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아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권위 있는 문학상은 노벨상이 있다. 스웨덴 노벨 재단에서 해마다 세계적으로 문학적인 업적을 인정받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노벨 문학상은 작가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적 공헌을 인정하고 인류의 문화와 문학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목표로 한다.
그다음으로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부커상을 꼽는다. 영국의 부커 회사에서 주는 영어권 소설가들의 창작활동을 인정하고 우수한 작품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주는 상으로 국적에 상관없이 작품의 질과 창의성을 우선하여 선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6대 문학상으로는 콩쿠르, 르노드상, 페루 미나상, 앵테랄리상, 메디치상, 아카데미 프랑세즈상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해마다 프랑스어로 쓴 우수한 소설에 주어지는 콩쿠르가 있다. 수상 작품은 문학적 가치와 예술성을 고려하여 선정하며, 작가의 국적에 상관없이 작품의 질을 우선하여 선정한다. 이 밖에도 프랑스에서 권위 있는 여성 작가들에게만 주는 페미나상이 있다.
미국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는 퓰리처상이 있다. 문학, 저널리즘, 음악, 드라마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작품과 업적을 인정받는 미국 문화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상이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노벨문학상을 우리나라 최초로 소설가 한강이 2024년에 수상했다. 한국문학이 드디어 세계적인 문학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라별, 지역별, 장르별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들이 있다. 이들 문학상은 모두 우수한 문학작품을 작품성과 작가의 공헌 등 전문가들의 공정한 심사로 선발하고 시상하여 작가에게 창작 의욕을 북돋는 계기가 되고, 여러 사람이 수상한 작품에 대해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수상하는 작가에게는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상금으로 보상함으로써 격려의 의미와 작가적인 긍지를 갖는 계기가 되는 영광이고, 독자들에게는 수상작가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보기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끔 이런 권위가 있는 문학상에 대한 에피소드가 우리를 멈추게 한다. 1958년 『닥터 지바고』를 쓴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정치 탄압 등의 이유로 수상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 1989년에 그의 아들이 아버지를 대신해 수상했고,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1964년 그의 회고록 『말』이 노벨 문학상에 선정되었지만, 사르트르는 노벨상의 서양 편중과 작가의 독립성 침해, 문학의 제도권 편입 반대 등을 이유로 수상을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이는 노벨상을 거부한 최초의 사건으로서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지성, 사르트르의 명성을 한층 드높여 주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2016년 노벨문학상에 수상되는 이변이 있었는데,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은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불참했다. 최근에는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이라고 알려진 아쿠타가와문학상에 대한 논란이 입방아에 오르내고 있다.
2021년 문단에 나온 신예 작가 구단 리에의 소설 『도쿄도 동정탑(東京都 同情塔)』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는데. 수상과 동시에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된 까닭은 이 소설이 바벨탑과 같은 신설 감옥이 도시 한복판에 생긴 도쿄를 배경으로 '범죄자에 대한 관용'을 주제로 삼은 소설인데, 작가가 소설 집필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약 5%는 챗GPT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AI가 기대한 대로 답변하지 않았을 때 주인공 대사에 내 감정을 반영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쟁점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제정한 사람들은 뜻있는 독지가나 작가, 예술가 등이 자신이 문학상기금을 내놓아 문학작품이 우수한 작가를 선정하여 주기 때문에 누구나가 그 권위를 인정하는 세계적인 문학상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문학상이 없다.
우리나라 대중문화가 드라마. 영화, K-pop 등 대중문화가 한류바람을 타고 세계적인 문화로 부상되고 있다. 싸이를 비롯하여 방탄소년단, BLACKPINK, TWICE 같은 유명 K-POP 그룹 등이 한류의 열기에 다시금 불을 지피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상이 없다는 것은 한류 바람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권위 있다는 문학상은 모두 출판사가 작고 유명 작가의 이름을 빌려와 제정한 상들이 대부분이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백석문학상, 동리목월문학상, 등등 출판사나 작고 문인 유족회, 또는 출신 지역의 지방자치행정기관에서 지역사회의 홍보를 위해 상금을 주고 해마다 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우리나라 초창기 근현대문학사에서 유명한 문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유명 문인의 고향이거나 연고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종친, 유족회, 출신 지역의 문학단체에서 제정하여 시상하는 문학상이 제정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출판사가 제정한 문학상인 경우는 유명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순수한 목적보다는 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영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수상자를 홍보하려는 상업적인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유족회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작고 유명 문인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지만, 수상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최측의 순수한 의도를 저버리고 우수한 작품을 공정하게 선정하기보다는 주최측이나 심사위원들과 인간관계가 밀접하게 형성되어 있는 문학인을 수상자로 선정하거나 문학단체의 영향력이 있는 문학인을 수상자로 내정하는 경우가 많다. 운영상 공정성이 의심이 될 때 문학상의 권위는 추락하게 된다.
따라서 권위 있는 문학상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상실해버리면, 그저 그런 정치적인 문학상으로 있으나 마나 한 문학상이 되어 버린다. 그나마 일반 문학 단체나 문예지에서 제정한 문학상은 작고 유명 문인의 이름을 내세운 문학상이 많지만, 유명 문인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는 일은 도외시하고, 무조건 이름을 빌려와 주최측에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작가의 명리적 가치를 실현 시켜주려고 하거나, 그런 의도로 수상자를 뽑아 시상하면 문학상의 권위는 추락하고 만다. 따라서 이런 문학상은 권위 있는 문학상이 아니라 문학상의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우리나라 문학상이 획기적으로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해본다. 허례허식, 돈자랑 명예자랑, 남들이 비웃든 말든 제 욕심을 채우려는 속물적인 문화현상으로서의 관례화된 문학상, 즉 주는 측이나 받는 측이나 모두 떳떳하지 못한 문학상들이 모두 사라지고 누구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는 문학상, 진정성 있는 문학상으로 제자리를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할 뿐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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