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아랑가] 제3한강교

길옥윤 작사 작곡 / 혜은이 노래

유차영

<제3한강교>는 어디일까. 한강의 다리는 몇 개일까. 이런 질문이, 이 노래 끝자락에 매달린다. 한강의 다리는, 1900년 최초로 한강철교가 완공되었고, 1916년에는 최초의 인도교가 가설되었다. 이 다리가 6.25 전쟁 초기이던, 1950년 6월 28일 새벽 2시 30분에 폭파되어, 1958년을 전후로 복구되었다.

 

​2024년 기준으로 한강의 다리는 34개이다. 제1한강교는 한강대교, 제2한강교는 양화대교, 제3한강교는 한남대교이다. 뒤이어진 다리 번호는 없다. 번호를 붙이지 않았다. 같은 해에 다리 여러 개가 건립되었기 때문에 매기지 않았던 것이다. 1979년 이 노래, <제3한강교>를 부를 당시 혜은이는 24세였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 제3한강교 밑을 /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마음을 싣고서 / 젊음은 갈 곳을 모르는 채 이 밤을 맴돌다가 / 새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만 갑니다 / 어제 처음 만나서 사랑을 하고 / 우리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 이 밤이 새면은 첫차를 타고 / 이름 모를 거리로 떠나갈거예요 / 오오 뚜룻뚜룻뚜 하~

 

강물은 흘러갑니다 / 제3한강교 밑을 / 바다로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만 갑니다 / 어제 처음 만나서 사랑을 하고 / 우리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 이 밤이 새면은 첫차를 타고 / 이름 모를 거리로 떠나갈거예요 / 오오 뚜룻뚜룻뚜 하~ / 강물은 흘러갑니다 / 제3한강교 밑을 / 바다로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만 갑니다 / 흘러만 갑니다 / 흘러만 갑니다.

 

<제3한강교> 노래는 어찌 보면 발칙한 노랫말 곡조다. 시대를 앞질러간 노래라고 하기는 낯이 뜨겁기도 하다. 젊음은 갈 곳을 모르는 채 밤길을 맴돌다가, 어제 처음 만난 사람과 오늘 하나가 된 노래이니, 그렇게 해설할 수밖에 없다.

 

​이 노래의 모티브인 한강은,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백두대간 중 해발고도 1,418미터 금대봉의 산허리 800미터 지점이 발원지다. 고목나무 샘물이 검룡소에 고였다가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해구(海口)까지 494km를 유장하게 흐른다.

 

서울을 통과하는 한강의 폭은 6백~1천2백 미터로 프랑스 파리 센 강보다 3~5배정도 넓은 강이다. 한강(漢江)은 큰 강이라는 의미이며, 고구려 때는 아리수, 백제시대에는 욱리하라고 불렀다. 이 유역에서 BC 57년에 신라가 둥지를 틀었고, BC 18년에 백제가 최초의 움을 지었다. 역사 이래로 한강유역을 지배하는 세력이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주도했었다. 한강의 기적, 그 현장과 젖줄이 여기다.

 

제1한강교는 한강대교(1917년), 제2한강교는 양화대교(1965년), 제3한강교는 한남대교(1969년)다. 마포대교는 1970년, 잠실·영동·천호·성수대교·잠실철교는 1972년에 개통되었고, 1980년에 성산·양화신교·원효·한강신교·반포·동작·동호대교가 개통되었다.

 

1990년 올림픽대교·1996년 서강대교·1998년 성수대교(재개통)·1999년 청담대교·2000년 신행주대교·신한남대교(재개통)·방화대교·2002년 가양대교·2015년 까지 구리암사대교가 완공되었고, 2020년 월드컵대교 개통, 2024년 고덕대교가 개통 예정이다.

 

한강을 소재로 한 노래는, 1932년 이은상의 <노산 시조집>에 포함된 <고향생각>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것이 가곡·민요·유행가 아랑가를 망라하여 최초인 듯하다. 이 노래 속의 고향은, 노산의 고향 마산이다.

 

어제 온 고깃배가 고향으로 간다하기 / 소식을 전차하고 갯가로 나갔더니 / 그 배는 멀리 떠나고 물 만 출렁거리오 / 고개를 수그리니 모래 씻는 물결이요 / 배 뜬 곳 바라보니 흰 구름만 뭉게뭉게 / 때 묻은 옷깃을 보니 고향 더욱 그립소.

 

이어지는 한강 노래는 1952년 6.25전쟁 중에 심은옥이 부른 <한강>(한 많은 강가에 늘어진 버들가지는~), 1961년 남인수의 <애수의 인도교>(인도교 난간 잡고서 옛사랑을 불러 봐도/ 강물만 출렁출렁 목메여 우네~)가 뒤를 잇는다. 이어서 1966년 <이별의 제2한강교>, 1979년 혜은이의 <제3한강교>, 다음은 1987년 주현미가 부른 <비 내리는 영동교>이다.

