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칼럼] 만남과 이별의 철학

이윤배

사람들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와 만남과 이별을 수없이 반복하며 한평생을 살아간다. 부모님과 만남이 첫 번째이고, 다음이 형제자매, 그리고 사회에서 만나 맺는 이런저런 인연들이다. 물론 인연 중에는 알게 모르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있겠지만……. 

 

이별을 뜻하는 사자성어 “회자정리(會者定離)”는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란 것으로, 만나면 헤어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라는 또 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냉정해 보이지만, 그러나 지극히 현실적인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회자정리의 유래를 보면 부처님께서 배사리성의 큰 숲에서 열반(죽음의 최고 경지)을 예고하자, 제자인 아난존자가 매우 슬퍼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인연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빠짐없이 귀착되나니 은혜와 애정으로 모인 것일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별하기 마련이다. 또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의례 그런 것이거늘, 아난존자는 어찌 근심하고 슬퍼만 하는가?” 

 

그러자 아난존자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하늘에서나 인간 세상에서 가장 높으시고 거룩하신 스승님께서 머잖아 열반에 드시는데 어찌 근심하고 슬퍼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은 눈을 잃게 되고, 중생들은 자비로운 어버이를 잃나이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야, 근심하거나 슬퍼 말거라. 내가 세상에 한 겁 동안 머문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없어지리니, 인연으로 된 모든 것들의 본바탕은 ‘회자정리’이니라.”  

 

부처님 말씀의 ‘회자정리’처럼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은 때가 되면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 물론 다시 만날 수 있는 인연이라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할 때나, 손때 묻은 귀한 물건을 버릴 때 등등, 이별할 때는 더 진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바위가 부서져 돌이 되고, 다시 모래가 되고 흙이 되어 형체를 전혀 알아볼 수 없게 변하듯,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멸이든, 마멸이든 결국 빈(空) 것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마냥 슬퍼하거나 비관할 일만은 아니다. 인간을 비롯한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은 유한 자로서,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회자정리와 함께 “거자필반(去者必反)” 이란 사자성어도 있다. 즉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라는 뜻으로 이는 “재회(再會)”를 전제로 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잘게 부서졌던 흙은 다시 굳어져 돌이 되고, 또 바위로 변하는 이치와 같다. 

 

결국, 인간인 필자 역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어느 날 생을 마감하겠지만, 나와 DNA가 똑같은 나의 분신인 2세가 이 세상에 남아 나를 대신할 것이다. 따라서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은 영원히 사멸하거나 마멸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보이지 않는 끈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자연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은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감상에 젖는다. 그렇다고 조락의 계절이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다. 낙엽은 떨어지면서 풍성한 열매를 남기고 또 나무들의 거름이 되어 이듬해 봄이 되면 더 파랗고 더 싱싱한 새잎들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회자정리’의 슬픔을, ’거자필반‘의 기쁨으로 보상해 주는 셈이다. 

 

자연도 이러한 까닭에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은 살면서 절대로 원수나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곁에 있는 이 사람과 영영 다시 안 볼 것 같아도 만날 인연이라면, 언제 어떤 식으로든 다시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만날 때 미리 헤어질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이별할 때도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을 믿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고 또 그들을 기억해 주는, 그런 유의미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찰나 같은 인생을 남을 괴롭히고 증오하고 미워하며 살기에는 너무 짧으니 말이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

 

작성 2025.01.14 10:35 수정 2025.01.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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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