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아버지의 나라

고석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 서정주, <자화상> 부분 

 

 

서정주 시인의 아버지는 ‘종’이었다. 아버지가 종이니 시인은 당연히 종의 자식이 된다. 그래서 중국의 임제 선사는 말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여라.”

 

왜? 그들이 우리 머리 위에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각자 하나의 세계다. 인간은 각자 독립된 주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삶을 꾸려가야 한다. 어떤 존재도 우리의 삶을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서정주 시인이 애비가 종이라고 규정을 내리니, 자신의 삶은 지리멸렬해진다. 뛰어난 시인이 친일파 시인의 삶을 살았다는 게 안타깝다.

 

신화, 민담에는 영웅의 여정이 나온다. 다들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가부장 사회의 ‘정체성 찾기’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民主主義) 시대다. 모든 민(民)이 주(主)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서정주 시인의 외할아버지는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했다. 갑오년의 동학혁명 때 실종되었나 보다. 그 외할아버지를 왜 닮아가지 않았을까? 그의 삶은 새롭게 구성되었을 텐데.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1.23 10:07 수정 2025.01.23 10:1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건강빵을 든든하게
우노스 밤밤프로마쥬!! 신메뉴
"무서워서 가겠냐"…원색적 비난 쇄도에 고통받는 밀양시 #JTBC #Sh..
밀양 119 또 다른 가해자 근황
[]밀양 사건 가해자들에게 연락없었나? 나락 보관소 "있었어요!"
"사적 제재 과연 옳은가?" ...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 공..
쇠파이프남 신정현 #밀양사건 #나락보관소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줄줄이 퇴사...당시 경찰 팀장 “내가 한 ..
밀양 사건 나락보관소
밀양 119 또 다른 가해자 근황
장재형목사 - 옥합을 깨뜨린 사랑
신검단 로열파크씨티2ㅣ 약 8천만원 상당 풀옵션 무상제공 #신검단로얄파크..
고양 더샵 포레나ㅣ GTX-A 대곡역 이용시, 서울역 12분· 삼성역 1..
유활의학 마크할용 뇌기능 활성화법
열병식에 등장한 여성민병대, 천안문 들썩!
이효석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