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서유미 '저건 사람도 아니야'에서 보는 AI의 세계와 인간의 정체성

민병식

서유미(1975 - )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단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데뷔하였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장편소설로 창비 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쿨하게 한걸음’을 비롯하여 ‘당신의 몬스터’, ‘끝의 시작’, ‘틈’, ‘홀딩 턴’ 등이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소설집 ‘당분간 인간’에 실린 단편이다. 삼십 대 싱글맘이며 직장인인 ‘나’는 다섯 살 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나’는 완벽해야 한다. 밤늦게까지 회식을 하고 난 다음날에도 멀끔한 모습을 다음 날 직장에 나타나야 하고, 회식이 있다 하더라도 아이의 숙제는 꼭 도와주어야 한다. 

 

지금 '나'는 두 역할 중 어느 한 역할도 제대로 해 낼 수가 없다. 이 두 가지 일을 모두 수행해 내기란 혼자의 힘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홍’, 늘 활기찬 후배 ‘구’를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회사에서 인원 감축 바람이 불자 로봇 도우미 파견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이틀 후 실제 주인공과 같은 모습을 한 사이보그가 집을 찾아온다. 로봇은 ‘나’를 대신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가사 업무에도 능숙해 청소는 물론 요리까지 도우미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낸다. 

 

그러나 회사에서 L사의 홈페이지 구축 작업을 해야 하는데 '나'의 실력이 모자라자 결국 로봇 도우미 담당자와 상의하게 되고 담당자는 ‘나’ 대신 로봇 사이보그를 회사에 보내자고 제안한다. 결국 '나 '대신 사이보그가 회사를 다니게 되고 ‘나’는 가사일을 하게 되는데 집안일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욕실 바닥은 흥건하고 씽크대 밑에서는 바퀴벌레가 나온다. 아이는 ‘나’가 해준 음식이 맛이 없다며 투정을 부린다. 빨리 열흘이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홈페이지 구축이 완료되고 다시 열흘 만에 로봇과 교대하여 '나'는 회사로 가고 로봇은 집으로 돌아오는데  L사로부터 수정작업 의뢰가 들어온다. 로봇을 부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아 수정을 한 후 홍에게 보고했지만 홍은 수정하기 전보다 좋지 않다고 질책한다. 그 후로도 ‘오늘 이상하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 트윈 사이보그는 '나'의 역할을 과할 정도로 잘해내지만 내가 나의 역할을 할 때 오히려 비난을 받는다. 사이보그가 나의 역할을 너무 완벽하게 수행해 낸 탓이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결국 설 자리를 잃는다.

 

주인공인 나’는 완벽해지고 싶었다. 마지막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홍’의 등장은 이렇게 까지 비인간적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허무한 마음을 들게 한다. 전 남편의 결혼식이 있던 날. 식장에 딸과 함께 트윈 사이보그를 보내지만 전혀 사이보그인지를 눈치채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정말 나와 사이보그가 같은 존재인지 의문을 갖게 되고 따라가 사이보그를 지켜본다. 그리고 식장을 나오는데 어떤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바로 그녀가 회사의 동료 홍의 사이보그였음을 알게 된다.

 

작품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완벽에 대한 요구가 비단 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려주며, 그 완벽했던 홍 또한 사이보그였다는 것을 통해 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무한 경쟁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로봇처럼 일해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실수하면 도태되는 세상에서 도대체 어디까지 인간이 완벽해야 하는가. 어디까지 인간다움을 잃어버려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완벽하다면, 나라는 존재의 필요성은 어찌 되는지 현실을 사는 현대인들의 실존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현재의 AI는 의학, 과학, 국방, 게임 및 실생활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면에 등장하여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이 이제 AI와 경쟁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뜻인데 자동화가 이루어져 인간이 필요 없게 된 곳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고 어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로봇을 지배하고 우위에 설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5.02.05 10:57 수정 2025.02.0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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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