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영의 낭만詩객]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

이순영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

영혼 속에 머물면서

가사 없는 노래를 부르면서

결코 멈추는 일이란 없다.

 

광풍 속에서 더욱더 아름답게 들린다.

폭풍우도 괴로워하리라,

이 작은 새를 당황케 하여

많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었는데.

 

 

얼어붙은 듯 추운 나라나

멀리 떨어진 바다 근처에서 그 노래를 들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 있으면서 한 번이라도

빵조각을 구걸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희망은 날개가 있고 발도 있고 팔도 있다. 희망은 날개가 있으므로 날 수 있고 팔이 있으므로 붙잡을 수 있으며 발이 있으므로 어디든 갈 수 있다. 희망이기에 가능하다. 희망의 다른 말은 간절함이다. 간절한 마음은 가닿지 못할 곳이 없는 법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절망에 빠져 있지만, 절망의 뒷면은 희망이기에 곧 희망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지리멸렬하게 싸우는 정치도 희망의 맛을 보고야 말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불행은 불행을 불러오는 것처럼, 희망은 희망을 불러온다. 인간은 희망의 힘으로 세상을 산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세상을 어찌 건너갈 수 있을까.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 자기만큼의 고통을 안고 살고 또 자기만큼의 희망으로 산다. 그래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고 백만장자는 백만 가지 걱정거리가 있으며 걱정을 해서 걱정거리가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노라는 티베트 속담도 있다. 걱정의 뒤쪽은 희망이다.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어서 어디든 날아갈 수 있다. 맞다. 희망의 꿈은 날개다. 날개를 갖지 않으면 희망은 날지 못한다. 우리는 희망이라는 관념에 마음을 싣고 늘 하늘을 난다. 그게 인간이다. 인간은 희망이라는 관념을 통해 진보했고 진화했다.

 

누군가 당신의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누군가는 암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거라고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총각귀신을 면하는 거라고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작아도 좋으니 내집 한번 가져보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저 로또당첨 한방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희망은 간절함의 대명사다. 인간이니까 그렇다. 인간이니까 희망이라는 동아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산다. 이 관념의 동아줄 하나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은 그냥 잉여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일지 모른다. 태어났지만 괜히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날개를 선사한 에밀리 디킨슨을 알면 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평생 독신으로 산 에밀리 디킨슨은 아주 많은 시를 지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시는 열 편도 되지 않는다.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할 무렵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 희망을 알기 전에 절망이 먼저 찾아온 것이다.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면서 신경통에 걸려 거동이 어려운 어머니를 돌봐야 했다. 대학교수이며 주 의원인 아버지의 정치적 사교성으로 인해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일찍 심어졌다. 

 

에밀리 디킨슨이 마음의 문을 닫고 은둔자로 살면서도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광기를 참을 수 없었다. 그 광기는 시로 승화되고 희망의 날개로 날아올랐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몇 번의 정서적 위기를 맞이한다. 특히 북극성처럼 빛나는 존재로 여기던 오티스 로드 판사가 사망하자 슬픔에 젖어 헤어 나오지 못했다. 오티스 로드 판사는 아버지의 지인으로 오랫동안 정신적 교류를 해오던 사람이었다. 오티스 로드 판사의 아내 엘리자베스가 사망한 이후 두 사람은 더욱더 정신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그의 죽음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 있으면서 한 번이라도

빵조각을 구걸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고난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게 마련이다. 그게 누구나 갖고 있는 생존본능이다. 그러나 에밀리 디킨슨은 결코 빵을 구걸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왜냐면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혼 속에 머물고 있을 때도, 가사 없는 노래를 부를 때도 광풍 속에서도 폭풍우를 만났을 때도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어서 멀리 높이 날 수 있다고 에밀리 디킨슨은 믿었다. 그 믿음은 마음속의 따뜻함으로 자라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긍정의 힘이 된다. 그래야 산다. 그래야 인생이라는 과업을 완성할 수 있다. 

 

오늘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선장을 잃은 배처럼 산으로 끌려가고 어둠 속에서 생명을 대출받아 마구 쓰며 좋아하고 나침판 잃은 우주 바다에서 방황하고 있고 죽음이라는 그림자와 같이 가고 있다. 우리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알면 병이고 모르면 약이라지만 이토록 진보한 우리 인간에게 희망이라는 약이 있으니 겁먹지 말고 병을 고쳐야 한다. 그래서 늘 새롭게 새로운 날들과 마주해야 한다. 이 얼마나 벅차고 행복한 일인가. 그게 인간이다. 내면에 저장되어 있는 희망의 위대함이다.

 

“희망은 결코 멈추는 일이란 없다”

 

 

[이순영]

수필가

칼럼니스트

이메일eee0411@yahoo.com

 

작성 2025.02.13 09:44 수정 2025.02.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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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