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중국어 학습서「노걸대신석언해(老乞大新釋諺解)」(서울역사박물관 소장)를 지정하고자 한다. 이 책은 한어(漢語)본 중국어 학습 교재인 「신석노걸대(新釋老乞大)」를 한글로 번역하고 중국어 음을 단 것으로 1763년(영조 39)에 교서관(校書館)에서 간행한 것이다. 언해본은 현재 남아 있는 자료가 희귀한데 「노걸대신석언해」는 현전하는 국내외 유일본으로 그 가치가 높다.
「노걸대(老乞大)」는 고려시대부터 중국어 학습서로 널리 사용되어 온 책으로 오랜 기간 한어본으로만 전해져왔다. 「노걸대」언해본은 한글 창제 이후에는 세기마다 한국어와 중국어 구어(口語)와 음의 변화가 책에 반영되어 전해짐으로써 한국어사, 중국어사, 외국어 교육사, 외국어 교재사, 외국어 번역사, 동아시아 상업교류사 등의 연구에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소장된 ‘권1’만이 알려졌을 뿐, 이외의 현전 자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으나, 이번에 지정에 나선 「노걸대신석언해(老乞大新釋諺解)」는 권2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 세계 유일본으로 확인된다.
「정와선생문집 목판(訂窩先生文集木板)」(서울역사박물관 소장)은 퇴계 이황과 학봉 김성일의 학맥을 계승한 안동의 학자 김대진(金岱鎭, 1800~1871)의 문집 목판이다. 10책 이상 대형 문집의 목판은 완벽히 보존되는 사례가 드물고, 영남지역 문집의 전형성을 갖추고 있어 지역 사회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자료임에 의미가 크다.
이 목판은 김대진의 문집 『정와집』의 목판이다. 전체의 75%에 해당하는 원집의 목판은 1889년에 제작되었으며, 나머지 25%는 1905년 이후 제작된 것이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김대진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본관은 의성(義城), 자는 태수(泰叟), 호는 정와(訂窩), 유계(酉溪), 유산(酉山)이다. 그의 가문은 김성일(金誠一)의 학통을 계승하였으며, 김대진은 이상정(李象靖)의 문인 이병원(李秉遠, 1774~1840)에게 수학하였다. 1871년 생원시에 합격하고 1866년 목릉 참봉(穆陵參奉)에 제수되었으나 나아가지 않고 안동 호계서원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강학 활동을 전개하며, 향촌에서 생을 마쳤다.
「백련사 비로자나삼신괘불도 및 괘불궤」(한국불교태고종 백련사 소장)는 짜임새 있는 도상 배치와 인물 표현, 선명한 채색과 치밀한 문양 도안이 돋보이는 괘불도이다. 지역성과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어 서울 지역 삼신불 괘불도의 기준작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온전한 형태로 보존된 괘불궤의 ‘괘불곽’이라는 명문은 관련 유물로서 원형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
백련사 비로자나삼신괘불도는 ▴법신(法身) 비로자나불 ▴보신(報身) 노사나불 ▴화신(化身) 석가모니불로 구성된 삼신불 도상으로, 장방형의 화면 상부에 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 석가모니불을 화면 가득 차게 배치하고 하부에 제자와 동자를 함께 배치한 군도 형식의 괘불도이다. 서울․경기 지역의 전형적인 괘불도 형식을 계승하고 있다.
당대 서울․경기지역의 대표적 화승(畵僧)인 금곡 영환(金谷 永環)과 경선 응석(慶船 應釋)이 주도한 대표적인 작품이자 원형이 잘 보존된 유물이며 이와 함께 온전한 형태로 보존된 괘불궤의 ‘괘불곽(괘불 보관상자)’이라는 명문은 관련 유물로서 원형성을 잘 유지하고 있어, 괘불도와 함께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판단된다.
이외에 문화유산자료로 지정 예고된「청량사 대웅전 산신도」, 「청량사 대웅전 신중도」, 「청량사 대웅전 아미타불회도」, 「청량사 대웅전 칠성도」(대한불교조계종 청량사 소장)는 본래 삼각산 삼불각에 봉안되었던 불화로, 20세기 전반 서울·경기 지역에서 활동하던 춘담 성한이 단독으로 일괄 조성한 불화이다. 4점 모두 화풍이 일관되고, 단정하며 정제된 솜씨를 잘 발휘한 것으로 춘담 성한의 대표작이라 할만하다. 전통 불화의 특징을 잘 계승하고 있으며, 당대의 고승(高僧)인 박한영이 증명*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불화를 제작한 춘담 성한(成漢 春潭)의 본래 성은 김씨이고, 1920년대 초부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약 20년간 활동하며 불화를 제작하였다. 현재 30여 점의 작품이 전해지고 있다. 1924년에 충남 태안 <흥왕사 치성광여래도>를 단독으로 제작한 후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충청, 전라, 경상, 경기 지역의 불화 불사에도 종종 참여하였다.
화기*를 통해 본래 이 4점은 삼각산 삼불각에 봉안되었던 것을 청량사로 이전한 것을 알 수 있어, 19세기 말~20세기 초 비구니 사찰의 형성과 운영, 불화의 이동 등 당시 서울 지역의 불화 제작 경향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하여 보호할 만하다.
서울시는「노걸대신석언해」등 총 7건의 문화유산에 대하여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서울특별시 국가유산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서울시 유형문화유산과 문화유산자료로 지정할 예정이다. 지정사유 전문은 서울시보(2024.7.25.자)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관련 문의는 서울시 문화유산보존과(02-2133-2630)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