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박지영 작가의 '쿠쿠 나의 반려 밥솥에게'가 말하는 착함의 올바른 정의

민병식

'박지영(1974 ~ )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장편소설 '지나치게 사적인 월요일'로 2013년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고독사 워크숍'이 있다. 이 소설은 ‘선동(착할 선, 아이 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삼남매 중 막내인 남자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이야기로 2022년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집 및 2023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수상 후보작이다

 

주인공 강선동의 아버지, 강만석은 79세의 노인으로 평생을 성실히 살아온 사람인데 아내 김 아네스가 죽은 후 치매에 걸린다. 마침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여 그가 다니는 주간보호센터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고 어쩔 수 없이 누군가가 전적으로 돌봄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달 후에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극단에서 쫓겨나 할 일이 없었기에 학원을 운영하는 누나 강진경과 공무원인 형 강진철이 비용을 대기로 하고 강선동이 아버지를 돌보게 된다. 문제는 돌봄 비용이 문제였다. 선동은 형과 누나가 주는 월 130만 원의 비용이 너무 적어 마땅치 않다.

 

유명해지기 위해 선동은 유튜브를 개설하는데 제목이 '어쩌다 부자유친'이다. 아버지도 치매에 걸린 지 7년, 전기밥솥 쿠쿠도 7년, 유튜브에서 아버지의 부캐는 '쿠쿠'가 된다. 다른 치매 노인이 나오는 영상을 모니터하던 중 '마담 케이의 비밀 정원'이라는 채널을 발견하는데 어릴 적 친구 제영무가 운영하는 채널이었다. 제영무는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와 함께 유튜브 방송 중이었고 제영무의 엄마인 권순영은 강선동의 어릴 적 피아노 선생님이기도 했다. 

 

제영무는 시인이면서 서점을 운영하며 자기 어머니를 시인이라고 칭찬했다. 영무의 유튜브 채널은 4만 명이 넘을 정도의 인기지만 강선동의 채널은 썰렁하다. 선동은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제영무가 엄마를 시인이라 했던 것처럼 자신은 아버지를 코미디언 컨셉으로 잡는다. 아버지에게 턱시도 옷을 입히고 찰리 채플린 코스튬으로 기저귀를 채운 뒤 산책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선동을 치매노인을 모시는 착한 아들로 보고 구독자 수가 늘고 반응이 좋다. 기뻐하던 강선동은 책을 내고 방송에 출연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제영무의 책이 먼저 나왔다. 제영무는 방송에 출연하며 책이 불티나게 팔린다. 선동은 아버지가 너무 말랐다는 댓글이 나오자, 선동은 아버지를 살찌우기로 마음먹고 아버지에게 열량이 높은 간식들을 먹인다. 문제는 똥이었다. 너무 많이 먹다 보니 똥을 많이 싼다. 유튜브에서는 아버지를 개처럼 끌고 다닌다는 악플이 늘어갔다. 

 

선동은 자신이 얼마나 아버지를 힘들게 돌보는지 알려주기 위해 변비약을 먹인다. 한 손으로 똥을 받아내는 비참한 아버지의 모습을 생방송으로 내보내자 유튜브는 경고를 받고 방송은 강제로 종료된다. 결국 아버지는 설사로 인한 탈수 현상과 급성 당 쇼크로 인한 의식 불명 상태가 되고 요양병원에 입원한다. 그러나 강선동은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고도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는다. 유튜브 방송을 다시 시작하며 자신이 조기 치매에 걸렸다고 컨셉을 잡는다.

 

주인공 강선동은 어릴 때부터 착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의 행동은 대부분 가식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강선동이 교실 뒤편에 붙여놓은 마흔여덟 개의 포도알 스티커를 빈틈없이 채우고 선행상을 받아왔을 때 아버지가 한 말은 "염병, 너무 애쓰지 마라!" 였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압력밥솥에 비유하고 돈벌이로 생각하는 강선동과 달리 친구 제영무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정성을 다하고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그런 제영무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강선동은 싫다. 제영무 보다 더 잘나가는 유튜버가 되기 위해 강선동은 아버지에게 못된 짓을 저지른 것은 착함을 가장한 악행이었다.

 

강선동의 돈에 대한 욕심은 아버지 강만석이 싼 똥보다 더 심한 구린내가 난다. 아버지를 이용한 돈벌이, 과연 강선동에게 아버지는 자신의 생계를 유지시켜 주고 인기 유튜버가 되기 위한 수단 이상, 이하도 아니다. 선동에게 아버지는 7년 된 쿠쿠 전기밥솥이다. 어찌 보면 강선동이 아버지를 돌보지 않는 것이 더 착한 것 아닐까.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꾸며내는 행동으로 타인에게 착하게 보일 때 이미 착한 마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포도알 스티커는 착한 행동을 했을 때 보상으로 받는 것이지 스티커를 받으려고 일부러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땐 누군가가 나서서 '너무 애쓰지 마라'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착한 사람으로 위장한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 증후군에 중독된 사람이 될 것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8.21 10:48 수정 2024.08.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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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