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장자(莊子)의 소설(小說)

신기용

고려시대의 합포가 임진왜란 당시에는 마산포였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동양 최초로 『장자』에서 ‘소설(小說)’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소설(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낸다.)과 거리는 있다. 

 

동양에서는 운문을 중시하면서 소설과 같은 산문은 ‘삿되고 가치 없는 이야기’라고 비하하였다. 초기의 소설에 관한 사회적 통념이 그랬다. 운문 문학의 전통이 강한 문화권에서 소설은 하찮고 보잘것없는 이야기라는 인식이 강했다.

 

물고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읽어 본다. 최초의 소설이라고 하는 ‘외물’의 내용이다. 이는 동양 최초로 소설(小說)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임공자(任公子)가 큰 낚시와 굵고 검은 줄을 준비한 다음, 오십 마리의 황소를 미끼로 하여, 회계산(會稽山)에 걸터앉아 낚싯대를 동해에 던졌다. 매일 낚시질을 계속하였으나 일 년이 넘도록 고기를 잡지 못하였다. 그러나 결국은 큰 고기가 낚시를 물더니 큰 낚시를 끌고 물속으로 잠겨 들어갔다가는 뛰어오르면서 등지느러미를 떨치니, 산더미 같은 흰 물결이 솟아오르며 바닷물이 진동하였다. 그 소리는 귀신들의 울음소리와 같아서 천리 떨어진 곳 사람들까지도 두려움에 놀라게 하였다. 임공자는 이 물고기를 잡아가지고 고기를 썰어 건포로 만들었다.

 

절강(浙江) 동쪽으로부터 창오(蒼梧) 북쪽에 이르는 고장 사람들은 모두가 이 고기를 실컷 먹었다. 그리고 세상의 재주를 겨루며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무리들이 모두 놀라서 이 얘기를 전하였다.

 

작은 낚싯대의 가는 줄로 도랑에 가서 송사리나 붕어를 노리는 낚시질을 하면, 큰 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처럼 쓸데없는 작은 이론[小說]을 꾸며 높은 명성을 추구해 보았자, 크게 출세하는 것과는 역시 거리가 먼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임공자의 그러한 애기를 들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에서 제대로 행세하지 못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장자』, 「잡편」 중 ‘외물’, 김학주 역

 

인용문처럼 『장자』에서 ‘소설(小說)’을 “쓸데없는 작은 이론[小說]”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소설(小說)에 대응하는 대설(大說)은 무엇인가? 이는 사서오경(四書五經)을 이르는 말이다. 곧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의 네 경전과 ≪시경≫, ≪서경≫, ≪주역≫, ≪예기≫, ≪춘추≫의 다섯 경서를 이르는 말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동양에서 소설을 경시했음을 알 수 있다.

 

학문에서든 삶의 과정에서든 대설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인의 상상력을 촉발하게 하는 소설의 허구에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9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5.04.02 10:13 수정 2025.04.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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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