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막스 뮐러(1823 ~ 1900)는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학자이자 시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어학에 뛰어난 소질을 보인 막스 뮐러는 1850년 영국으로 유학 후 아예 영국에 귀화하여 죽을 때까지 영국에서 살았다. 인도 게르만어의 비교 언어학, 비교 종교학 및 비교 신화학의 과학적 방법론을 확립하였고 동양 고전에 대한 방대한 연구서를 남겼다. 그의 생애에 오직 한 편의 독일어로 쓴 소설을 남겼는데, 그 작품이 바로 ' 독일인의 사랑'이다.
어린 시절 ‘나’는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던 어머니의 품을 통해 어머니의 포근한 사랑을 유년 시절의 추억으로 새긴다. 6세경 나는 마을 영주인 후작의 집에 초대받는다. 후작 부인을 봤을 때 어머니에게 하듯이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그러자 아버지는 버릇이 없다며 혼을 내고 어머니는 나와 남의 차이를 알려준다.
그 이후에도 성에 갔는데 후작의 딸인 마리아가 있었다. 나이가 몇 살인지도 잘 모르지만 그녀는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영혼의 아름다움도 지니고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마리아는 몸이 매우 안 좋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리아는 항상 침대에 누워서 지내야 했다.
마리아는 견진성사를 받을 때 다섯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동생들에게 나눠 주었다. 마지막 하나는 자신이 끼고 있었다. 나에겐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마리아는 그 반지를 주면서 말했다. '원래는 내가 가지고 있으려고 했는데 너에게 주는 것이 좋겠다. 살아있는 동안 나를 기억해주렴' 대충 이런 의미의 말을 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너의 것은 모두 나의 것이라는 말과 함께 반지를 돌려주었다.
주인공은 나중에 다 커서 대학생 성인이 되어 고향에 돌아왔다. 오랫동안 성에는 가지 않았지만 늘 마리아를 생각하고 있었다. 고향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마리아는 친구로서 한번 만나자고 주인공에게 편지를 보낸다. 마리아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던 주인공은 마리아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기독교의 사랑에 대해 대화와 토론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둘은 매일 같이 만난다.
하지만 마리아를 돌보던 의사가 마리아의 건강을 위해서 주인공에게 떠나달라고 요청하고 주인공은 갑작스런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해도 마리아를 잊지 못한 주인공은 마리아가 요양하고 있다는 시골 성에 찾아가 마리아를 만난다. 자신이 마리아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인공은 결국 마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마리아는 두 사람 간에 놓인 장벽이 많다며 거절한다. 먼저 마리아가 높은 계급이라서 주인공이 감히 사랑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고, 또 마리아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몸이 안 좋았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어려웠다. 그래도 주인공은 사랑 사이에는 장벽이 없다고 설득하고 서로 키스를 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하지만 안타깝게 마리아는 그 다음날 죽고 만다.
마지막에 마리아를 돌보던 의사의 비밀도 밝혀진다. 마리아는 의사가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자의 딸이었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후작이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의사는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위해 그녀를 포기한다. 결국 그녀는 후작의 아내가 되었고 딸 마리아가 태어나는데 안타깝게도 마리아를 낳으며 그녀는 죽고 만다. 마리아의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했던 의사는 마리아를 살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마리아를 지극 정성으로 돌본다. 그 덕에 마리아는 예상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작품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경제적 여건, 사회적 지위 등이 무시될 수 없는 세상을 살면서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하는 세상, 그렇다면 직업이나 연봉, 학벌 등 많은 조건들을 구비한 만남에는 어떤 사랑이 있을까. 그 풍족한 삶 안에는 고통이 없을까 생각해 봐야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버티어 낼 힘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
작품에서 마리아는 곧 죽을 운명이었다. 그래서 주인공과 사랑하기를 많이 망설였다. 그렇다면 죽지 않는 사람은 있는가. 언젠가 사람은 모두 죽는다. 이 유한한 삶에서 이것저것 여타의 조건과 환경을 생각하는 순간 이미 사랑은 지나간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상대가 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 머리로 하는 게 아닌 가슴으로 하는 것, 그래서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아무도 모르는 거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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