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독증(難讀症)’ 또는 ‘독서 장애(讀書障礙)’는 지능지수는 정상 범주에 포함되지만, 글을 읽는 데 문제를 겪는 증상을 뜻한다. 난독증은 증상과 관련된 뇌 부위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특정 학습 장애 유형 중 하나로, 다른 학업 영역에서는 적절한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잘하지 못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생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나 받침이 있는 단어를 읽기 힘들어해 학습 장애나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같은 난독증에는 많은 종류가 있으며 그 원인과 양상도 다양하다.
2023년 서울시교육청의 난독 학생 지원 현황을 보면 2020년 112명에서 2023년 958명으로 약 8.5배 늘었다. 초‧중등학교별로 2023년 기준 ?초등학생 883명 ?중학생 68명 ?고등학생 7명 등으로 초등학생이 전체의 92%를 차지했다.
설령 난독증을 겪고 있어도 그 사실을 숨기거나, 자신이 난독증이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머리가 나쁘다’라고 스스로 체념해 버리는 경우 또한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난독증은 초기에 교정하지 않으면 성인이 돼서도 문자 해독 능력이 떨어지고 논리적 추론이 어려운 만큼 영유아 기부터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반면에 ‘난해증(難解症)’은 학생들이 교과 수업이나 독서 활동에서 책을 읽고 단어의 의미나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뜻한다. 객관식 문제 풀이에 익숙한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현상이다. 독서 습관 부재는 물론 스마트폰, 게임, PC 등등 독서할 수 없는 교육 환경도 난해증 환자 양산에 한몫하고 있다. 이 같은 난해증은 성인에게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난해증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글을 쓰다 보면 핵심을 부각하기 위해 이런저런 사건이나 원인, 이유 등을 먼저 서술하게 된다. 그런데 일부 독자들은 핵심이 아닌,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는 몇 개의 단어나 문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건다. 오래전에 어느 중앙 일간지에 사립학교법에 대해 글을 기고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사립학교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정을 요구하는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글이 신문에 게재된 날, 사립학교법과 관계된 기관의 어떤 인사가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육두문자로 욕을 해대며 생명까지 위협하는 황당한 꼴을 당했다.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물론 핵심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일부 내용만을 문제 삼아 필자에게 거칠게 항의한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을 얼마 전에도 겪었다. 어느 신문에 게재된 수필의 핵심 주제는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살면서 이웃끼리 화목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미 서로 이야기가 오갔던 신변잡기에 관한 일부 게재 내용만을 콕 집어내 자신들을 비방했다며 오해하며 서운해해 난감했다.
그런데 인터넷상의 댓글들도 필자들의 글 쓴 근본 취지를 왜곡한 채, 일부 내용이나 용어만을 문제 삼아 악성 댓글을 다는 경우가 허다하다. 난해증이 주요인이다. 이는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숲 전체를 보지 못하고 나무 몇 그루만 감상하는 꼴이다. 사회적으로 난독증도 문제지만, 글의 핵심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해할 줄 모르는 난해증 환자 역시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난해증의 일례를 보면 "만약 비가 올 경우, 즉 우천(雨天) 시 OO로 장소 변경”이라고 공지하면, '우천시(雨天市)에 있는 OO 지역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예요?'라고 묻기도 하고 결혼식에서 하는 ‘축사(祝辭)’를 말했는데 동물을 키우는 장소의 ‘축사(畜舍)’로 잘못 이해하는 등 난해증, 즉 문해력 저하도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같은 난해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 주어야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책을 읽지 않는다고 나무라고, 책 읽기를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들이 앞장서서 아이들 앞에서 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부모들이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이나 TV에 매달려 있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독서를 습관화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책을 읽지 않는 아이를 탓하기 전에 부모인 자신을 먼저 탓하고, 아이가 변하기를 바라기 전에,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차, 포 다 떼버린다면 과연 제대로 된 글이 될까 싶다. 특히 난해증 환자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 AI까지 등장한 있는 현실에서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이래저래 글쓰기가 더 힘들어진 세상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