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김유정의 '봄봄'에서 보는 청년과 이 시대 청년의 바람

민병식

김유정은 소낙비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1935년에 등단했으며, 1937년 타계할 때까지 주로 농촌을 소재로 한 소설들로 크게 호평을 받은 소설가로 대표작은 금 따는 콩밭, 봄봄, 동백꽃, 만무방 등이 있으며 작품에는 향토적이고 해학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 ‘봄봄’은 1935년에 발표한 그의 단편소설이다. 김유정이 보여주는 1930년대의 농촌은 아수라장이다. 지주 땅을 부쳐 먹는 농민들은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자들은 허리 부러져라 일해도 겨울날 양식조차 없으니 아예 희망을 잃고 노름과 술에 빠지거나 아내를 구타한다. 심지어는 기둥서방이 되어 아내를 앞세워 술과 몸을 팔게 하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주인공 나의 성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우직한 데릴사위와 교활한 장인 사이의 갈등이 줄거리인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순박한 데릴사위다. 주인공은 예비 장인 밑에서 3년 7개월 동안 머슴 생활을 했는데 머슴살이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 집 딸 점순이와의 혼례 때문이다. 결국 장인은 점순과 짝을 지어 주겠다고 하며 주인공의 노동력을 착취하는데 이미 데릴사위 두 명이 들어왔다가 힘에 부쳐 도망을 갔을 정도로 진실성이 없다. 장인이 보기에 어리숙할 만큼 착하고 힘이 쎄서 농사일에 부려 먹기 딱 좋은 놈이다. 나는 파업과 태업, 법에 호소하겠다는 협박 등 갖은 방법을 써보지만 실패하고 그때마다 장인은 때론 호통치고 때리고 때론 달래가면서 계속 일을 부려 먹고 있다. 장인의 목적은 결국 주인공인 '나'를 이용만 해 먹는 것이다.

 

주인공은 점순과 성례를 시켜달라고 늘 호소를 하지만 장인을 항상 이기지 못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점순과의 대화 중 부추김을 받고 장인에게 대들기로 마음을 먹는다. 장인과의 다툼 끝에 드디어 장인의 수염을 잡고 상 남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화가 난 장인은 지게 작대기를 휘둘러 패며 둘의 결투가 벌어진다. 화가 난 봉필이 논두렁에 장인을 굴려 버리고 서로 남자의 중요 부위를 잡고 진하게 한탕 싸움을 벌이는데 이때 자신의 편을 들어줄 줄 알았던 점순이 장모와 함께 나타나 자신에게 귀를 잡아당기는 공격을 시전한다. 

 

장인에게 지게 작대기로 죽을 때까지 맞다가 쫓겨날 각오를 하고 무엇보다 점순의 배신에 얼이 빠져있는 상태다. 그러나 주인공이 아니면 일을 부려 먹을 사람이 없는 장인은 주인공의 터진 머리를 손수 치료해 주며 궐련 담배도 찔러주면서 올가을에는 꼭 성례를 시켜주겠다고 나가서 콩밭이나 갈라며 회유하고 봉필은 또 그 말에 넘어간다. 결국 소설이 끝날 때까지 주인공은 성례를 올리지 못한다.

 

작품에 나오는 봄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계절적 봄을 가리키기도 하고 작품의 계절적 배경인 봄과 사랑이 다가오는 청춘을 상징하는 봄의 매칭이라는 설도 있고, 점순을 사랑하는 나의 봄과 그녀의 나에 대한 봄이라는 해설도 있으며, 내년에 봄은 오면 또 내년의 봄이 되고, 또 그다음 해가 되면 또 내년의 봄이 되는 결국 일만 잔뜩하고 성례를 치루지 못하게 되는 희망과 절망의 봄을 동시에 가리킨다는 뜻도 있다.

 

이 해학적이고 향토적인 작품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1930년대의 주인공처럼 현재의 지금의 청년세대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집 한 칸 장만 못하는 이 어려운 현실, 결혼을 하기 무서운 생활의 현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기 두려운 암담한 미래, 1930년대와 지금은 근대사회에서 현대사회로 시기의 전환과 이제 먹을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장인이 상징하는 불공정한 사회에서 주인공이 이용만 당하듯 지금 미래세대에 희망이 없다는 암담한 현실이다.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 현재 얼마란 말인가. 

 

지금의 청년세대는 ‘공정한 사회’, ‘질 좋은 일자리’를 원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공짜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나중에 갚아야 할 빚이 아니다. 자신은 부모의 도움 없이 알바까지 하면서 오로지 죽어라 공부만 했는데 누구는 ‘아빠 찬스’로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불합리한 사회를 바로잡아 줄 것을 바라는 것이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5.03.12 11:39 수정 2025.03.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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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