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영(1981 ~ ) 작가는 200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등이 있고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 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등이 있으며 만해문학상, 한겨레 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소설집 겨울방학의 표제작으로 순수했던 어린 시절 주인공이 고모의 가난을 자꾸 들추어냈던 일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이나’는 아홉 살이 되던 해 겨울 한 달 동안 시골 고모의 집에서 지내기로 한다. 이나의 아빠는 언제든지 돌아오고 싶으면 전화하라고 하고 돌아가고 고모와의 생활이 시작되는데, 이나가 보기에 고모는 가난한 어른이었다.
이나는 아파트에서만 살았고 시골의 고모 집에서는 없는 것만 보인다. 이나의 집에는 신발이 50켤레가 넘고 신발장도 따로 있지만 고모는 운동화 두 켤레 뿐이었고 신발장도 따로 없었다. 텔레비전도 없고 침대도 없었으며 심지어 돈도 없어 보였다.
이나는 고모가 가난 하니까 이런데 사는 거라고 말하지만 고모는 거짓말 아니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대답한다. 고모는 자신의 형편과는 상관없이 이나와 최선을 다해 놀아준다. 롤러스케이트장도 함께 가고 패밀리 레스토랑, 코인 노래방도 간다. 큰 서점에도 함께 가고 보드 카페에 가서 함께 게임을 하였으며 목욕탕과 만화방을 다닌다.
고모와 함께 깁밥과 만두를 같이 해서 먹고 기차를 타고 바다 구경도 다녀왔다. 어느 순간 이나의 마음은 이제 고모의 운동화도 신발 냄새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아파트에서의 삶이 전부였던 이나는 고모의 집에서 어떠한 행복을 만났을까.
우리는 늘 우리에게 모자란 것들, 더 갖고 싶은 것들을 갖으려고 발버둥 친다. 좋은 집, 좋은 차, 해외여행, 값비싼 명품, 높은 지위 등 오르면 또 오르고 싶은 산더미 같은 끝이 없는 욕심 덩어리들, 그것들로 채워진 가슴에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은 없다.
이나의 고모는 이나에게 자신의 가난을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모두를 이나에게 보여주면서 수십 개의 화장품이 꼭 놓여있어야 화장대가 아니라 수십 벌의 옷이 들어가 있어야 옷 방이 아니라 신발장이 없는 조금 부족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그 부족함 속에서도 행복하고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나는 고모가 자신과 놀기를 시작한 그때부터 고모의 가난을 신경 쓰게 되지 않는다.
이 작품에 나오는 두 인물, 조카 이나와 이나의 고모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아무리 채우고 또 채워도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고 늘 허기진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기도 한데 정작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지 모르겠다.
스스로의 부족한 모습을 보지는 못하면서 타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에게 진정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찾지 못한다. 즉, 내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사느냐 따라 각자의 행복이 정해진다는 뜻이다. 여러분은 어떤 모습의 행복을 택할 것인가. 그 누구도 참견할 권리는 없다. 각자의 선택이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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