의 '리버보이'에서 보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

민병식

흔히 청소년기를 주변인, 질풍노도의 시기라 부른다. 아직 삶에 대한 가치관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15살 소녀 제스가 작품의 주인공인데 작품은 '리버보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강의 요정 같은 존재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상실의 의미, 세대를 흐르는 순환의 이치를 다루고 있다.

 

인간은 언젠가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언젠가는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도 그리도 집착하며 살았던 부와 명성, 지위도 모두 내려놓고 떠나야 하는 때가 오면 우리는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저자인 팀 보울러는 한 청소년의 성장기를 통해서 오늘날 오히려 어른들이 읽고 배워야 할 생성과 소멸, 그리고 순환의 교훈을 말한다.

 

저자인 팀 보울러(1953 ~ )는 영국 엑세스 지방에서 태어나 노르위치대학을 졸업한 후 삼림관리사, 교사와 번역가로 활동하다가 청소년문학 작가로 데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성장소설 작가 중 한 명으로 이 작품은 카네기메달을 수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제시는 부모님,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의 수영 경기가 있던 날, 할아버지는 심장에 문제가 생겨 쓰러지는데 제스는 직감적으로 할아버지에게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제스의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여름휴가를 가기로 했을 때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부모님은 휴가를 취소하고 할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지만 할아버지의 고집으로 여행을 강행한다. 이유는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평생 그리고 싶어 했던 그림 '리버보이'를 고향에 가서 완성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인적이 드문 강가의 별장에 도착했고, 할아버지는 제스의 응원을 받으며 그림을 그린다. 할아버지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지지만 고집쟁이 할아버지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병원행을 거부한다.

 

어느 날 제스가 강가로 나가 수영을 하는데,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듯하다. 제스가 강의 시작점을 찾아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자신을 그동안 쳐다보던 소년을 만난다. 그런데 그 소년은 다가올 듯 하면서 가까워지지는 않았고, 강 한가운데서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제스는 그 소년을 할아버지의 그림명을 따서 ‘리버보이’라고 부른다. 할아버지는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채 병원에 입원할 지경에 이르고 점점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강가에서 슬퍼하는 제스에게 리버보이가 다가와 네가 할아버지의 손이 되어 그림을 완성해 드리라고 말한다. 할아버지가 그림을 포기하고 병원에 입원하기로 하지만 제스는 할아버지에게 그림을 완성하라고 응원하고 제스가 손을 잡아드려 그림을 완성한 뒤 자리에 눕고 만다. 리버보이와 만나기로 한 날 새벽, 집에서 몰래 나와 강의 시작점으로 걸어간다. 

 

그곳에서 강의 끝 지점, 바다를 바라보면서 리버보이는 강물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결국 아름다운 바다에 닿으며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라고 말한다. 제스가 죽음은 아름답지 않다고 하자 리버보이는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라며 강이 계속 흘러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한다고 말해준다.

 

리버보이는 제스에게 강의 시작점부터 바다까지 함께 수영하자고 말하지만, 제스는 할아버지가 걱정되어 리버보이를 따라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온 제스는 할아버지가 결국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스는 할아버지의 친구인 알프레드에게서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데 할아버지는 수영을 좋아했던 소년이었고 화재로 가족을 모두 잃고 고향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스는 리버보이가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제스는 리버보이를 찾기 위해 다시 강의 시작점으로 가서 먼저 출발해 보이지 않는 리버보이를 따라 수영을 시작합니다.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던 리버보이를 다시 강에서 만나고, 리버보이와 함께 바다까지 헤엄치지만, 그는 곧 사라지고 할아버지도 세상을 떠난다. 제스는 할아버지의 유골이 담긴 항아리를 들고 강의 시작점을 찾아가 가루를 강물에 흘려보낸다. 두려워서 용기를 내지 못했던 폭포 아래로 뛰어들면서 제스는 할아버지와 리버보이에게 안녕을 고한다.

 

인생은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소용돌이치며 물결은 물결로 덮고 포말은 포말로 휘감아 돌면서도 계속 흐른다. 리버보이는 할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제시가 될수도 있고 우리들 자신일 수도 있다. 강물과도 같은 인생은 살다 보면 어느새 바다에 다다르고, 그 바다에서 새로움으로 태어날 준비를 한다. 즉, 모든 것들의 삶은 강과 같이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바다에 다다르고 그 변화의 삶은 소멸하는 것 같지만 다시 강으로 순환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7.17 10:45 수정 2024.07.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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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