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수필은 허구가 아니다 3

허구를 수용하면 수필이 아니다

현재까지 수필의 정의는 명확하다. 허구를 수용하면 수필이 아니다. 허구 ‘수용론’이라는 논의는 문학 관련 학회나 연구 단체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문제이다. 현재 ‘수필 문학’이 당면한 문제와 함께 미래 ‘수필 문학’의 발전적 모습을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수필단 내에서 허구 수용을 계속 주장하는 분이 있다면, 가칭 ‘허구 수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독립하면 될 일이지 정통적인 수필단 내에서 주장할 일은 아니다. 

 

수필의 정의와 개념을 바꾸지 않는 이상 논의할 가치도 없고 이유도 없다. 자칫 발전적인 논박이 아닌 소모적인 논박으로 전락할 수도 있어 논할 필요도 없다. 왜 더는 논할 필요가 없는지 수필의 정의와 개념을 바탕으로 하여 수필의 본령이 확고부동함을 살펴보고자 한다.

 

수필가는 일인칭 화자로서 진실을 고백한다. 수필의 일인칭 ‘나는’ 수필가의 자연관, 종교관, 인생관, 사생관 등 진실성을 담아야 한다. 독자는 한 편의 수필에서 수필가의 자연관, 종교관, 인생관 등 모든 것을 읽어 낼 수 있다. 수필은 자신만의 독창성과 개성이 녹아든 현실성과 사실성의 문장이어야 한다. 자신의 말은 내뱉지 못하고 남의 말만을 따라 하는 에코여서는 안 된다. 자아도취에 빠져 목숨을 잃은 나르시스 같은 문체여서도 안 된다. 수필은 고백의 문학, 진실의 문학이다. 

 

수필은 고백의 진실성, 진실의 고백성, 이 진실의 농도가 문학성을 좌우한다. 수필은 수필가의 서정적 고백이며, 미학적 고백이면서 진실의 독백이다. 수필가는 ‘고백하는 자아’를 통해 ‘자신의 본성’을 깨닫고, ‘논리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진실의 자아’를 문장으로 형상화한다. 독자는 이를 읽고 깊은 사색에서 진실의 자아를 깨달을 수 있다.

 

또한, 독자는 진실의 농도가 짙은 독창성의 수필 작품을 접할 때 비로소 수필의 사전적 의미대로 “작가의 개성이나 인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유머, 위트, 기지가 들어 있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문학의 모든 갈래에서 ‘개성’, 즉 ‘독창성’은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수필가가 작품에 자신의 희로애락을 형상화, 이념화, 이상화 등으로 표현할 때 독창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수필을 형식에 따라 ‘소설적 수필’, ‘시적 수필’, ‘극적 수필’, ‘비평적 수필’ 등으로 분류한다. 소설과 시는 허구 문학이다. 그렇다면 ‘소설적 수필’과 ‘시적 수필’도 허구를 수용한 수필일까? 아니다. 

 

‘소설적 수필’은 인물과 사건이 기본 요소이다. 서사가 중심이지만 지나치게 치밀한 묘사에 머물지도 않고 장황한 서사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구성면에서도 뚜렷한, 발단-전개-절정-결말과 같은 구조를 엄격히 지키지 않아도 된다. 쉽게 말해서 이야기가 있는 수필이다. 중심인물은 작가 자신일 수도 있고, 작가가 관찰한 인물일 수도 있고, 제3자를 통해 들은 인물일 수도 있다. 자전 수필, 서사 수필이 여기에 속한다. 

 

‘시적 수필’은 운율 문장과 선명한 심상에 중점을 둔다. 묘사와 비유가 동원되고, 시어에 가까운 언어가 중심이 된다. 구상 수필과 서정적 수필이 여기에 해당한다. (손광성, 『손광성의 수필쓰기』, 을유문화사, 2008, 62-63쪽 참조.)

 

‘소설적 수필’이든 ‘시적 수필’이든 허구를 수용하지 않는다. 수필은 허구 문학이 아니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5.02.19 10:28 수정 2025.02.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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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