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길거리는 걸어가는 거울

김관식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은 소설을 일컬어 "길거리에 걸어가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마치 거울이 사물을 비추어내듯이 길거리나 시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꼼꼼하게 묘사한다고 했다. 

 

어느 나라 어느 지방을 여행할 때 길거리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나라, 그 지방의 생활문화가 총체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길거리는 여행자나 방문하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그 지역을 공간적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드러내는 거울인 셈이다. 

 

예를 들어 산촌의 길거리에는 산과 관련된 산업 생산물인 산나물, 버섯, 꿀, 각종 임산물, 묘목 등의 가게와 등산, 묘지, 사찰 등이 있으며, 길거리 현수막에는 산불 조심, 산짐승 보로, 산과 숲의 보호에 관한 경고문 등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도시, 농촌, 어촌 등 지역의 생활 모습은 길거리에 모두 드러나게 된다. 

 

시대에 따라 길거리 모습이 달라진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인 1970년에는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자”라는 새마을운동이 일어나 농촌의 모습이 달라졌다. 농촌지역에서는 초가집이 슬레이트, 양철 지붕 등으로 교체되고, 흙담이 시멘트 블록 담으로 바뀌고 골목길이 정비 되었으며, 내 집 앞 쓸기, 꽃길 조성하는 등 그야말로 새마을 조성에 모두가 합심해서 쾌적한 환경으로 점차 바뀌었다. 그 후 점차 경제성장과 함께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되는 등 농촌의 모습이 날로 달라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산업화 이후 일자리를 찾아 시골의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여 도시, 농촌의 모습은 옛날과 현저하게 달라졌다. 도시의 경우는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도시 인근의 지역이 도시로 점차 편입되어 새 도로가 생겨나고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생겨나고, 농촌 지역에는 임시방편의 시멘트 블록 담은 벽돌담이나 원목이나 철망 펜스로 바뀌고 골목마다 포장도로, 양옥집이나 한옥으로 교체가 되었다. 

 

들판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우경하는 농촌의 모습은 사라지고, 경운기, 트랙터 등 농업 기계로 농사를 짓게 되었다. 들판에 비닐하우스가 들어서고, 우경을 위해 한 두 마리 소를 기르는 외양간은 없어지고, 비육 소를 기르는 축사와 가을 추수가 끝난 들판이나 농촌 마을 대형 축사 옆에는 소를 먹이기 위한 짚을 비닐로 감아놓은 압축포장 사일리지(곤포사일리지, 공룡알)가 싸여있으며, 농토나 산비탈에는 태양광 발전 패널이 들어서는 등 농촌의 풍경이 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농촌의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이주하는 바람에 도시로 떠나지 않는 농촌 사람들은 대부분 노년층이 농사를 짓고 있어 농사일은 동남아에서 온 젊은이들이 일손을 거들고 있다. 농촌의 초등학교는 많은 학교가 폐교되고, 일개 면에 서너 개의 초등학교가 1개교로 전교생의 학생 수가 옛날 한 학급의 학생 수도 못 미치는 실정으로 통학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도시의 인구집중, 농촌 인구의 노령화, 도농 간의 소득 격차의 심화,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 증가,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한 농어촌의 일손 의존도 심화 등등 우리나라 사회 변화의 모습은 물론 지방마다 주요 재배하는 특작물까지도 길거리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뿐만 아니라 각 고장의 생활문화 수준, 사회질서 준수 상황, 인심, 취미 활동 등 생활 모습이 길거리에 거울처럼 그대로 드러난다. 

 

수도권과 전국 주요 도시를 제외한 시골 마을은 마을 길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현대식 주택들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을마다 군데군데 보기 흉한 폐가들을 볼 수 있다. 쓰러져가는 폐가에는 잡풀이 우거져 드라마 전설의 고향과 같은 모습이다. 

 

새마을운동이 일어났을 때 잘살아 보겠다고 내 집 앞 골목을 쓸고 꽃길을 가꾸던 모습은 볼 수 없고, 대형 축사 건물들과 폐가 등을 볼 수 있고 비육 소를 키우고 있는 농가가 많아졌다. 수년간 방치해놓은 폐가, 그리고 길거리에는 지나가다가 버린 휴지, 과자봉지, 비닐봉지 등이 차가 지나갈 때마다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곳이 있다. 도로 길섶이나 산에는 오랫동안 쌓인 낙엽이나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그대로 방치된 곳, 농사를 짓고 난 폐비닐, 곤포사일리지를 포장했던 비닐들이 흉측하게 버려져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인구가 줄어들어 일손이 부족한 현실에게 고장의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할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국가적인 차원에서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일어났을 때 마을 길을 넓히고 지붕개량으로 마을 환경개선을 했었다. 그때 발암물질이 나오는 줄 모르고 지붕개량 사업으로 사용했던 슬레이트 지붕들이 농촌 마을 곳곳에 처리하지 못하고 흉측하게 남아있거나 폐가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대적으로 폐가 정리 사업을 전개하여 아름다운 농어촌 마을을 드라마에 나오는 전설의 고향 배경 무대로 소름을 돋게 하는 환경을 정비하는 정책을 지방자치단체마다 전개해서라도 모처럼 자기 고장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폐가나 길거리 쓰레기 등을 방치해놓고 지방축제를 열어 도시인들이 자기 고장을 찾아오도록 하겠다는 것은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것이다. 그래 놓고도 지방마다 축제를 열어 다른 고장 사람들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은 임시방편적인 발상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열악한 재정 상태를 참작하여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농어촌 환경정비 사업을 벌여서라도 흉측한 폐가를 철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를 부러워하는 개발도상국들의 본보기가 되었던 것이 엊그제인데 그로 인해 잘살게 된 당시의 농어촌에서 감추어야 할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세계화 시대 걸맞지 않은 모습일 것이다. 

 

하루빨리 농어촌에 쓰러져가는 흉가들을 정책적으로 철거하여 쾌적하고 보기 좋은 환경을 가꾸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고장마다 길거리는 그 고장의 거울이다. 자기 고장을 외지인들이 찾아오도록 임시방편적인 축제를 벌이기에 앞서 한번 자기 고장을 찾아온 사람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보기 흉한 폐가나 길거리 버려진 쓰레기 등이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축제를 개최해야 올바른 손님맞이 순서일 것이다. 

 

자기 고장의 흉측한 모습은 자기 고장의 길거리에 거울처럼 모두 나타난다. 고장마다 자기 고장의 길거리 거울을 깨끗하게 닦아 찾아오는 사람들의 해맑게 웃는 모습을 비추는 길거리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5.03.03 09:57 수정 2025.03.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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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