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드림의 싫존주의] 그놈의 삭발

 

도처에 삭발이 난무한다. 이언주 민주당 탈당인이 삭발을 했고, 황교안 가발 의심인이 삭발을 했고, 김문수 전향한 구 도루코노조위원장이 삭발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초조한 눈빛으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바라보고 있다.


꽤 많은 한국인들은 논리보다는 감정에 호소하여 말을 한다. 그런 이유로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켜야겠다 싶으면 구태여 목소리 음량을 높인다. 확실히 흥이 있는 민족이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감정의 소울을 드러낸다. 큰 목소리로 안되면 그 다음은 운다. 동정심에 호소하는 것이다. 한이 많은 민족이라서 그럴까.

우는 것도 그런대로 먹힌다. 울먹거리면서 얘기하면 그 어떤 나쁜놈도 정상참작이 되는 것 같고, 때로는 피의자도 피해자가 된다. 만약 우는걸로도 안되면 그 다음은 삭발이다. 머리를 자를 순 없으니 머리카락을 자름으로써 내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신파극이다. 진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그 삭발을 이제 보수인사들도 꺼내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도 대다수의 우리는 딱히 동요되지도 딱히 비장해지지도 않는다. 피식 웃거나 그런대로 잘 어울리네 따위의 미용적인 견해를 보일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겨웠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니어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미 충분히 힘들고 피곤하다(조금더 생각해보면 국민들이 힘들고 피곤한 건 그들 때문인 경우가 많다). 구태여 그들의 분노까지 나눌 마음의 여력이 없는 것이다.


울고 불고 하면 인지상정상 처음엔 귀담아 들어준다. 허나 그것이 반복되면 보통의 인간은 무감각해진다. 아이나 어른이나 연인이나 할 것 없이 모든 토라짐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 그것은 반복되지 않고 어쩌다 쓰일 때에만 효력을 발생한다. 한국에서의 삭발이란 그 빈도가 너무 잦았다. 이제는 그 효용성을 다해가고 있다. 한국의 파업현장에서는 마치 하나의 식순처럼 삭발식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 모습에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우는 소수의 이해당사자들뿐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일부러라도 시선을 돌리려 한다.


그들이 꼭 미워서가 아니다. 그들의 무거운 짐을 나눌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히 힘든 사람들에게 또다른 짐을 나눠주는 격이다. 이런류의 대중운동은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해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숱한 집회현장이 대중의 무관심속에 잊혀지는 것은 대개 이런 지점에서다. 힘듬을 강요한 탓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간단하다. 대중을 웃기면 된다. 가령 삭발식이 아니라 '탈색식'을 하는 것이다. 내 인생의 머리색은 블랙아니면 화이트다. 라는 식으로 그 흔한 염색한번 않던 환갑을 훌쩍 뛰어넘은 노정치인이 서울 한복판에서 노랗게 탈색을 한다. 그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그 옆은 초록, 파랑, 보라 등등. 목청껏 소리치고 분노하던 인간들이 난데없이 웃으면서 머리색깔을 바꾸고 있는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목'을 끌게 되어 있다. 처음에는 그들의 머리색깔을 보던 사람들은 점차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인간에게 끌리게 되어있다. 이걸 보통은 '매력'이라고 정의한다. 오랫동안 한국의 운동방식은 대단히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진보 보수에 상관없이 그들은 언제나 촌스러웠다. 정의를 외치는 진보의 주먹도 촌스럽고, 멸공을 외치는 보수의 주먹도 역시 촌스럽다. 결국 보통의 사람들은 두 집단 모두를 싫어하게 되고 정치를 혐오하게 되었다.


애꿎은 머리 자르지 말고, 제발 머리 좀 써라. 훌륭한 정치인은 대중에게 피곤함을 안기는 것이 아닌 희망과 재미를 안긴다.




[강드림] 

다르게살기운동본부 본부장

대한돌싱권익위원회 위원장

비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9.20 10:06 수정 2019.09.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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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