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소유 너머의 일상, 화요 편지 김고은입니다.
로또에 당첨되면 지금 다니는 직장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제 주위 사람들은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당첨 사실을 안 그 순간 고민 없이 퇴사하겠다는 사람들과 성과에 연연하거나 상사들 눈치 보지 않고 여유롭게 회사에 다니겠다는 사람으로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거 같나요? 저는 직장에 다닐 때는 무조건 퇴사인 전자의 입장이었다면, 퇴사 후 뚜렷한 목적이 없어 한창 우울할 때는 후자로, 뚜렷한 목표가 생긴 지금은 전자로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전 어릴 적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무얼 할지 몰라 ‘심심해’를 입에 달고 살던 아이였습니다. 혼자서는 무얼 해야 재미있을지도 확신이 없었고, 무언가를 시작하더라도 금방 질려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게임에 몰두해 재미있어 보이는 동생을 보면 부럽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와 직장에 다니면서는 대학 진학과 높은 연봉이라는 목표가 뚜렷하니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끝이 없었기에 심심할 틈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어엿한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항상 어른들 밑에서 교육만 받았던 제가 드디어 어른의 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에 어떤 재밌는 일이 펼쳐질지, 어떤 꿈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로 가득 찼었지요. 하지만, 이 세상은 제 환상 속의 핑크빛 세상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오히려 세상은 아이들 세계만큼이나 유치했습니다. 효율적이지도 않았고, 공평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논리적이거나 이상적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원래 잔인했습니다. 분명 제가 일곱 살 때는 IMF가 있었고, 초등학생 때는 뉴스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를 목격했고, 고등학교 때는 신종플루로 졸업여행도 취소됐었습니다. 입학 비리, 취업 비리, 공직 비리, 기업 비리, 금융 비리 등 온갖 비리들이 뉴스를 장식하곤 했었습니다. 분명 이 세상은 본디 그랬는데 저만 착각하고 있었던 거지요.
이 세상의 제한된 구조 속에서 뭐라도 해보려고 발버둥을 아무리 쳐봐도 그물에 잡혔는지도 모르고 발버둥 치는 물고기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대로 주변을 통제하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는 건 미미해 보였고 제 몸과 마음은 더 빠르게 지쳐갈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한계를 체감하며 시무룩해지고 방황하기를 반복하다 벗어날 여지라도 있는 직장이라는 구조를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제가 있었죠.
효율적이지도 않고 이상적이지도 않은 일들을 해야만 하는 게 싫어 퇴사를 선택했는데 오히려 자유의 시간이 주어지자 저는 매일 ‘심심해’를 외치던 어린 날의 저와 다시 마주하게 된 겁니다. 이런저런 방황의 시간 끝에 지금은 무얼 해야 할지 깨달았습니다. 도태될 거 같은 불안함에 하는 공부가 아닌 의문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합니다. 틀에 박힌 공교육이 아닌 책을 통해 세상과 나를 알아가는 공부에 몰두하곤 합니다. 가끔은 이렇게 살고 있는 게 괜찮은 건지 불안한 마음도 피어납니다. 하지만, 이 또한 불안하다며 벗어던지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그렇기에 저는 지금 해야 하는 일에 온전히 머무르려 합니다. 더 이상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에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제게 필요해서 시작한 이 공부(工夫)가 단순히 학문과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와 정신에 숙련이 되는 쿵후(功夫)가 될 때까지요. 쿵푸팬더의 포가 말했듯 “옳은 일을 하는 데 늦는 건 없다”는 용기를 마음에 새기며 정진할 겁니다. 포가 고된 수련 끝에 진정한 쿵후의 경지에 이르렀던 것처럼요.
여러분은 쿵후의 실력을 갖춘 분야가 있으신가요?
K People Focus 김고은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케이피플 포커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표기 의무
■ 제보
▷ 전화 : 02-732-3717
▷ 이메일 : ueber35@naver.com
▷홈페이지 : www.kpeoplefocus.co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