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대한민국의 교사로 안전교육이라는 한길만을 지금까지 걸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이 책을 집필합니다. 그동안 좋은 것도 보았고 좋지 않은 것도 경험했습니다. 현재 학교 현장은 온갖 악성 민원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악성 민원을 실제 사례 하나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식사를 하는 급식소에 전화가 와서 우리 아이가 먹기에 간이 너무 짜다고 하니 간을 싱겁게 해달라고 합니다. 영양사와 조리사가 이미 학년별로 간을 적절히 조절하여 식사를 만듦에도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을 약간 싱겁게 하면 다시 다른 사람이 전화를 합니다. 급식을 싱겁게 만드니 맛이 없어서 아이가 급식을 안 먹으려고 하니 간을 약간 짜게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간을 추가하면 다시 짜다고 전화가 오고 또 싱겁다고 전화가 옵니다. 이렇게 해도 문제고 저렇게 해도 문제입니다.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입맛과 간을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맛과 간뿐만 아니라 식단의 영양과 칼로리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이 불가능한 일을 매 순간 해내고 있는 분들이 각급 학교의 급식조리사분들입니다.
학교에는 이처럼 황당한 민원들이 차고 넘칩니다. 이런 황당한 민원 사례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이의 자립심을 꺾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하는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스스로 해결하거나 적응하기보다는 일단 부모님에게 요구하고 봅니다. 그 요구가 합당하지 않을지라도 우기고 보면 다 된다는 것을 이미 학습한 것 같습니다. 안전교육을 하는 목적은 아이의 안전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함입니다. 부모가 어디에든 아이를 따라다닐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독립을 시켜야 합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립이며 안전교육의 목적 또한 안전 독립입니다.
불조심어린이마당 대회 지도를 하면서도 식당 조리사분들과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불조심어린이마당 지도 경험 및 수상실적이 가장 많은 사람입니다. 2020년 대회 전국 1위를 했을 때 학생들은 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했으며 각 가정의 학부모님들은 저의 지도 전략을 존중했습니다. 그 결과는 코로나19를 뚫고 340여 개 학급 중 전국 1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 )수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 후의 대회 지도 과정에서 만나는 학부모님들 중 몇 분은 제가 이 대회를 시작할 때 당부한 사항들을 지키지 않는 모습들을 여러차례 보였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회에서 가장 지도 경험이 많은 사람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데 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그리고 결과는 본선 진출 실패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저는 사실 대회 준비과정에서 이미 직감했습니다. 협동이 중요한 단체전 대회에서 몇 명이 각자 노를 젓고 있는데 배가 한 방향으로 갈 리가 없다는 것을요. 어차피 본선 진출 실패를 하면 수상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일 뿐 저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본선에 진출을 해도 저에게는 상이 어차피 주어지지 않거든요. 불조심어린이마당 대회 지도는 교육봉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보통 지도를 희망하지 않지요. 이 대회를 꾸준히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몇 분 알고 있는데 그분들은 정말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한 분들입니다. 학생들의 안전 자립심을 키워주고 어린이 소방관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그 보람 하나로 걸어온 길입니다만 이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고 건강에 손실이 있었기에 이제는 이 대회 지도를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불조심어린이마당 대회를 통해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 그리고 안전교육의 현실을 말씀드린 겁니다.
이 책을 출간하는 이유는 제가 걸어온 안전교육의 길을 정리하고 되돌아보며 뒤따라오는 선생님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소방서 예방안전과 직원분들이 학교 현장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 각 지역의 대회들이 잘 운영되도록 하고자 하는 작은 바램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어린이들이 이 대회에 참여하여 안전 문화와 안전의식을 확산했으면 합니다. 어린이들의 안전의식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미래의 안전을 확보하는 지름길일 테니까요.
대한민국의 어린이 안전교육을 위해 이 책을 바칩니다.

저자 서동욱은 안전교육에 뜻을 두고 한국 교사 중 최초로 미국 화재폭발조사관 자격을 취득하였다. 군 복무 중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고 교육대학교에 장학생으로 합격한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학습방법을 개발하였고 맡은 반 학생들에게 이 방법을 적용하여 불조심어린이마당 대회에서 전국 대상을 포함 5회의 수상을 달성하여 대회 최다 수상자가 되었다. 소방학 관련 석사학위와 소방청에서 발급하는 소방안전교육사 자격을 취득하였고 확보된 안전역량을 바탕으로 한국교육시설 안전원 및 여러 안전체험관의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다수의 소방학교 외래강사로 위촉되어 있으며 다양한 어린이 안전교육 활동과 사람책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