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수 칼럼] 차원 높은 반항의 형태는 없는 것일까

홍영수

문학을 하는 사람과 예술가들, 특히 시인들에게 시는 과연 무엇일까? 어쩜 모든 것 일 수도 있고, 시대를 아파하는 반항의 상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님, 오직 자기만족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시인에게 시는 언어의 연금술이면서 어떤 희열로 다가오는 존재이다. 때론, 존재론적 의미를 데려온 철학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시는 고통을 동반한 고행이고 고난의 길이다.

 

이러한 시인이나 예술가 중에는 부조리한 사회의 현상과 폭압적이고 무도한 정치적 상황에 직면할 때면 행동하는 시인으로서, 예술가로서 실질적 행동을 보여줬던, 그들의 삶을 예나 지금이나 보아 왔고 보고 있다. 무조건적인 반항이나 거부만이 아니라 실천적인 반항을 한 것이다. 이러한 저항은 어떤 의무감이나 지식인의 책무라기보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무리들의 실체에 대한 반항이다. 존재 자체를 지키기 위한 존재론적 항거인 것이다. 

 

불온의 시대에는 시인이나 예술가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 또한 폭정과 억압이라는 채찍질에 못 견딘다. 카뮈를 떠 올려본다.

 

“반항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농(non)'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는 현실 속에 살고, 살아가고 있기에 눈앞의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바라볼 뿐만 아니라 몸소 부딪히며 살고 있다. 그래서 보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가장 큰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개인적인 존재지만 결코 홀로 살 수 없기에 사회라는 거대 집단을 이루고 산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렇기에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무차별적인 폭동과 폭력, 시기와 질투 등, 이러한 사회의 부도덕한 윤리와 도덕에 대항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 어느 세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인간은 존재하기 위해서 반항하고 거부했던 지난날들을 기억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시인이나 예술가들은 스스로의 존재 자체에 몸을 바치는 예술가들이다. 인간의 지극한 존엄성을 간구하면서 몸과 마음을 바치는 사람, 그래서 무자비한 폭정과 폭압에 반항할 줄 아는 그들이야말로 정체된 역사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는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긴장 속, 때론 경련을 일으키며 불굴의 집념으로 참된 삶을 위해 지성과 용기의 언어로 절규하고 반항했던 것이다. 

 

시인이나 예술가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잠 못 이루면서까지 시어를 가다듬고 변화시키면서 참여의식을 갖는다. 비록 고통과 떨림이 동반되더라도 말이다. 그것은 스스로 단죄하면서 자신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과 폭동 등은 설령 불가피한 것일지라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분명코 멈춤과 한계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은 폭력, 폭동 등의 집단행동은 광기와 허무만 있을 뿐 정의는 결코, 없을 뿐만 아니라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에서도 폭력과 폭동이 난무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긍정이 아닌, 부정의 현실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목격하기 싫은 사회의 현상을 매일매일 보고 겪고 있다. 몇십 년이 지난 <동물농장>의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유효한 경고를 던지는 것 같다. 분별 의식이 없는 이데올로기의 경쟁으로 인한 혼란과 함부로 내뱉는 언어의 폭력을 바라보며 씁쓸한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잔혹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보다 차원 높은 반항의 형태는 없는 것일까?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4회 한탄강문학상 대상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

 

작성 2025.04.07 11:06 수정 2025.04.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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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