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영의 낭만詩객] 인생 찬가

이순영

인생은 지겨운가 진지한가. 하루하루는 지겹지만, 그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면 진지하다. ‘인생 뭐 있어?’하며 자조하는 젊은이들에게 인생은 살만하다고 말하면 진부하다. 태어난 김에 산다는 티브이 프로그램도 있듯이 태어난 김에 열심히 살면 오죽 좋겠는가. 길어야 백년을 살면서 천년이나 살 것처럼 사는 사람도 많다. 욕망의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인생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인생 참 어렵다.

 

인생은 도서관에도 있고 술집에도 있고 도박장에도 있고 건설 현장에도 있다. 누군 부모 잘 만나 평생 놀고먹으면서 살지만 누군 지지리 궁상으로 그저 하루하루 연명하며 산다. 정답이 없는 게 인생이지만, 그래도 어떨 땐 화나고 어떨 땐 포기하기도 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대부분 다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다 어렵고 다 힘들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고문을 견디며 살아간다. 거대한 포로수용소에 갇혀 사는 북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인생 찬가를 부르지는 못해도 롱펠로우의 ‘인생 찬가’를 읊으며 시름을 잊어본다.

 

슬픈 목소리로 내게 말하지 마라

인생은 한낱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내게 말하지 말라

잠자는 영혼은 죽은 것이니

모든 것의 본질은 겉모습대로 만은 아니란다

삶은 진실이다 그리고 삶은 진지한 것이니라

무덤이 우리 삶의 목표는 아니리라

‘너는 본래 흙이었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이 말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은 아니었으리라

삶이 가야할 곳, 또한 가고 있는 길은

쾌락도 아니고 더더욱 슬픔도 아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실천하는 그것이 목적이고 길이리라

예술은 길고 세월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우리들의 가슴은 튼튼하고 용감하면서도,

마치 전쟁터의 북과 같이

무덤을 향해 장송곡을 계속 울린다

세상의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露營) 안에서

말 못 하고 쫓기는 짐승이 되지 말고,

싸움터에 나선 영웅이 되어라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마라

죽은 과거는 죽은 채로 묻어라

활동하라 활동하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안에는 마음, 위에는 신이 있다

우리 모두 일어나 일하여라

어떤 어려운 일인들 이겨낼 용기로

끊임없이 성취하고 계속 추구하며

일하며 기다림을 배워라

 

‘세상의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露營) 안에서 말 못 하고 쫓기는 짐승이 되지 말고, 싸움터에 나선 영웅이 되어라’ 롱펠로우는 세상의 싸움터에서 이토록 준엄하게 싸우자고 한다. 나는 인생이라 걸 진지하게 생각하고 살았을까. 나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나는 아직도 세상이 싸움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산다. 이 세상이 싸움터라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 쫓기는 짐승처럼 살고 싶지 않다. 싸움터에서 나선 영웅도 되고 싶지 않다. 난 준엄한 것도 싫고 쾌락도 싫고 슬픔도 싫다. 롱펠로우가 인생 찬가를 부를 때 나는 그의 시를 읊조리며 그냥 물처럼 흘러가는 인생을 살고 싶을 뿐이다. 

 

나는 그저 고요하게 살고 싶다. 세끼 밥 먹고 여덟 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해 그냥 힐링하며 살고 싶을 뿐이다. 그게 더 힘든 일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그렇게 살기 위해 조금은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안다. 철학자들이나 시인들은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충고하기에 바쁘다. 이렇게 살아야 행복하고 저렇게 살아야 의미 있고 그렇게 살아야 인간이라는 등 수많은 조언을 내놓지만, 난 그 많은 조언과 충고와 교훈에 목매어 사는 것보다 그냥 살고 싶다. 무엇이 되지 않고 그냥 사는 것, 그냥 살아서 조금 만족하는 것, 행과 불행 따위에게 신세 지고 싶지 않다. 그래도 롱펠로우가 말하는 ‘인생 찬가’를 읊조리며 위로받는다. 롱펠로우가 나에게 나직이 속삭인다.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마라”

 

 

[이순영]

수필가

칼럼니스트

이메일eee0411@yahoo.com

 

작성 2025.02.06 10:10 수정 2025.02.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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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