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된 소설 '아몬드'로 깊은 인상을 준 소설가 손원평(1979~ )은 서울 출생으로 서강대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장편소설 '아몬' '서른의 반격' '프리즘'이 있고, 소설집 '타인의 ', 어린이책 '위풍당당 여우 꼬리' 등의 작품이 있으며 씨네21 영화평론상, 제주4·3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20대의 주인공 ‘나’는 히키코모리다. 고시원에 처박혀 먹고 자고 싸는 게 일이다. 처음엔 스스로 쓰레기처럼 느껴졌으나 어느 순간부터 타성에 젖어 버렸다. 아파트 계단 청소 아르바이트바를 가끔씩 하는 삶을 살며 생각 없이 살던 중 어느 날 TV에서 회전초밥이 레일 위를 돌아가는 것을 보고 초밥이 먹고 싶어 초밥집을 찾아 가나 들어가지 못하고 초밥과 같은 선택받는 사람이 되리라고 결심한다.
그것이 바로 휴대폰과 괜찮은 아이템만 있으며 바로 유튜브의 세계다. 그러나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는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것을 내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다. 그때 문득 내 손을 본다. 손이 예쁘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화상자국 대문에 늘 손을 감추곤 했었다. 며칠 동안 편집 앱과 씨름 끝에 화상자국이 없는 말끔한 손을 만들어 낸다.
나는 방 한구석에서 종이학이나 방울토마토 등을 찍으려 예쁜 영상을 찍으려 노력하고 어는 순간 구독자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댓글도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목소리를 예쁘게 변조하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도 꾸며내기 시작한다. 비싸더라도 과일은 항상 유기농으로 산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계를 여행하던 전직 스튜어디스였고 어느새 회사를 과감하게 나와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성 구독자가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동안 ‘나’에게 팬이라며 만나자는 남자들을 모두 거절했지만 그 남자의 댓글은 아주 점잖고 신중했기에 나를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아 그 남자를 만나게 된다.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많이 다르다며 어디까지 거짓말이냐고 말한다.
그 후 내 영상에는 실물 존 못임, 내가 봤음을 필두로 스튜어디스라면서 왜 인증한 번 없냐는 등의 다른 사람들이 동조하는 댓글까지 달린다. 혐오 악플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나는 내 삶에 거짓이 없다며 실시간으로 자동 보정되는 화면 속에서 내 얼굴을 공개했으나 악플과 비난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계정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분노하여 만났던 그 남자의 신상을 미친 듯이 캐냈고 끝내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남자를 돈에 눈이 먼 인간쓰레기로 만들려고 복수를 계획한다. 그 남자가 운영하는 초밥집은 배달 전문이었는데 몇 번 배달을 시키면서 단골이 된 뒤 신선도가 전 같지 않다, 트리오 냄새가 너무 심하다, 서비스가 주문과 다르다 등 리뷰를 안 좋게 달거나 문자로 귀찮게 하는 방식으로 괴롭히면서 초밥은 계속 주문하고 별점을 조금씩 낮춘다.
지역 까페에도 가입하여 '저만 불편한가요'라는 그럴듯한 제목에 하소연하는 말투로 컴플레인 글에 거기에 달린 댓글까지 캡처해 올린다. 그 뒤로는 사람들이 알아서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결국 초밥집은 문을 닫는다.
지금의 세상은 언-택트의 세상이다. 나쁜 마음만 먹으면 악플로 인한 여론몰이를 통해 가게 하나쯤은 순식간에 날려 버릴 수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거리낌도 덜하다. 어디 음식점에 대한 별점 테러뿐인가. 악성댓글은 약과다. 가짜뉴스, 근거 없는 루머에 상대가 받을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저주로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함을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악성 댓글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연예인 등에 관한 뉴스를 수시로 접하고 있지 않은가. 작품은 자신의 양심을 모자이크하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타인에게 가하는 근거 없는 언어폭력, 근거 없는 비방, 욕설 등은 살인 행위와 마찬가지임을 강조하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필요한 윤리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꼭 지키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도덕성이 절실한 시기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