ᅠ 안녕하세요. 소유 너머의 일상, 화요 편지 김고은입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떠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이생에서 이룬 바와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죽을 때는 다 놓고 가야 한다는, 열심히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을 들게 하는 허무주의와 연결되는 고사성어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빈손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이생을 열심히 사는 게 의미가 없다는 발상은 사실 오로지 물질에 가장 높은 가치를 두는 발상에 불과합니다. 물질을 가장 높은 삶의 가치로 두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물질에 높은 가치를 두며 행복을 느끼고 살아왔는데 미지의 세계인 죽음에 물질로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살면서 힘들게 일군 물질도 가져가지 못하니 허무함과 공허함만을 느끼게 되니 열심히 사는 걸 포기하겠다는 극단적인 발상으로 이어진 겁니다.
그래서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이 의미가 있으려면 죽음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죽으면 끝이라는 세계관이 필요합니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도구라고 여겨지는 과학이 발견한 건 아무것도 없기에 미지의 세계인 죽음을 고민하기보단 현생에서 물질을 추구해서 행복을 즐기는 게 더 나은 선택으로 여겨지는 겁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치면 쾌락주의에 해당하는 또 다른 극단적인 발상이 될 테지요.
또 어떤 사람들은 사람의 육체가 죽어도 죽지 않는 영혼이 있다고 믿기도 합니다. 절대자에 대한 믿음이나 특정 의례나 의식을 따르고 사랑이나 자비를 실천하며 현생을 살아간다면 죽어서도 영원한 행복 또는 열반을 누릴 수 있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죽음이 영원한 행복을 얻게 해주는 교두보냐, 죽으면 모든 게 끝이냐는 양극단의 입장, 혹은 그 두 가지의 견해 중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가치관을 골라 혼합한 세계관으로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관이 어떻든 변하지 않는 진리는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 어떤 억만장자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왕도, 찬란한 문화유산을 꽃피웠던 예술가도, 유용한 기술을 발전시킨 과학자나 기술자도, 기네스북에 등재된 가장 오래 산 사람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 하여,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기에 우리는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죽음 이후에 어떨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기에 현재 내 삶의 행복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이 바람직한지 또 단순히 믿음만으로 내가 무언가를 맹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숙고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허무주의를 넘어서 의미를 구하는 자기만의 길을 찾는 유익한 한 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K People Focus 김고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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