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식 칼럼] 봉숫골 벚꽃

김태식

해마다 벚꽃 피는 날이면 시간을 멈추게 하고 그저 벚꽃 아래 가만히 서 있고 싶어진다. 나무가 잎새도 없이 꽃만 피웠듯이 그냥 꽃에 물들었으면 좋겠다. 아름답게 왔다가 짧은 절정을 남기고 아름답게 가는 봄볕 그늘 아래 앉아 글 한 편 기록해 두자.

 

연분홍 몸짓 닮은 텃새 몇 마리

부지런히 암술과 수술을 

실어 나르더니

마침내 벚꽃을 피웠다

 

겨우내 벌거벗은 채 

잎사귀 한 잎조차 없던

나무에 연분홍 머리띠

오밀조밀 꽂았으니

 

연분홍 꽃술의 유혹 아래

꽃잎 달린 시간의 끝에

무상무념 맨살로 그냥

우두커니 서 있고 싶네

 

아무렴 열흘쯤 꽃바람

날 테고 꽃잎 날리는 날

그때가 황홀한 절정이겠지

낙화가 시작될 즈음에

 

어릴 적부터 흐드러지게 꽃피던 봄날에 보았던 봉숫골 벚꽃 잔치에 중고등학교 시절의 기억까지 소환된다. 최초로 삼도수군통제영이 설치되었던 한산도가 내려다 보이는 봉숫골에 벚꽃이 피면 축제가 시작된다. 너도나도 벚꽃 향기에 취해 들썩거리는 어깨춤을 진정하지 못하고 축제에 양념을 뿌려대니 연분홍 날리는 추임새 넣어 간을 맞춘다. 연분홍 햇살이 봄바람을 밀었다 당겼다 반복하는 날에 뭇사람들의 눈빛으로 꽃술을 한 잎 두 잎 떨어뜨린다.

 

날 보러 왔는지

널 보고 갔는지

 

살랑이는 연분홍 바람 타고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 통제사에게 봉숫골 벚꽃을 바치노니 부디 역사를 바로 알려 주시옵소서.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었음을 다시 알리는 원년에 봉숫골 벚꽃이 만개하면 그 아래에서 꽃잎 띄운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

 

*봉숫골 : 경남 통영시에 있는 벚꽃 거리.

 

 

[김태식]

미국해운회사 일본지사장(전)

온마음재가센터 사회복지사(현)

울산신문 등대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등단

해양문학상 논픽션 소설 당선

사실문학 시 당선 등단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이메일 : wavekts@hanmail.net

 

작성 2025.04.01 11:07 수정 2025.04.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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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