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해 전부터 시골 마을마다 하루가 다르게 이런저런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다. 심지어는 주택의 담장과 딱 붙어서 건물이 지어지기는 일도 다반사다. 어디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건립되다 보니 지역주민들의 주거환경은 급격히 망가져 간다.
예전에는 공업단지를 따로 지정하여 허가를 내준 덕분에 공장 지대가 밀집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생활권은 별반 침해받지 않았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 데나 무분별하게 공장 허가를 남발하는 탓에 골짝 골짝마다 공장이 들어서지 않는 곳이 없다 싶을 지경이다. 그 결과 갖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에 들어선 조립식 공장은 우선 보기에도 경관을 망친다. 게다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종일 가동을 하다 보니 주민들은 주야로 소음 공해에 시달린다.
뿐만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공중으로 쉴 새 없이 뿜어대는 굴뚝 연기는 공기 오염의 주요인이고,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폐수는 수질 오염의 주범이다.
정책 당국에서는 왜 이처럼 공장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도록 허가를 남발하는지 모르겠다. 물질적인 풍요만이 잘산다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얼마나 사람답게 사느냐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공장주들도 그렇다. 전통 마을에다 마구잡이로 공장을 짓는 이들은 남들이야 어떻게 되건 말건 자기만 돈을 벌면 그만이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들이라 한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 철폐라는 잘못된 정책이 단단히 한몫을 거들고 있다. 물론 규제할 것은 규제하고 풀어줄 것은 풀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철폐만 한다고 능사일 수는 없지 않은가.
선진국이 따로 선진국이 아니다. 그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은 도외시한 채 무작정 공장만 남발하도록 정책을 쓰는 지금의 상황을 두고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늦었을 때가 오히려 빠르다고 했다. 정부 당국에서는 지금부터라도 법을 고쳐서 공장이 주택가에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람이 있고 돈도 있지, 사람 없는데 돈이 무슨 필요가 있을 것인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급선무다.
[곽흥렬]
1991년 《수필문학》, 1999년《대구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우시장의 오후』를 비롯하여 총 12권 펴냄
교원문학상, 중봉 조헌문학상, 성호문학상,
흑구문학상,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등을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받음
제4회 코스미안상 대상 수상
김규련수필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