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수만 마리의 애완동물들이 버려져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반려견은 이미 해마다 100만이 넘어섰고, 고양이, 청거북이 등도 많은 개체 수가 버려지고 있다.
반려견이나 애완견을 유기하는 까닭은 배변을 못 가리거나, 짖는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주인을 물어 상처를 입힌 경우, 질병이 걸린 경우, 기르다가 싫증이 난 경우, 기르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새끼를 낳은 경우 등 다양하다.
그 자세한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처음에는 귀여웠는데 점점 애완견의 모습이 보기 싫어져서 유기된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애완견을 장난감이나 액세서리로 여기고, 어릴 때 애완견의 귀여운 모습이 없어지고 점차 보기 싫어져서 더는 기르고 싶지 않아서 반려견을 유기한다. 유기견의 나이가 1살 전후이거나 10살 이상 노견이 많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는데, 최근에는 1살 정도의 어린 나이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배변 문제와 식분증이 있는 경우에 유기된다. 개들은 표시 본능이 있다. 반려견의 오줌을 누어서 마킹하는 경우는 영역을 표시하는 동물들의 습성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애완견을 산책시킬 때 이곳저곳의 냄새를 맡고 끊임없이 마킹하려 하거나 어떤 개는 풀을 뜯어 먹고, 땅을 정신없이 파거나 지나칠 정도로 마킹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반려견은 대부분 바르지 못한 환경과 관리 속에서 자란 습성 때문이라고 한다.
시골에서는 밖에서 개를 키우기 때문에 배변 문제 때문에 유기된 경우는 드물지만, 도시에서는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마킹하거나 배변 습관이 길들여지지 않는 반려견은 아무 데나 배변을 하여 그것을 치우는 일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식분증까지 있는 경우에는 똥을 먹으면서 몸과 발에 똥을 묻히게 되고, 온 집안에 똥칠해 놓기 때문에 유기된다. 식분증이 있는 강아지들을 키우는 주인은 난치병에 걸린 환자를 데리고 사는 사람처럼 강아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키워야 하는 고통과 인내심을 감수해야 한다. 그 때문에 개를 키우는 것에 혐오증을 가져오게 되고, 방안을 더럽히지 않게 하려고 케이지에 가두어 반려견을 키우다가 마침내 유기된다.
셋째, 아무 때나 짖어대는 반려견 때문에 이웃집에서 민원을 제기하여 반려견을 더는 기르지 못하게 된 경우 유기된다. 반려견이 점점 자라면서 사납고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짖어대는 경우가 있다. 짖는 개는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고자 하는 본성으로 하는 것이지만, 어린 시절 어미 개나 주인과의 사회화를 못 거친 경우 짖는 나쁜 습관을 지니게 되는데, 한밤중이나 다름없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짖는 경우는 물론 주인이 집을 비울 때 엄청나게 짖어대는 바람에 이웃에서 민원이 빗발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유기할 수밖에 없기에 버려진다.
넷째, 물림 사고 때문이다. 가족이나 손님을 모는 등 공격성을 보이거나 집안의 가구와 물건을 물어뜯어 버려놓았을 때 반려견을 유기한다. 반려견이 주인을 무는 버릇 때문에 화가 난 주인은 배신감을 느껴 유기한다. 개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기회는 많지 않다. 대부분 시간을 주인과 함께 보낸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주인을 무는 개가 있을 때 개에게 물려서 상처를 입었다면 주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개가 무는 문제는 훈련이 안 된 것이 원이지만 반려견의 습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가끔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 애완견한테서 물리는 사고가 일어난다. 심지어는 이 때문에 어린아이가 더러 죽임을 당하는 일도 벌어진다. 보통은 죽임을 당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지만, 개가 어린아이를 물어서 다치게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어린아이가 반려견에 불리면 날카로운 개의 이빨 자국이 어린아이의 흉터로 남아 평생 가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경우 반려견은 유기된다. 버려진 유기견들은 대부분 몇 주,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길에서 추위, 굶주림, 질병, 로드킬 등으로 죽게 된다.
사람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애완견은 야생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운이 좋게 사람에 의해 포획되면 대부분 유기 동물보호소에서 10일~20일간 보호를 받다가 안락사된다. 유기견 동물보호소에서 원래 주인을 찾는 예도 있고, 입양되어 새 주인을 만나는 행운은 극히 적다. 나머지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야생에서 적응해서 살아가는 유기견은 들개가 되어 무리를 지어 산토끼, 다람쥐, 청설모, 꿩이나 새 등 다른 야생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한 해에 2만 마리나 되는 유기견들이 안락사된다고 한다고 한다. 도시의 공원이나 인근 산에서는 버려진 유기견들이 야생으로 무리를 지어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도시에서는 길고양이들이 음식 쓰레기봉투를 모수 찢어놓아 골치를 앓고 있다. 길고양이들이 아파트 주변에서 서식하면서 새끼를 낳아 개체 수가 불어나고 있고, 쓰레기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쓰레기를 뒤지고 밤중에는 울어대는 등 주민들의 생활을 불편을 주고 있어서 지자체에 따라 길양이들을 잡아 중성화 수술을 하는 곳도 있고 안락사를 시키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 전국에서 해마다 많은 수의 유기견과 길고양이들이 버려지고 있다. 그중에는 포획되지 않고 야생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여 생태계의 질서가 파괴하는 포식자로 생존하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유기견, 길고양이들이 곳곳에서 야생하고 있다. 이들의 희생인지 몰라도 산에는 산토끼를 볼 수 없다. 야생 생활에 익숙해져 이제 들개가 된 유기견, 야생에 완전히 적응해 살아가는 길고양이 2세들이 꿩, 비둘기, 새,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 뱀, 등까지 잡아먹는 포식자로 자리를 잡았다.
이미 강이나 하천이나 저수지 등 주변에는 유기 동물의 야생 생활 터전이 되어가고 있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음식 쓰레기나 물고기 등을 훔쳐 먹기도 하고, 물을 먹으러 오는 야생동물을 노려 해치는가 하면 인근 인가의 농장에서 기르는 염소나 닭 등 가축을 해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람에게 버림받은 유기 동물들이 자신을 버린 사람들에게 언제 앙갚음을 할지 모르는 일이다. 유기 동물도 생명체다. 반려견으로 인연을 맺었다면 끝까지 책임지는 생명에 대해 귀중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주인을 구하고 죽은 “오수의 개” 전설을 생각해 보면, 유기 동물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 야생으로 돌아가 생활하면서 신의를 저버린 개보다 못한 사람에게 “우리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라는 주인에 대한 항변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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