 

​한강을 그룹 이름으로 한 가수도 있다. 2011년 주영찬·주영호 형제로 이루어진 2인조 밴드는 이름 자체가 <한강의 기적>. 그들은 <한강의 기적>에서 양화대교를 노래했다.

 

이 한강에 코스미안 철학을 얽은 걸음 다리(walk bridge) 하나를 건립하기를 제언한다. 노들 물 나루나 동호 물 나루이면 좋으리라. 이 두 곳은 조선시대 세견선을 이용하여 걸어서 건너는 부교(浮橋)를 매었던 곳이다.

 

정조 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장조, 융릉)를 추도하기 위하여, 화성 행궁 행차 때에는 노들 물 나루에 부교를 설치하고 건넜다. 여기 동원된 세견선은 200여 척이었고, 동원된 선박에는 대동미 운반의 혜택도 주어졌다. 이때 문신이던 다산 정약용이 무인 복장을 하고 장검을 차고 임금님을 호위했다. 근접 경호 역할을 했던, 신임받은 징표이다.

 

코스미안 철학, ‘가슴 뛰는 대로 살아가는 우주적인 인간 사상’을 얽은 도보 다리가 건립되면, 이 다리는 센 강변의 에펠탑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명물이 될 것이다. 이 다리 위에 지어진 고층 건물 층계마다 코스미안 철학을 얽은 공간이 마련되고, 이 공간에서 세계적인 코스미안 포럼과 컨퍼런스가 개최되는 날을 고대한다. 상상하면 꿈으로 현시되고, 꿈은 현실이 된다.

 

혜은이의 <제3한강교> 노래를 들으면, 파리 쎈 강변의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이 연상된다. 그 언덕 꼭대기에 서면, 쎈 강을 오가는 유람선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가 남긴 <미라보 다리> 시가 저절로 암송된다.

 

로마에서 출생한 기욤은, 19세 때 파리로 나와 유럽 여러 곳을 여행하였으며, 1895년~1897년에 지어진 다리 난간에 서서 20세기의 명시를 남긴다. 사랑하는 여인, 롤랑생을 그리워하면서 적은 시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을 /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자 / 우리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흐르는 동안 /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 사랑은 흘러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중략). 

 

​이 시는 마리 로랑생이라는, 24세 여성화가와 아폴리네르의 이별을 읊은 사랑 노래다. <제3한강교>를 부를 당시 혜은이 나이와 같다. 24세였다.

 

​기욤 아폴리네르는 피카소(1881~1973)로부터 로랑생을 소개받고, 생면부지의 그녀를 찾아가서 첫 눈에 사랑하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4년 만에 파국을 맞았다. 그 후 마리 로랑생은, 1914년 독일 화가와 결혼하였다가 1차 대전 후에 이혼한다.

 

1956년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마리 롤랑생은, 생전의 소망대로 하얀 옷에 빨간 장미를 손에 들고 첫사랑, 아폴리네르의 편지를 가슴에 얹은 채로 숨을 거두었다. 마리 로랑생이 이승을 등진 그 해에 혜은이는, 유랑극단 악단장의 딸로 제주도에서 출생했다. 1956년이다.

 

혜은이는 본명이 김승주, 1975년 <당신은 모르실 거야>로 가수로 데뷔하여 <당신은 모르실 거야>, <열정>, <감수광>, <제3한강교>, <당신만을 사랑해>, <뛰뛰빵빵>, <독백>, <비가>, <파란나라>·<진짜진짜 좋아해> 등을 히트했다. 남편은 배우 김동현(이혼), 사촌동생은 서울패밀리의 보컬리스트 김승미다. 그녀의 아버지 김성택은 낙랑쇼단의 단장이자 변사였다.

 

1962년 7살 때 대전 선화동으로 이주하여 선화초등·호수돈여중·고를 졸업했다. 애초 가수의 꿈을 가진 것은 아니었고, 아버지가 보증을 서주었다가 잘못돼 길거리에 쫓겨나서 밥벌이를 하려고 노래를 불렀단다. 하지만 타고 난 끼를 어쩌랴.

 

키 158㎝에서 발산하는 댄싱파워를 보라. TV 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 출연한 혜은이는, 남편 김동현의 빚보증과 사업실패로 재산을 탕진하여, 200억이 넘었던 빚을 10년 동안 갚았다고 했다. 그 남편, 김동현과 혜은이는 남남이다. 2024년은 혜은이의 가수 데뷔 50주년을 바라보는 해다. 제3한강교 위에서, <제3한강교>를 절창하는 혜은이를 응원한다. 황혼의 댄싱퀀, 김승주 파이팅이다.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4.08.13 11:09 수정 2024.08.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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